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듣는다

시놉티콘 2009. 5. 15. 12:08

“이 대통령, 6·15선언 이행여부 결단할 때”

[창간 21돌 기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듣는다

한겨레 이용인 기자 이제훈 기자

<한겨레>는 창간 21돌(5월15일)을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난기류에 휩싸여 있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북-미관계 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물었다. 또 국내 정치 및 사회·경제 현안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의견도 들었다. 성한용 <한겨레> 편집국장과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이 진행한 인터뷰는 김 전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친 직후인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뤄졌다.

김 전 대통령은 <한겨레> 창간 때 영등포 문래동 사옥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겨레가 없었다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후퇴가 더 있었고, 전진이 가로 막히고, 국민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방향을 잡지 못했을 것이냐. 여러분께 감사하고 더욱 건재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김 전 대통령의 음색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또렷하고 분명해졌다. 특히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할 때나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문제를 얘기할 때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성한용 <한겨레> 편집국장과 창간 21돌기념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악화)의 근본 원인은 상호불신”이라며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 입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겨레> 창간 21돌을 기념해 지난 12일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한 특별인터뷰에서 “이 대통령 주위에 너무도 과거 냉전적인 사고방식에 젖고,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 금강산관광 폐쇄를 해제하고, 북쪽에 약속한 개성공단 기숙사도 지어줘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결단을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강경 기조에 대해 “북한도 본심은 내 안전만 보장되고 국제사회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게만 해주면 미국과 관계를 좋게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9·19 공동성명을 실천하자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와 관련해 그는 “민주주의는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것 아니냐. 나는 대통령 돼서 한 사람도 정치보복하지 않았다”고 말해, 현 정부의 야당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 등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관련 입법에 대해선 “정연주 케이비에스 사장을 쫓아내고 와이티엔과 엠비시가 얼마나 당하고 있나. 그러면서 미디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며 “언론 자유가 정상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그걸 해치는 어떤 입법도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같은 노동을 하는데 차별하는 게 정당하냐”며 “비정규직에 대해선 정규직에 가깝게 대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이용인 기자 nomad@hani.co.kr

 

“이 대통령, 냉전사고 젖은 이들에 에워싸인듯”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한겨레> 창간 21돌기념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인사말】

 

- 중국 잘 다녀오셨냐. 바쁘신 데 시간 내줘서 고맙다. 5월15일이면 한겨레 창간 21년이 된다.

 

“창간 때 영등포에서 했나. 그때 간 일이 있다. 그동안 애 많이 쓰고 많은 공로를 세웠다. 한겨레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우리가 힘들었겠나 생각한다. 여러분께 감사하고 더욱 건재하기를 바란다.”

 

- 저희가 감사한다. 저희가 한겨레에 있지만 한겨레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궁금해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 전에 대통령께서 창간 10주년 행사 때 오셔서, ‘그건 간단하다, 한겨레신문이 없었다고 생각해보면 한겨레의 존재 가치는 큰 것이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귀가 번쩍 뜨이더라.

 

“한겨레가 없었다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후퇴가 더 있었고. 전진이 가로 막아졌고, 국민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방향을 잡지 못했을 것이냐. 21세기에 한겨레가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죠.”

 

-중국 다녀오신 건 어땠나요. 심정이나 소회같은 것은 어떠셨는지요.

 

“중국은 북한도 중요시하지만 남한도 중요시한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일본에 접근하는 것이다. 일본이 아주 옳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데, 야스쿠니 신사에 뭐 보내고 그러지 않냐. 중국은 다만 북한에 대해서는 핵을 갖는 것은 나쁘다,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건 분명하다. 중국이 그 자세를 갖고 있는 한 북한이 핵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다음에 주석 가능성이 많죠?

 

“가능성이 많죠. <타임>에서 100대 인물 뽑았는데 중국이 2명, 시진핑과 부총리 한명이 들어갔다.”

 

