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 있는 국가보안법, 그리고 슬픈 에피소드: 7인의 여포로(1965)
아직도 살아 있는 국가보안법, 그리고 슬픈 에피소드
7인의 여포로(1965)
감독 : 이만희
출연 : 문정숙, 류규선, 이민자, 구봉서
포로가 된 국군 간호장교들을 호송하는 북괴군 장교가 있었다. 그들은 호송도중에 중공군을 만나게 된다. 중공군이 그 여포로들을 겁탈하려 들자 분개한 북괴군 장교는 그들을 전멸시키고 인솔해 가던 간호장교들을 대동하고 그의 부하들과 함께 자유대한의 품으로 귀순한다.
1965년 이만희 감독의 <7인의 여포로>가 반공법에 걸려 이만희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잡힌 여자 포로들을 중공군이 강간하려 하자 인민군 수색대가 중공군을 쏘아 죽여 북쪽에서 쫓기는 신세가 되는 바람에 국군으로 귀순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반공영화였음에 틀림없으나, 북한군을 너무 멋있게 그린 게 문제가 되었다. 여자 포로들을 겁탈하려던 중공군을 사살해버리는 북괴군 수색대 대장에 대해 여자 주인공들은 이런 찬사를 보낸다.
"장교님의 행위는 훌륭했어요. 참 멋진 남자야. 여자라면 누구나 사랑을 안 하고는 못 배길거야." 물론, 이것이 당국에서 지적한 문제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문제삼는 방식이 그런 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감상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워 국군을 무기력한 군대로 그린 반면, 북괴의 인민군을 찬양하고 미군에게 학대받는 양공주들의 비참상을 과장 묘사, 미군 철수 등 외세배격 풍조를 고취하였다"는 죄목으로 단죄되었다.
40일간 구속된 뒤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만희는 "풀어준 대신 반공영화 하나 만들라"는 중앙정보부의 요구에 따라 <군번 없는 병사>를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북한군 장교로 나온 신성일이 너무 잘생겼다는 게 또 문제가 되었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자신의 친아버지를 반동이라는 이유로 직접 처형하는 잔혹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