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9 재보궐 선거 결과 : 거꾸로 보기
4․ 29 재보궐 선거 결과 : 거꾸로 보기 |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에 대한 평가라는 프레임을 견고하게 하려는 정치세력과 지역차원의 선거라는 프레임을 구축하려는 정치세력 간의 경쟁이 끝난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선거였다. 결론적으로 수자로 본 결과는 한나라당 0:5 참패, 민주당 1:4 체면치레, 진보신당 원내 입성, 민주노동당 단일화 이후 내홍,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 등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역 선거로 폄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민주당은 전주 선거는 슬쩍 숨기면서 부평 승리 선전에 열중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단일화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을 상황에 처해 있고, 진보신당은 단일화 없이 승리할 수 없었다는 엄연한 현실의 냉혹함에 대한 진중한 고민보다는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것 같다.
그곳에 국민은 없었다
각기 다른 정당들이 각기 다른 전략과 정세판단에 근거해서 선거를 진행했다. 반MB 전선이라는 대강의 합의 하에 야당들은 선거에 임했다. MB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겠다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메시지와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정책내용과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정당이 무엇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보이지 못했다면, 이번 선거에서 승리는 했지만 절반도 안 되는 성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재보궐선거에 국민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부평선거를 선거 승리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한나라당은 경주 선거에서 친이-친박의 대결이라는 아킬레스건을, 민주당은 전주 선거에서 당의 격렬한 내부 권력투쟁이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었다. 당연히 모든 관심을 부평선거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내 정치의 향배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부평선거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 선거 현장에 국민은 존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정치 불신 가중과 정계개편의 전조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는 세 가지의 함축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정치 불신의 가중과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높인 선거과정이었다는 점이다. 부평을 제외하고, 전주 2곳의 선거에서 민주당의 분열로 인해 민주당 대 무소속 대결구조가 만들어졌고, 무소속이 모두 승리했다. 그중 한 곳은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DY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경주에서 친이계의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계 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격돌했고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울산 북구 선거에서 오랜 진통 끝에 막판에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진보신당 후보가 승리했다.
부평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의 선거는 정당의 분열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선거구마다 전선이 다르게 형성되었다. 전주 선거는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 추진을 주장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의 호남적 기반 강화와 함께 당의 혁신과 변화를 주장한 진영의 대결이었다. 경주선거는 당연히 친박이냐 친이냐의 선거전이었다. 울산 북구는 단일화라는 긍정적 결과를 만들었지만 이 단일화가 향후 진보진영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긍정적 전형으로 자리매김할지 알 수 없다.
이런 결과들은 향후 정당정치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높다. 과거 재보궐선거보다 높은 투표율이 반MB 정서의 확산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각 지역구별로 전개된 특성들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결과를 둘러싸고 제 정당들은 내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DY의 복당문제를 둘러싼 정체성 논쟁으로, 한나라당은 당장은 분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친이-친박 논란이 구조화되는 계기로, 진보진영의 당들은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집중적인 정체성 논쟁으로 진입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재보궐선거는 정당정치의 불신이라는 문제점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의 당선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임이 아닌가. 오히려 부평선거가 예외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신뢰집단의 부재와 유권자의 변화
둘째, 정치권에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신뢰집단의 부재를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역으로 수도권 진보 개혁적 유권자들의 결집 양상이 부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긍정적 지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집권당의 참패=반MB 정서 확산’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결론짓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집권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측면에서 부평선거는 상당한 함의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대안세력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심판이었지만, 다른 대안세력에 대한 신뢰로 결집된 것이 아니라는 측면이다. 그래서 야당에게 투표한 것이 야당의 정체성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는 점을 민주당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나타났다. 이미 지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수도권 진보 개혁적 유권자들의 결집 양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났었다. 이런 흐름은 부평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만큼 대안은 없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불신임하는 유권자들의 선거행동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따라서 정당차원에서 이런 흐름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수렴하고 실천해야 한다. 왜냐하면 반 MB․반한나라당 정서의 확산에 따른 진보 개혁적 유권자들의 결집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차악(?)적 또는 차선(?)적 선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강요된 선거라고도 볼 수도 있다.
* 한겨레 2009년 4월 30일
유권자로부터의 ‘인정투쟁’ 실패
셋째, 어느 정체세력도 선거에서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유권자들로부터 ‘인정투쟁’에서 실패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당선자와 당선자를 배출한 당은 있으되, 확실한 성공집단은 없는 선거결과였다는 점이다. 실제 재보궐선거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며 그만큼 MB 정부 및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평선거 결과를 그대로 반 MB․반한나라당으로 등치할 수 없다. KSOI 여론조사(4.18)를 보면,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 43.4%, 모름․무응답 31.4%, 민주당 13.0%, 민주노동당 3.7%, 자유선진당 2.2%로 나타났다. 선거에서 완패한 정당의 지지율이 40%를 상회한다. 1곳에 당선된 민주당의 지지율은 정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일화에 성공하여 당선된 진보신당은 지표상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전주 두 곳과 경주에서는 무소속이 당선되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기존 정당이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기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느 세력도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집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부와 정당,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당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새로운 가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 또는 욕망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정치 구조로는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보다는 권력투쟁에, 혁신보다는 보신에 빠져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정당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정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유권자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래할 것은 합종연횡이며 정계개편이 될 수밖에 없다.