【남북관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고 나빠지는 근본적인 이유와 큰 틀에서 어떤 자세로 풀어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결국 남북관계의 근본적 원인은 상호 불신인데, 남쪽에서는 북한을 보기를 옛날 냉전시대 보듯이 보고, 그래서 대결주의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비핵개방 3000’이다. 그건 부시가 핵포기하면 도와주겠다고 한 것과 똑같은 소리다. 부시가 6년 동안 해서 실패해 바꾼 정책을 우리가 지금 내놓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북이 하려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이행해야 하는데, 여기서(남쪽이) 그런 태도가 없다. 한다는 것도 아니고 안한다는 것도 아니고, 북한으로선 상당히 모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약이라든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고, 가장 감정을 돋운 것은 풍선(삐라) 보내는 것인데, 자기 지도자에 대해 그렇게 모욕하고 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런 일들을 한 것이 경색된 원인이 됐다. 북한은 ‘비핵개방 3000’이 부시랑 똑같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북한이 내놓은 것이 ‘6·15와 10·4 선언을 지킨다고 하라 그러면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차피 태도 표명을 해야 하니까 ‘한다’, ‘안 한다’, ‘하더라도 어떤 부분은 논의를 더 해야한다’든지 시원한 답을 줘야 한다. 그러니까 북쪽에서 자꾸 비방이 나오고 입에 담지 못할 얘기가 나오고 그러는 것 아니냐. 그래서 근본 문제는 정부가 북한과 같이 잘 살아갈 것인가이다. 4대국에 둘러싸인 우리가 북한과 손잡지 않으면 우리는 주변국에 이리저리 휘둘려 살 길이 없다. 이런 반성 속에서 통일은 서서히 하더라도 서로 여러가지 교류왕래라든가 경제협력 등을 상호 이익이 되게 해나간다면 되는 것이다. 일단 북한은 우리한테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열린 문이 닫히고 있지 않나.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 같은 거는 왜 우리가 폐쇄 선언을 하나. 금강산 관광은 계속 하는 게 남북관계에 상징적이고 여러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금도 3~4만명이 가겠다고 대기하고 있다. 금강산은 이산가족 상봉도 하는 곳이고,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내가 볼때 정부가 결심을 할 필요가 있다. 6·15와 10·4 선언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 입으로 설명해야 한다. 나는 이 대통령에 대해 항상 기대가 있는데, 대통령 후보돼서 여기 인사 왔을 때, 햇볕정책에 대해 내가 설명하니 네번 다섯번 동감한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 신문 보니 초선 국회의원 때도 상당히 유연한 범정부적인 제안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이 대통령 주위에 너무도 과거 냉전적인 사고방식에 젖고,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이 대통령이 결심해야 한다. 아무도 할 수 없다. 6·15와 10·4를 지킨다든가 특사를 보내겠다든가, 금강산 관광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폐쇄했으니 우리가 일방적으로 폐쇄를 해제하겠다든가. 개성에 대해서도 기숙사 지어주기로 약속한 것 이제라도 실시하겠다든가. 원칙은 놓고 우선 분위기를 바꾸는 의미가 있다. 저쪽에서 기숙사라든가 금강산관광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북한이 반대한다면 이명박 정부로서 손해볼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이 대통령이 좌우간 결단을 할 때가 왔다.”

 

-남북간 접촉을 하고 있는데 아무튼 대화를 시작했으니까 잘 될 것이다라는 낙관론이 있고. 개성공단 직원이 억류돼 있고, 개성공단이 닫힐 것이다라는 비관론도 있다. 남북관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지금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감정이 극도로 나쁘다. 그리고 지금 북한은 로켓 발사 이후 기고만장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남쪽과 소소한 일 갖고는 잘 풀릴 것 같지 않다. 근본적으로 위에서 (대통령이) 길을 열어놔야 나머지 문제가 풀려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에 전면 참여하겠다 선언해놓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게 남북관계가 나빠질까봐 발표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전에 김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정부 때와 다른 태도인데, 정부가 피에스아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우리가 남북해운합의서가 있으니까 피에스아이를 대충 할 수도 있고, 근본적으로는 서로 적대를 강화시키는 선전포고를 의미한다고까지 (북한이) 떠드는 그런 문제를 우리가 한다는 것은 싸움하자는 것 밖에 더 되겠냐. 그리고 지금 우리가 선박을 검색한다, 북한이 거부한다, 세워서 강제 검색한다, 북한이 해안포를 쏜다, 그러면 전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니냐. 그리고 북한이 전략 물자를 (운반하다) 세계적으로 발각된 것이 한건인가, 두건밖에 안된다. 지금은 그런 피에스아이로 해결할 일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해결할 일이다. 그래서 문제를 바닥부터 풀어야 한다. 문제는 핵문제 아니냐, 그리고 미사일 아니냐. 북한은 핵을 한번 포기했다. 제네바협정으로 포기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 대가로 경수로 지어준다고 했고, (미국과) 국교정상화한다고 한 것 아니냐. 북한이 핵을 포기했는데 부시 정부 들어서 다 뒤집어져서 핵문제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문제에서 다시 한번 포기를 합의했다. 2005년 9·19공동성명이 그것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한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를 연다, 그리고 서로 협력해서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을 맺는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원조를 한다, 모든 것은 행동 대 행동으로 한다, 그런 얘기가 된 것 아니냐. 북한은 지금도 9·19공동성명 지지한다고 몇달 전에 얘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월에 한국 오기 전에 아시아소사이어티협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같은 얘기를 했다. 북한이 핵포기하기 하면 국교 맺겠다, 그리고 평화협정 하겠다고. 그렇게 다 돼 있다. 그런데 여러가지 방해하는 자들, 또 불신 이런 것 때문에 안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진다, 장거리 미사일을 갖는다, 중국에 가서서도 말했지만 그런 것을 북한이 갖는 것은 우리는 절대 반대다. 그런데 어찌보면 그런 것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만들어준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다, 체제를 바꿔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이라크 하는 것 보면 겁날 것 아니냐. 그런데 북한은 재래식 무기는 우리한테 비하면 월등하게 노후화돼 있다. 그래서 단번에 어떻게 해보겠다고 찾은 게 핵무기다. 그리고 미국과 어떻게 해보겠다는 게 미사일 개발이다. 클린턴 대통령 때 내가 북한 갔다온 뒤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당시 미 국무장관)가 왕래하지 않았냐. 그런데 그땐 미사일이 문제였다. 핵은 이미 (제네바 협정으로) 끝났으니까 그때는 문제가 안됐다. 북한이 500㎞ 이상 미사일은 갖지 않기로 대체적으로 합의했다. 거기에 대해 여러 보상이 있었고. 북한도 미국과 관계개선을 계속 할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네오콘들이 뒤집어 엎고,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등으로 1년 걸리지 않았냐.

