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정치 읽기

'바보 노무현'은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을 겁니다.

시놉티콘 2009. 5. 23. 15:12

 

 

사진이라도 올려놓고 싶었습니다. '바보 노무현'은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을 겁니다.

 

멍하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에 꿈인줄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짧은 유서를 들었을 때

노 전 대통령이 짊어진 고통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절망하던 힘없는 자들에게 한없는 기대였으며 희망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과 눈을 대신하는 존재였습니다.

항상 소수자로, 왼손잡이로 소외당하던 사람들에게 용기와 전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되었던 분에게

 

그 분이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습니다.

세인들처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왜 그러셨을까'라고 의문만 던졌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바보 노무현'

그래서 좋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 길을 고집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꿋꿋하게 그 길을 걸어가고야만 20세기 대한민국의 '바보 노무현'

그 많은 사람들의 비판과 조소와 힐난에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걸어갔던

바보같은 인생이 좋았습니다.

 

그저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세상이 쑥덕거리는 말에 귀가 팔랑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때로는 좋아 날뛰고 때로는 화가 나서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뒤늦게 후회를 하는 거겠지요.

 

지금의 상황을 꼭 기억할겁니다.

어설픈 화해와 철 없는 분노는 접어둘 겁니다.

똑똑히 기억할겁니다. 잊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백척간두 같은 칼날 위에

하루가 마치 백년같은 고통의 시간, 그렇게 번민했던

그리고 그렇게 삶을 내던진 

그 순간순간을 기억할겁니다.

 

멋적은 웃음과 서민의 눈물을 기억할겁니다.

기우뚱하며 걸어다니시던 그 모습을 기억할겁니다.

단호하게 세상과 맞섰던 그 기백을 기억할겁니다.

겁없이 내던진 명패를 기억할겁니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올린 글들을 기억할겁니다.

법원청사 앞에서 서 있던 모습을 기억할겁니다.

두문불출 집 안을 서성거리던 모습을 기억할겁니다.

 

그리고 작년 봄, 봉하마을 한 식당에서

민주주의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포부와 길을 말하던

그 온화한 얼굴과 힘 있는 목소리를 기억할겁니다.

 

정말로 철없는 분노로 당신을 옹호하진 않을겁니다.

적과의 싸움을 위한 소재로 당신을 활용하지도 않을겁니다.

대안없는 비난으로 당신의 가치를 폄하하지도 않을겁니다.

 

세상과 미래를 고뇌했던

그 가치와 신념을 기억하고

그 기억이 자본과 권력에 의해 짓눌려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어

힘없고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와 공동체의 기억에서 되살아나도록

 

그래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차별되지 않고

소수자라는 이유로 소외당하지 않고

지역이라는 벽으로 서로를 갈라놓지도 않고

지방이라는 이유로 굶주리지 않고

비주류란 이유로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는

 

대동의 세상,

연대와 공동체의 세상,

자유와 평등이 조화롭게 살아있는 세상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해도

판사,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어서 당당하게 광주 학살자에게 명패를 던질 수 있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가고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

 

그래서 이 땅에 소수자로 힘없는 사람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다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달랑 블로그에 사진을 걸어놓고

몇 자 글을 올리는 것밖에는

지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슬프지만

 

봉하마을에

슬픔을 애도하는 비 눈물이 내리고

늦저녁 밝은 별이 비추었으면 합니다.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에게서 희망을 얻었던 많은 사람들이

가시는 길을 애도하는 장강을 이룰 겁니다.

 

가끔은 원망도 했었습니다. 가끔 왜 이런 길을 가려고 하는지 비난도 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처럼 그렇게 당신을 애써 부정하려고도 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당신의 삶을 존경해서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사랑합니다.

 

많이 아픕니다. 바위 위에서 담배 한 모금을 마시고 싶었을 당신의 그 순간....

'바보 노무현'은 우리 시대 '위대한 전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