권력 투쟁에서 국민 중심의 ‘인정투쟁’으로
반MB 국민정서의 확인이라는 큰 틀에 대한 선거평가는 가능하지만, 이 결과가 어떤 정치집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양상으로 흐를 개연성이 높으며 향후 정국을 안개국면으로 돌입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나라당은 반MB 유권자 정서 확인 차원에서 당․청 개편논쟁, 친이-친박 간 대결구도의 구조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민주당은 DY 복당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의 실패를 둘러싼 후유증이 지속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원내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의미 있는 발언권을 행사하려고 하겠지만, 분열적 정체성에 의한 진보진영 통합과 단결의 장애요소로 기능할 개연성이 있다.
이와 같은 양상은 당내 권력구조 문제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국민적 아젠다, 국민의 일상생활문제에 대한 고민을 뒷전으로 밀어두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가게 된다면, 다른 정치 불신을 양산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는 향후 정계개편을 앞당기는 중요변수가 될 것이다. 이제 문제는 선거 이후 선거결과에 대한 실천적 책임을 정당들이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있다. 즉 어느 정치집단이 국민들의 일상적 문제를 정치화하는지, 즉 유권자로부터 ‘인정투쟁’에 성공한 세력이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번 선거에서 정당은 다양하게 분해되었다. 한나라당은 친이-친박의 구조를 다시금 확인한 것이며, 민주당은 주류-비주류로, 민주노동당은 단일화 찬반으로, 진보신당은 향후 진보진영 방향각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의 집단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들은 정당 내부의 일종의 분파로서 생존을 위한 권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조기전당대회 개최, 지도부 인책 등을 둘러싸고 내부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늪‘을 빠르게 헤쳐 나와서 실질적인 국민의 관심 사안으로 정당정책을 전개하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다.
한나라당은 내부 분열을 전환하기 위해 경제살리기 문제로 빠르게 선회하려 할 것이며, 민주당은 DY 복당 문제가 당내 권력흐름의 전면적인 개편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내홍이 지속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정세균 체제 내부의 동학으로서 정세균 - 386 - 손학규 간의 내부 조정문제, 주류 블럭 대 비주류․개혁 블럭 간의 갈등구조 등 심각하고 복잡하게 얽힌 변수로 인해 정계개편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한겨레 2009년 4월 30일
모든 정치집단은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자체선거를 향한 행보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내년 지자체선거는 이명박정부의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대선을 위한 정당의 가능성과 적합한 리더들이 가려지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만큼 지금부터 내년까지 전개되는 정당정치는 복잡하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야만 한다. 경제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북한 문제가 여전히 꼬여 있는 상황에서 정당은 권력만을 위한 내부 싸움에 빠져든다면 정치권의 정계개편은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자유 확대와 공공성 강화의 조화로운 균형 :
이제 일상이 정치의 기준이 되어야
문제는 어느 정치집단이 유권자들의 일상문제를 중심으로 정치화에 성공하는지 여부이다. 진보 대 보수라는 구분 기준은 모호해지고 있다.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20대가 진보적 후보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진보 대 보수의 기준으로 한국사회 유권자들을 분석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커다란 변동의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해 쇠고기 촛불정국에서 우리 국민들은 개인을 발견했다. 개인의 삶과 일상의 문제를 자신의 행동을 통해 정치적으로 표출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는가?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정당한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자유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면 직접행동을 통해 그 자유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2008년 촛불정국은 바로 개인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올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역할 또는 국가의 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학습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가는 무엇인가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지금의 국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낡은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면 국가를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 국가의 공공성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즉 개인의 자유 확대와 공공공의 강화라는 사뭇 상반되어 보이는 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균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가 정치의 능력, 정당의 능력이 될 것이다. 이런 입장을 전개하는 정당이 다수 유권자 지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현재의 정당 상황을 보면 요원하다. 오히려 합종연횡 또는 격렬한 논쟁을 통해 정계개편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제 일상이라는 공간, 즉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자고 돈을 벌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변모시킬 것인가. 양극화로 인해 너무나 벌어져 있는 일상의 삶들을 어떻게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준담론(高峻談論)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가는 현장에서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고 공공성이 강화되는 일상과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삶이 변하지 않는데 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고 국가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들에게 투표할 수 있는 아니 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유권자들의 변화된 사고에 천착하고 변화된 유권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곳의 시작이 아마도 일상생활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에 있는 정치인들은 항상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권력도 땅에서 나온다. 하늘에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부터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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