그래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9·19공동성명을 실천하자는 결단을 해야 한다. 다른 것 얘기하면 또 시끄러워지니까. 미국이 공산국가인 중국도 인정하고 베트남도 인정하는데, 북한 인정해서 나쁠 게 뭐가 있냐. 그리고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데.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핵없는 세계라는 혁명적 얘기를 했는데, 여기(북한)부터 성공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볼 때는 북한은 핵포기를 두번이나 합의했고,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해체하면서 실질적으로 포기했다. 그래서 북한도 본심은 내 안전만 보장되고 국제사회 나가서 활동할 수 있게만 해주면, 미국과 관계를 좋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그것만이 북한이 살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핵이 밥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미사일이 집지어주는 것 아니다.

말기엔 부시가 태도를 바꿨지만, 북한은 미국이 이 일을 끄는 것에 대해 북한이 짜증을 많이 냈지 않았냐. 오바마는 선거 때 ‘김정일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고, 또 기자들이 물으니 ‘나는 대북 정책에서 부시 스타일이 아니라 클린턴 스타일로 할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 그래서 북한은 기대가 부풀었는데, 몇달이 가도 말이 없으니까 이러다가 또 엉뚱하게 가는 것 아니냐는 초조감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요새 얘기하는 것은 초조하니까 빨리 문서화해라, 왜 진작 그렇게 말해놓고 그것에 따라 안하느냐, 나는 이게 북한이 말하는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부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미사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것도 아니다. 너희가 나를 말살하려니 나도 살기 위해 그야말로 너죽고 나죽자 심정으로 이렇게 한 것이다라는 게 북한 입장이다.

우리가 공산당을 알아야 하는 게, 역사상 공산당한테 전쟁이나 압박과 냉전으로 이긴 예가 없다. 미국이 월남에서까지 지지 않았냐. 소련에도 지지 않았냐. 또 미국이 전후의 50년 동안 소련과 동유럽 등 공산권과 냉전을 했는데 못 이겼잖냐. 그런데 어떤 때 이겼냐. 서로 데탕트를 해서, 서로 영토를 보장하고, 경제교류하고, 인적 왕래, 특히 인적 왕래가 중요시됐는데, 문화교류를 했다. 그러니까 소련 사람들은 소련이 세계에서 낙원인 줄 알다가 서구에서 살아 보니까 지옥이란 것을 알고, 그래서 내부에서 불평이 많으니까 고르바초프가 할 수 없이 개혁·개방을 할 수밖에 없었고, 개혁·개방도 공산당이니까 옐친이 나서서 민주화를 한 것이다. 50년 냉전으로 안되던 것이 불과 10년 만에 됐다. 중국도 그렇다. 긴 세월 대결을 했는데 닉슨이 마오쩌뚱 찾아가서 유엔가입하라, 국교정상화하자 이래서 합의해서 덩샤오핑이 등장할 기회를 만든 것 아니냐. 베트남과는 전쟁하고도 지금 관계가 정상화됐다. 북한과도 못할 게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도록 자꾸 미국을 지원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하고, 일본에 대해선 너무 지나쳐서는 안된다며 견제를 하고, 이런 게 우리가 해야할 역할이 아니냐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했는데, 이 대통령 개인은 실용주의를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집권세력과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정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국내 보수층 의식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하면 보수층한테 욕을 먹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도 있는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대북 정책도 유연하게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나도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이 대통령 생각은 그렇지 않는데, 주위에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런데 천상 그건 리더가 해결해야한다. 리더가 결단하고 설득해야 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지금 미국이 세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우리가 방해 역할을 하냐. 일본이 6자회담에서 방해 많이 했다. 그래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결사적으로 안된다고 미국 붙잡고 했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중요한 동맹이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 말 안듣고 그냥 해제했다. 우리가 자꾸 역기능을 하지 말고, 순기능을 하라는 것이다. 과거 6자회담 때 내가 우리 쪽 6자회담 대표한테 직접 들었다. 김계관 북한 대표와 점심 먹으면서 ‘당신네 이런 소리하는 데 그건 안된다. 그 대신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내가 미국한테 얘기하겠다’, 이렇게 미국에 가서 얘기하고, 미국은 북한한테 이것 좀 알아봐달라고 해서 우리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우리를 돌아보지 않는다. 세계는 냉정시대로부터 그리고 미국 유일주의로부터 다원주의와 모든 사람들의 화해 협력으로 나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거기에 역행하는 것을 하고, 더구나 동료(민족)끼리. 일본과 공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다른 나라한테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북 특사 보내자는 의견 있었는데,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특사를 보낸다면 어떤 사람이 적당한가.

