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라 문과 김중만, "디카를 버려라"
김중만의 물음에 사라 문이 답했다 “디카를 버려라” | |
33년 만에 다시 만난 ‘사진 장인’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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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한국전을 시작하는 패션 사진의 거장 사라 문이 한국의 중견 사진가 김중만(55)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라 문과의 대담은 지난 21일 서울 청담동 김씨의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사라 문처럼 숱한 패션 사진을 찍어온 김중만씨는 스물세살 무명 시절인 1977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사라의 작업실을 방문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고 이미 유명 작가였던 사라는 거기에 코멘트를 해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33년 만에 회포를 푼 다음 대담을 진행했다.
당신은 사진도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김중만(이하 김) 당신의 삶에서 사진은 어떤 의미입니까?
사라 문(이하 사라) 일반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나는 좀 특별한 경우라서….
사라 톱 모델은 아니었어요, 톱이 되기엔 좀 어렸고 그냥 모델 일을 했죠.
김 당신이 유명한 모델이었고 이후에 사진작가가 됐으며 카샤렐(프랑스 유명 의상 브랜드)의 사진으로 화제를 일으키고 사진이 그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생각합니다.
사라 카샤렐은 옛날 얘기죠. 사실 주문 때문에 사진을 시작했다는 말은 좀 어폐가 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패션계 주문을 받아 사진 작업을 해도 당시 스타일과는 다른, 좀더 틀에 박히지 않고 풍부하게 표현하려는 저만의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유명해졌고, 또 주문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김 일본 디자이너 미야케 잇세이와도 같이 일하셨는데 그의 작업을 좋아했나요?
사라 예, 그의 작업을 좋아했고 그 사람도 좋아했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죠. 여성의 의상을 새롭게 표현했고 또 독특한 형태를 선보여 패션계에 대단한 영향을 준 사람이죠.
김 혹시 한국 의상에는 관심이 없으셨나요?
사라 한국 옷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파리 어느 의상실에서 정말 아름다운 옷을 본 기억은 있어요. 옷의 질감이 특별했는데 그게 어떤 천인지 궁금했어요. 여기서 한번 보고 싶네요. 아마 이곳에만 있는 전통적인 옷감이겠죠. 일본의 면과는 다른 건가요?
김 일본과는 좀 다를 거예요. 미야케 잇세이는 면을 주로 사용하지만 우리는 명주실로 짠 옷감으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면보다 얇고 가벼워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사라 글쎄, 예술가라고 할까요. 늘 뭔가를 갖고 작업을 하니까 엄밀한 의미에선 장인이라고도 할 수 있죠. 물론 장인도 예술가니까 결국 사진작가는 장인이자 예술가인 셈이죠.
김 당신은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사용하는데 혹시 수정 작업을 하는가요?
사라 수정은 전혀 없습니다. 폴라로이드는 상태를 예측할 수 없는 결점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입니다. 지금은 네거티브에 결함이 생기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지만 전에는 종종 사진을 찍은 뒤 바로 현상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뽑기도 하고 그러다 사건이 생기기도 했죠. 아니면 사진의 흑백 톤을 보존하려고 살짝 돌려서 뽑기도 했구요. 그러니까 수정은 있을 수 없어요.
김 말하자면 우연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사라 행복한 우연이죠.
김 디지털카메라와 영화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라 영화에 비디오를 많이 사용합니다. 제 영화는 사진과 비디오의 합성이기 때문이죠. 사진과 필름, 비디오를 합성하는 몽타주 작업은 컴퓨터로 할 수밖에 없구요. 여러 가지 기본 작업을 통해 넣고 빼고 하는 몽타주 작업을 해요. 디지털카메라와 별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김 남편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나요?
사라 전에 같이 했는데 이젠 안 해요. 전시될 작품 중에 ‘서커스’라는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작업은 과거에 많이 했어요. 현재 선보이는 사진이 합성된 단편영화는 5편입니다.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라면 바로 작업하는 과정이죠. 특별한 주문도 필요 없고 신비감도 없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컴퓨터 작업으로 대본을 넣을 때도 별로 작업할 게 없죠. 하지만 일반 카메라는 아무리 대본이 훌륭하다 해도 찍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건도 생기고 부족한 기술도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너무 완벽한 것이 흠이죠. 자기만의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카메라를 버리도록 해야 합니다.
김 감동이 있는 작업을 위해서 말이죠.
사라 단순히 보이는 형태만 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항상 어떤 형태든 감동과 깊이가 있어야 합니다. 기계가 그것을 대신할 수는 없죠.
김 지금 사진작가 외에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사라 주제가 없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할까요. 물론 아주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김 흥미로운 얘기네요. 예를 들면 꿈이나 사랑이나 뭐 그런 것 입니까?
사라 꼭 사랑이라고도 할 수 없고…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것이 무엇이 될지. 다만 나한테 내재된 무언가를 일깨우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김 한국 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사라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실 한국은 잘 모르는 나라였는데 이제 알게 되네요. 지금은 참 기분 좋고 편안한 느낌입니다. 부디 작품에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번역 박혜란, 정리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기사등록 : 2009-09-23 오후 07:17: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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