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평화 읽기

개성공단 사태와 '대담한 행동'

시놉티콘 2009. 5. 18. 00:23

개성공단 사태와 '대담한 행동'


2009년 5월 16일(토)


지난 15일 북한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에 적용되었던 관련 법규들과 계약의 무효를 선언했으며, 이에 근거 새로운 법과 규정, 기준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제시한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무방하다는 개성공단 폐쇄 협박과 함께 말이다.

 

연일 방송과 신문은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과 남북관계 향후 전망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한 정부 모두에게 심각한 경제적 악영향을 발생시킬 것이며,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할 개연성이 높다.

 

                                        북한의 '승부수'

 

구조적 경제위기와 만성적 ‘부족의 경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을 통한 외화 수입의 중단은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은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고도 볼 수 있다. ‘자력갱생’을 전제로 ‘벼랑끝 전술’을 통해 이익을 만들어보겠다는 ‘못된 심보’다.

 

한국 정부도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100여 개의 기업이 도산 위기에 몰리게 되고 많은 인력이 실직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한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2009.4.24)에 의하면 1조 3,6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이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공단 폐쇄는 남북관계의 돌이킬 수 없는 국면 진입이라는 부정적 상징효과가 의미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통보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작년 12월 1일 북한은 육로통행의 제한 및 차단 통보, 올 4월 21일 남북한 간 개성접촉에서 개성공단의 제도적 특혜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어찌 보면 북한은 예견된 수순대로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을 전개한 것이다.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관련 통보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안정적 상황관리에 실패한 정부도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핵심은 현재 악화일로로 빠져들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협상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현 사태를 개성공단 문제로만 한정해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전체적 조망과 이에 근거한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복잡하게 얽혀 풀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대담하게 행동할 때만 풀 수 있는 문제를 일컫는 속담이다. 즉 대북문제에 있어 전체적 조망과 입체적 접근, 그리고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은 5월 16일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공동선언에서 탈선하면 대결과 전쟁밖에 빚어질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 정상간 합의한 6․15와 10․4 선언의 이행을 촉구한 것이며, 이 선언의 이행이 남북관계를 재개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이미 북한은 지속적으로 양 선언의 이행을 남북관계 진전의 척도로 삼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전화위복의 기회

 

우리 정부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개성공단 폐쇄 위기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기회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총체적인 대비책과 함께 개성공단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경우까지 가지 않도록 안정적 상황관리와 동시에 협상의 모멘텀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최후통첩은 협상의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폐쇄까지 진행되지 않도록 협상국면을 열고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개성공단 협상과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억류사건을 분리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즉 분리대응의 원칙과 개성공단 협상을 지속하면서 북한에 대해 우리정부의 관계회복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둘째, 관계회복의 메시지로 6․15와 10․4 양 선언에 대한 진일보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다. 이는 양 선언에 대한 ‘창조적 재구성’의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즉 합의 사항의 인정 및 이행 그리고 양 선언의 현실적 실행을 위한 실용적 접근이라는 원칙에 근거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양 선언 이행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즉각적인 협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단 합의는 존중하되, 점진적․단계적 접근과 현실가능성에 입각한 이행이라는 원칙으로 남북협상을 진행하면 될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총체적인 환경조성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5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만남, 그리고 보스워즈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방문 추진 및 미국 고위급인사의 방북 추진 등 앞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전개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내년 5월로 예정된 NPT 재평가회의를 앞두고 북핵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만들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북핵 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총체적 전략과 구체적 실천을 전개해야 한다.

 

                              관계회복, 실천할 때 가능

 

이렇듯 개성공단의 안정적 상황관리와 함께 대북정책의 ‘창조적 재구성’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환경조성에 우리 정부의 대담한 발상의 전환과 접근이 요구된다. 남한의 ‘기다리는 전략’과 북한의 남한 ‘무시하기’ 전략의 치킨게임은 남북 모두에게 엄청난 리스크를 남길 것이다. 21세기 치열하게 전개되는 국제경쟁구조에서 이념보다는 실용, 갈등보다는 협력이 요구된다. 위기는 기회다. 어쩌면 이 사태가 남북관계 회복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남은 것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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