 

“북에서 특사를 받지 않을 것이다. 6·15와 10·4에 대해 태도 표명하지 않는 한 특사를 받지 않을 것이다.”

 

-특사가 가서 그 문제를 협의한다고 해도 안받겠냐.

 

“두 선언은 남북 간에 일단 합의한 것이다. 대통령이 합의를 해 온 것이고, 북에서도 보통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언을 해야 한다. ‘이행한다, 다만 경제적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문제점이 있는 것은 다시 협의하자’, 그러면서 ‘그런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 특사를 보내겠다’ 이렇게 해야 한다. 달랑 특사만 보내서 되겠냐.”

 

-북한이 쎄게 나오는 것 이해할 바는 있지만 북이 잘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북한이 말하자면 ‘막가는 전술’을 쓰는 것이다. 그러니 그 말이 얼마나 험하냐, 억지 소리도 많이 하고. 우리가 보기엔 잘못이다. 하지만 상대방으로선 핵문제 합의해 놓고 뒤집었고, 미사일 문제도 양해해 놓고 뒤집었고, 정권 뒤집는다고 하고, 악의 축이라고 하고, 미국 새 정부가 들어서도 뚜렷한 전환점 얘기를 하지 않고 있고, 한국은 일본과 짜고 피에스아이니 뭐니 북한을 봉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으로선 거기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고 있다고 봐야지.

그런데 북한은 자기들 스타일로 사는 것이다. 같은 독재국가도 공산독재와 일반독재는 다르다. 일반독재는 사유 재산이다. 내가 먹고 사는 것이다. 장사도 하고 무역도 하고 아무리 독재라도 그렇다. 그런데 공산독재는 의식주를 정부가 전부 장악하고 있어 딸싹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성들을 끌고 가려면 하나는 미사일이나 핵 같은 것 발사해서 강성대국 자랑을 해야 하고, 하나는 외세가 우리를 죽이려고 하니 고난의 행군을 해서 이겨 나가자 이렇게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산주의가 마땅치 않고, 북한이 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푸냐는 것이다. 그런데 전제가 있어야 한다. 소련 동유럽 푸는 얘기 했잖냐, 중국도 얘기했잖냐. 북한도 반은 풀었다. 왜 그대로 안하냐. 북한한테 나쁘다, 나쁘다고 해봤자 북한이 받아들이냐. 북한이라는 나라는 곧죽어도 자존심은 안 잃는다. 자존심이 병적이다. 과거에 북한이 중국이나 소련과도 막 싸우지 않았나. 지금도 이번에 가서 여러얘기 해봤지만 중국이 마음대로 못건드린다. 그러니 상대를 알아야 한다. 상대의 강점과 단점은 무엇이냐. 공산주의 국가의 약점은 어떻게든 대화를 해서 국제사회로 끌어들여 개혁·개방시키는 것 그것이 약점이다. 그런데 공산주의는 그걸 안 할 수 없다. 경제가 망하니까 백성을 못먹이니까 자기네 체제만 보장하고 안전만 지켜나간다면 개방은 서서히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이 하고 있는 것 아니냐. 북한도 그렇게 시켜줘야 한다. 그렇게 시키면 어떻게 되느냐. 개혁·개방하면 시장경제가 들어오고, 시장경제가 들어오면 중산층과 지식인이 생긴다. 그러면 민주주의가 된다. 영국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 때도 중산층, 즉 부르주아와 인텔리겐차, 이런 사람들이 했다. 영국은 귀족들이 곱게 정권을 내놓으니까 평화혁명이 됐고, 프랑스는 안내놓으니까 유혈혁명이 난 것이다. 러시아나 동유럽도 개혁·개방을 시킨 것이 정책에 성공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 성공한 정책은 쓰지 않고 실패한 정책만을 쓸려고 하냐. 국내적으로 자기 목적이 없는 한은 뻔히 알면서 왜 그러냐.”

