discourse & issue

영남 패권주의 시대, 균형과 조화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

시놉티콘 2008. 7. 22. 15:12
[단독] 금융공기업 CEO·감사 영남출신이 73% 차지
‘극심한’ 지역편중…TK가 53% 휩쓸어
공기업 개혁 명분으로 ‘권력 사유물화’
한겨레 정남기 기자
» 금융감독원·증권선물거래소 신임 임원 지역별 현황
새 정부 들어 실시한 금융 공기업 인사가 극심한 ‘지역 편중’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21일 <한겨레>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임명된 금융 공기업 13곳에서 새로 선임된 최고경영자 9명과 감사 6명 등 15명을 출신 지역과 학교별로 살펴본 결과, 영남 출신이 11명으로 무려 73.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남 중에서도 ‘티케이’(대구·경북) 출신이 8명으로 전체의 53.3%에 이르렀다. 비영남권은 수도권·호남·충청·강원이 각각 한명씩에 그쳤다.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에서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경북 예천),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경북 안동) 등 9명 가운데 7명이 영남 출신이었으며, 비영남권은 진동수 수출입은행장(전북 고창)과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충남 천안)뿐이었다.

이런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최고경영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내면서 내걸었던 ‘공기업 개혁’ 명분이 헛된 구호였음을 보여준다. 재신임을 받은 사람과 경남·광주 등 지방은행 인사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 임원의 지역 편중 역시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김종창 원장(경북 예천)을 포함해 영남 출신이 신임 임원 10명 가운데 5명을 차지했고, 증권선물거래소는 신임 본부장 3명이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금융권 인사 28명 가운데 19명(68.9%)이 영남 출신(티케이 13명)으로 채워졌다. 영남과 호남·충청만 비교할 경우 19 대 3으로 최소한의 안배와 균형도 갖춰지지 않은 인사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기관과 금융 공기업의 핵심 요직들이 전문성과 능력은 무시된 채 권력 핵심과 지연·학연으로 얽힌 몇몇 영남 출신들의 사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국정 철학과 공기업 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물갈이를 했지만 실제로는 티케이 출신들의 싹쓸이 자리 챙기기가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CEO·감사’ 영남 11명…수도권·호남·충청·강원 1명씩
금융공기업 낙하산 실태
“공기업 개혁한다더니 결국 자리 챙기기”
지연·학연 엉켜 한다리 건너면 ‘형님-동생’
한겨레 정남기 기자
» 금감원·증권선물거래소 신임 임원 현황
금융감독원과 금융 공기업 인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나타난 금융권 인사는 영남 출신들의 독무대였다. 최소한의 안배와 균형도 갖추지 않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공기업 개혁한다더니 결국 자리 챙기기를 위한 수순이었나”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 능력보다 출신 지역이 우선 금융감독원 인사에서부터 ‘영남 발탁, 호남 배제’ 원칙이 철저하게 관철됐다. 부원장보 내부 승진 인사 때 5명의 후보가 올라갔으나 호남 출신 두 명만 빼고 세 명이 선임됐다. 금감원은 박광철 부원장 사임에 따라 결원이 생기자 최근에야 호남 출신 박찬수 자본시장조사1국장을 부원장보로 선임했다.

금융 공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영남 출신 내정자를 사전에 정해놓고 이를 관철시켰다. 원하지 않는 사람이 추천되면 재공모 지시가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호남과 충청 등 다른 지역 출신들은 찾아볼 수가 없는 형편이다. 새로 선임된 최고경영자 9명 가운데 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한국투자공사·증권예탁원·코스콤 등 7곳이 영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신임 감사 역시 6명 중 4명이 영남 출신이었다.

정부가 금융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금산분리 완화와 각종 규제 철폐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할 사령관 인선은 지역색에 가로막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세계적으로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는 등 어느 때보다 금융산업의 위험 관리에 신경써야 할 때”라며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의 나눠먹기식 인사로 선임된 금융 공기업 수장들이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지연·학연 뒤얽힌 인사 실제로 새로 선임된 영남 출신 인사들은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기보다는 권력 핵심과 지연·학연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전광우 위원장, 김종창 금감원장과 동향인 경북 예천 출신이다.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은 여권의 실력자인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경북고 후배며, 이승문 산업은행 감사와 함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동향인 경북 칠곡 출신이다. 주택금융공사 사장 재공모 파문의 장본인인 이수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내정자는 김명식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경북고, 영남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이장영·이수화씨는 유재한 한나라당 정책실장과 경북고 동기이기도 하다. 한다리만 건너면 모두 ‘형님-아우’로 부를 만한 사이여서 공기업인지 ‘친목 모임’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 밖에도 철도공사 금융부장을 하다가 파격적으로 발탁된 정연길 서울보증보험 감사는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다. 기업은행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김준호 감사(경북 구미)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부산고 동기다. 개인 파산 선고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임한 정연태 코스콤 사장(경북 울진)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상록포럼의 사무총장이었다.

■ 티케이 15년 한풀이 하나? 지역 편중 인사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청와대는 애초 비서관과 행정관을 뽑을 때부터 철저하게 영남 출신을 요소마다 배치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공무원 파견을 받을 때도 티케이 출신들을 찍어서 데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균형있는 인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 장차관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인사에 관해서는 나에게 묻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




가장 큰 문제는 15년 동안 불이익을 받았다고 강변하는 티케이 출신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정부 부처가 경력상 하자를 지적하면 청와대에서는 “그럼 10년 이상 물먹은 사람들을 다 배제하란 얘기냐”란 답변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영남 싹쓸이 인사는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임원과 자회사 인사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낙천·낙선자 부대 ‘낙하산’ 집중 투하
한겨레 임석규 기자
» 구본홍 신임 와이티엔 대표이사 사장 선출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앞에 구본홍씨 사퇴를 촉구하는 펼침막을 내걸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 등의 기관장과 임원직에 18대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이나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이 잇따라 임명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안택수 전 의원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내정한 데 이어 이성권 전 의원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감사로 임명했다. 국회 사무총장에는 박계동 전 의원이 임명됐다. 한나라당 광주 광산 당협위원장 출신인 강경수씨는 광주은행 상근 감사위원으로 취임했다. ‘이명박계’인 강씨는 지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당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체육진흥공단 감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친분을 쌓은 이만재 전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임명됐다. 부산에서 공천을 신청했던 박상헌 전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은 한국교직원공제회 산하 대교개발 감사로 나갔다. 코레일 감사에는 이명박 대통령 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일했던 ㄱ씨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는 대선 때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를 지낸 최규철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내정됐다. 재단 이사장 추천권을 지닌 외교통상부는 유광석 전 싱가포르 대사를 천거했으나, 청와대가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사는 사실상 확정통보까지 받았다가 막판에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정형근 전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재웅 전 의원은 교육방송(EBS) 사장이나 교육관련 산하단체장, 권오을 전 의원과 김광원 전 의원은 한국마사회장, 홍문표 전 의원은 농촌공사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