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거부' 해임된 교사의 심정 고백과 나의 단상
최혜원 교사, 교사가 된지 3년차의 초년병인 그 사람에게 참교육은 어떤 의미였을까?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그의 심경을 들어보면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10월 10일
“일제고사를 앞두고 아무도 아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어요. 악플 달지 마세요. 아이들이 상처받아요.”(10월10일) 최 교사는 이날 일제고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언급하지 않은 채 “시험 때문에 학원에서 밤 10시까지 보충을 해야 한다”, “왜 어른들은 공부로 아이들을 평가하려고 할까? 다른 나라는 안 그런데 …. 외국에서 살다온 나는 적응이 힘들다”, “내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면 시험에 찬성한다” 등 학생들의 찬반 의견 20여개를 그대로 올렸다.
10월 14일
"체험학습을 보냈던 어머니들은 교장선생님의 전화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결국 울면서 교실에 와 시험을 봤습니다. 자기 양심껏 행동한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을까봐 가슴이 아픕니다.”(10월14일) 시험을 거부하고 도서관에 있던 학생 2명은 결국 이날 시험을 봤고, 체험학습에 나선 6명도 다음날인 15일 시험을 치러야 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고민이 정말 컸지만 아이들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일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12월 11일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 ….”
<나의 단상>
작은 소망도 거대한 제도와 권력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세상이라면
우리 네 약자와 소수자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한 아이를 둔 아버지인 나에게 시험과 입시의 지옥을 조금씩 들어가는
딸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안쓰럽고 슬프기만 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이가
학교에 학원에, 그리고 집에 돌아와 숙제와 싸움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아이를 모습을 보며 그래도 숙제를 해야한다고 다그치고 영어 한 단어라도 더 가르치려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변해가는걸까
젊은 시절 거리에서 외치며 호기롭기만 하던 나의 삶도
이렇게 나이와 함께 저물어가는 건가 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저 젊은 교사의 작은 실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우리가 교육에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세계화시대 창의성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정부의 담론이 공허하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발언과 행동이 상처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그것은 어쩌면 프랑스혁명 당시에나 울려퍼진
패션이었을까?
2008년 대한민국
이 보수화의 광풍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고
무엇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지
오늘도 우리 딸 아이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이런 글을 주저리 주저리 블로그에 올리는
내가 초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