 

“미 오바마 정부 관심, 한반도로 잡아당겨야”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한겨레> 창간 21돌기념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바빠서 그런지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미뤄놓은 듯 보이고, 북한도 이에 불만을 가진 것 같다.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 순위에서 북한 문제를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문제로 급하다. 이라크 전례에 비춰볼 때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사람들 정신이 그쪽에 빠져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화해, 그래서 서로 대등한 독립국가로 인정하라고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있다. 러시아와 그동안 엠디(MD·미사일 방어체제) 기지 문제로 거의 냉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는데 지금 풀어 가고 있다. 이슬람 쪽과 화해하려고 하고 있고. 그래서 힐러리가 지난번에 여기 왔을 때 인도네시아에도 일부러 간 거 아니냐. 멋있는 스타일 보여주고 그랬잖냐. 그런데 한국 여기는 당장에 뭐 일어나거나 그렇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그 정도면) 된다 이런 생각인 것 같고, 여기 책임자인 동북아 차관보가 인준도 못받고 있다. 그렇다고 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로서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왜 이쪽 문제를 왜 빨리 하지 않냐, 많이 진전돼 있는데 왜 빨리 하지 않냐 이런(미국을 설득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나도 지금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오바마의 관심을 딴 쪽으로 가려는 것을 잡아당기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크게 보면 결국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안하면 중국이 참지 않는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와야 하고, 미국은 북한과 국교정상화하면서 경제적인 활로를 열어주고, 그래서 베트남이나 이런 나라들이 미국과 맞서다 지금처럼 변하듯이 그렇게 북한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도 내가 김정일 위원장과 얘기해보니, 주변국가들을 상당히 경계하더라. 미국은 우리(북한)만 괴롭히지 않으면 통일 후까지도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상당히 머리가 좋고, 생각이 깊다. 나를 앞에 놓고 중국이나 러시아를 비판도 하고, 미국에 대해선 탁 내놓고 얘기하고. 거의 잘 되어가다가 클린턴 임기 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클린턴이 몇년 전에 여기 와서 그때 1년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우리가 다 했을텐데 아쉽다는 말을 하더라. 부시가 잘못해서 북한이 엔피티(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추방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하고, 그리고 마침내 핵실험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할 수 없으니까 부시가 정책을 바꿨다. 바꿔놓고 보니까 네오콘들이 자꾸 반대를 하고, 일이 잘 진척이 안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북한 핵의 검증과 역할 문제가 걸려있는데, 그런 매듭만 하나 풀면 큰 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 더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포기 하면 경수로 해주기로 했으니까 다시 시작해서 해줘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망하지 않고 살 수 있고 국제사회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줘야 한다. 굳이 핵무기와 미사일 없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줘야 한다. ‘폴란드나 스위스도 핵무기 없이 사는데, 북한이라고 핵무기 있어야 사냐. 그리고 북한에는 중국이나 러시아같은 믿음직한 우방도 있지 않냐’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선 미국과 중국이 가장 협력해서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 내가 중국 가서 얘기한 것도 많은데, 이 문제는 해결됐던 문제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고, 해결되면 양쪽이 이익이고, 해결 되지 않으면 양쪽 이 다 손해다. 그 사이에서 한국이 처신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목소리 높임)”

 

-푸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알겠고, 대통령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러번 얘기했는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보는지?

 

“중국 분들과 얘기해보면 자기네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고 하고 북한이 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이 하는 것보다 미국과 한국이 하는 게 더 마땅치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느 고관은 얘기하면서 ‘핵은 가지면 안 되지만, 로켓은 누구나 가지는 것 아니냐. 왜 다른 나라가 가지면 되고 북한이 가지면 안되냐. 그런 무리한 소리를 하니까 일이 안되는 것이다’는 말을 한다. 중국도 북한에 대해 짜증내기도 하고 애를 먹기도 하지만, 그러나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 중국은 북한과 미국 양쪽을 놓고 보면 미국이 지나쳤다고 보고 있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적 지원은 살 수 있게 계속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해선 절대로 안되는 것은 핵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남한도 가지려고 하고 일본도 가지려는 상태가 오니까 동북아시아가 핵의 지뢰밭이 되는 것이다. 일본이 핵 갖는 것은 중국한테는 악몽이다. 그렇게 핵이 퍼지는 것은 미국도 반대한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일치한다. 크게 보면 문제가 풀릴 전망이 있다. 그런데 가까이 보면 꽉 막혀 있다. 그래서 사물을 볼 때 망원경으로 멀리 넓게 보고, 현미경으로 가까이 깊게 봐야 한다. 둘이 연결돼야 한다. 길게 보면 해결될 문제다. 이미 해결될 소지가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 가까이 보면 개성공단의 토지 임대료 문제가 어떻고 이런 것이 잘못되면 큰 전망까지 깰 수 있다. 그래서 둘을 맞춰서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현 정부에 새로운 흐름에 잘 적응하고 콘트롤할 수 있는 대북 지도자, 전문가가 부족한 게 아닌가. 대부분의 생각은 과거 냉전시대 생각이고, 정적들이나 국민들 탄압하려는 유혹을 자꾸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대는 달라졌다. 그런 식으로는 성공 못한다.”

 

북한은 기대 부풀었는데, 미국이 응답 없으니 초조해하는것. 핵문제는 미·중 협력이 중요한데 그 사이서 한국이 처신 잘해야.

 

-6자 회담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6자회담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북-미 양자대화로 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는데 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둘 다 해야 한다. 북-미가 서로 대화해서 골격을 짜고 합의해서 6자 회담으로 가져가서 지지하고 추인하고, 또 6자 회담에서 논의해 북-미에 아이디어를 주는 방법 등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런데 6자 회담이 중요하다는 것은 중국이 협력해야 일이 되니까 그렇고, 또 6자 회담에 어떤 문제가 합의돼 있냐 하면 앞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전을 위한 기구를 만들게 돼 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나는 2004년 중국 갔을 때 장쩌민 주석한테 그 안을 냈다. 그랬더니 당가선(탕자쉬안) 국무위원이 우리는 당신 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가서 그 안을 다시 얘기했는데, 아무튼 그게 마지막 보류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일본도 무리한 일 못하고, 미국이나 중국도 안심하고 동북아 사회에서 협력할 수 있다. 지금 다행인 것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아주 좋아지고 있다. 과거 부시 시대까지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한다는 미국 일방주의였는데, 지금은 최근엔 중국과 같이 해나가야야 하고 그리고 다자주의, 세계 모든 나라와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 말 들으면 선, 미국 말 듣지 않으면 악이라는 이분법도 더이상 안 통하게 됐다. 오바마가 나왔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유색인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 노예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으로 엄청난 사건이다. 나는 미국 역사에서 3대 혁명이 있다면 조지 워싱턴의 독립 전쟁, 링컨의 노예 해방,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구가 약 3억명이다. 1억6천명이 백인이고, 나머지가 유색인종이다. 지금까지는 1억6천명이 미국을 끌고 가는 주류 세력이었고 1억4천명은 소외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1억4천명이 일거에 주류가 됐다. 흑인만이 주류가 된 것이 아니라 백인들이 오바마를 지지했다. 미국은 대단한 나라다. 나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한번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본다. 1억6천명이 하던 경제를 1억4천명이 더 달려들어 3억명이 할 수 있으니, 미국 경제가 더 잘되지 않겠냐.

하지만, 미국 혼자 세계를 끌고 갈 수는 없다. 그런 것은 성공도 못한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강대국이라 하면 식민지 갖고 착취하고 억압하고 그것이 강대국의 당연한 권리고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대국이 그걸 못하잖냐. 2차대전 계기로 다 식민지 내놓고, 장사해서 좀 해먹었다고 하지만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못한다. 지금은 세계화가 됐다. 코소보에서 문제가 생기면 강대국들이 다 관심 가지지 않냐. 이제는 식민지 착취하고 나만 잘 산다는 식으로 안 된다. 전에는 강대국이 특권주의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의무라고 할까, 책임이 강대국의 문제가 됐다. 그래서 아프리카 사람들, 중남미 사람들, 아시아 사람들,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 환경 문제 이런 거 전부 돌봐줘야 한다. 돌봐주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다 잘 사는 나라로 밀고 들어오니까 안할 수도 없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강대국은 있지만 강대국이 특권을 누리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는 시대다. 그런 방향으로 미국이 선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중국에 가서도 그런 말 많이 했다. 당신네들은 천하태평이라는 말 많이 하는데, 임금의 최고의 이상이 천하태평이라고 했는데, 전에는 중국 대륙이 천하였지만 지금은 온 지구가 천하다. 당신네는 강해지고 능력있는 만큼 온 지구를 맡아서 해야 할 책임있는 천하태평이란 얘기를 했다. 오바마가 나와서 과거 적대시하던 시리아와 이란과 대화하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 풀려고 하고, 러시아와 문제도 그렇고, 인도네시아도 찾아가서 이슬람 교도와 화해하려고 힐러리 클린턴이 가고, 어떻게 보면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는 결국 해결될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제일 문제가 아프간 파키스탄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의 다른 외교정책은 찬성하는데 아프간 파키스탄 문제가 저렇게 해서 되는가, 나도 대안은 없지만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한-미간 아프간 파병 문제가 오가고 있는데?

“파병 아직 얘기 오지 않았는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할 수 없고 나도 사실관계를 잘 모르겠다. 아프간에서 가능성이 있냐, 파키스탄은 어떻게 되는 거냐. 오사마 빈 라덴이 문제인데 몇년간 못잡았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안이 없지 않느냐, 매번 실패만 하고. 내가 집에 앉아서 뭘 알겠냐.(웃음)”

 

【정치 및 사회경제 현안】

 

-정치적 사안 몇가지 물어보겠다.

 

“나는 정치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편하게 그냥 말씀하시면 된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는 연초에도 얘기하시고 그랬는데, 그거말고 경제 정책의 큰 방향, 복지 정책에서의 큰 방향 이런 부분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국민들이 잘사는 사람을 위한 정권이 아니냐 불신이 있다. 정책 노선을 이렇게 바꿨으면 좋겠다,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정치문제는 내가 관여할 게 아니고, 경제에 대해서 말하면 경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레이거노믹스. 고소득층의 세금을 감해줘서 돈벌게 만들고 시장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서 말하자면 약육강식 승자독식 이렇게 막 가고, 최고경영자(CEO)들이 엄청난 보너스를 받으며 부패가 구조화되고, 은행이 주택에 8할 9할 대출해 부실 만들고, 그런 식으로 해서 한 때는 재미를 봤는데, 그게 결국 고름이 터져나온 것이다. 그래서 그게 이제는 안되는 일이다. 오바마는 고소득층에 세금 중과해서, 중하층 특히 국민의료보험을 하겠다고 하고, 중소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도 과거 레이거노믹스식으로 해온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제일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없는 문제고, 먹을 것이 없는 문제다. 일자리가 없는 문제와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정규직이 700만명, 비정규직이 800만명이라고 하지 않냐. 이젠 노동자가 비정규직인 세상이 됐다. 그 사람들 수입이 한달에 100만원 내외 아니냐. 그걸로 자식들 교육시키고 집세 내고 식료품 사고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코너에 몰려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해선 정규직에 가깝게 대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기도 보장해주고. 일반 노동자와 같은 노동을 하는데 어떻게 차별을 하냐, 그게 어떻게 정당하냐. 국민들이 그만큼 깨쳤다. 그리고 백성들 중에 직장이 없거나 장애가 있으면 먹여 살려야 한다. 내가 그런 일을 많이 했지만 기초생활보장법 효과도 보고 있고, 4대보험도 개혁해서 환자들이 병원에 쉽게 가지 않냐. 요컨대 굶지는 않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 뭘로 (재원을) 감당하냐. 그렇게 하면 세금이 더 들어온다. 비정규직이 돈이 들어오면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물건도 사고, 소비가 일어나서 경기가 발달한다. 그게 묘미고 순기능이 되는 것이다. 밑으로 돈을 뿌려주면 그게 돌아서 위로 올라가서 기업들의 물품을 사주면 기업이 잘돼고, 기업이 돈 벌면 재투자하고 그돈이 다시 밑으로 내려가고. 이것이 역기능이 되선 안된다. 나는 경제전문가가 아니지만 그거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소소한 것 일일이 비판할 것도 없고, 그렇게 해도 해결 안된다. 근본문제는 모든 국민이 굶어죽지 않게 제대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보장해주면 그 수입으로 국민이 물건을 살 것이고, 내수가 일어나고, 기업이 잘 된다. 기업이 잘 되면 밑으로 돈이 들어간다. 선순환한다.”

 

-경제 정책이 반대로 가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거 같지 않다.”

 

-국민 입장에서 여야가 균형을 이루고 견제해야 나라 전체가 잘 되는 것인데, 민주당, 야당에 다음 대통령 후보로 나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인물 부재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냐.

 

“대통령이 아직도 3년이 있잖냐.”

 

-그래도 희망의 싹이 보여야 할텐데 답답하니까.

 

“(웃음) 필요한 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나온다. 민주당이 지금 그런 인재를 필요로 하면 당내건 당외건 그런 인재가 일어선다. 3년이 있으니까 그동안에 크면 된다.”

 

-3년이면 너무 짧은 거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은 사업만하고 서울시장하다가 (대통령) 됐잖나. 문제는 대통령감은 제일 중요한 것은 건전한 상식이다. 사물을 공정하게 보는 눈, 사람을 바르게 보는 눈, 이게 건전한 상식이다. 내가 볼 때 현 정부가 인사문제에서 너무 지나치게 편중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저거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도 대통령 때 내가 아는 사람 임명도 해봤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나한테 도움 준 것도 없고, 정권에 도움 준 것도 없었다. 딴 사람과 똑같았다. 왜 그런 짓들을 하냐. 지역을 차별한다든가. 이런 것은 하나를 차별하면 반대 쪽에선 원한을 갖게 된다.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 대통령 두번한다면 세력이라도 만든다고 하지만, 대통령 한번 하는데 뭐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느냐. 그런데 지금 이게 심하지 않냐. 시민단체들 지원금, 일거에 뒤집어버리지 않냐. 그건 지각있는 사람들이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친 편중인사에 시민단체 지원금까지 뒤집어 놔. 지각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인가? 대통령감 중요한 덕목은 건전한 상식…야당서도 반드시 필요한 ‘물건’ 나올것.

 

-좀 심하죠.

 

“심하죠.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지만 민주주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민주주의는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것 아니냐. ‘나는 너를 반대하지만 네가 반대할 권리를 위해 나는 싸우겠다’ 그렇게 말한 문호도 있지 않느냐. 내 자랑 같지만 대통령돼서 한 사람도 정치보복하지 않았다.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했지만. 나쁜 제도는 바꿨지만 사람은 다 용서했다. 그리고 경제문제에서도 과거의 여당에 대해서 정경유착 등 제도는 싹 구조조정해서 바꾸지 않았나. 내가 정권잡았을 때 기업 부채비율이 400%였는데, 지금 100% 아니냐. 그때 은행들 부실대출율이 13%였는데 지금은 1% 아니냐. 그때 국고에 달러가 37억달러였는데 내가 나올 때 1400억달러 남기지 않았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사람에 대해 보복하지 않고, 오직 나라의 제도, 운영을 고민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모으기가 나오고, 지금도 세계 사람들이 금모오기 얘기를 한다. 국제적 신임을 얻고, 외람된 말이지만 리더십이 서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정치란 여당으로 갔다 야당으로 갔다 하는 것이니까 여당은 야당에 대해 살아갈 자유를 주고, 또 야당은 여당에 대해 어느 한계선까지는 협력을 하고, 국민의 이해를 받고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정치적 풍토가 아직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경제와 과학, 문화도 많이 발전했는데 정치만 발전하지 않고 있다. 그 분야가 잘 됐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민주당을 다 키워오셨는데, 민주당이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다. 정동영 전 장관 출마로 시끄러웠다가 지금은 복당 문제로 시끄럽다.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또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미디어법이 임시국회 때 큰 논란이 될 것 같다. 정부에선 국가경쟁력, 미디어 경쟁력을 위해 방송을 신문에 줘야 한다고 얘기하고 반대로 어떤 학자들은 여론 시장이 독과점으로 흘러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문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남이 훈수해서 잘하는 것보다 자기네가 해서 보통밖에 못하더라도 그게 더 낫다. 나는 그것에 대해 의식적으로 관심갖지 않고 있다.

미디어 문제는 미디어를 능률화하고 개혁하면 좋죠. 그런데 정연주 <케이비에스>(KBS) 사장을 임기 전에 쫓아내는 데 그것이 미디어 개혁이 되겠냐. 지금 <와이티엔>(YTN)이나 <엠비시>(MBC) 얼마나 당하고 있냐. 그런 짓 하면서 미디어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근본문제로 누가 봐도 자기네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미디어를 장악하려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잡아간다, 이런 것이 오늘날 일반적인 관측 아니냐. 그러니까 다른 기술적인 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이 나쁜 방향으로 가는데 누가 그걸 지지하겠냐. 문제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이 미디어법에 잘못됐기 때문에 신문의 방송 진출은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이냐.

“여하튼 나는 미디어법을 하든 안 하든, 언론 자유가 정상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그걸 해치는 어떤 입법도 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건강해 보이신다.

“음, 괜찮다.” <끝>


 

기사등록 : 2009-05-15 오전 10:33:17 기사수정 : 2009-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