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천정배 "난 기득권이다 하지만…"

시놉티콘 2009. 9. 28. 14:21
[시대비판, 2009/09/28 10:32, 장정욱의 국민세금/이것저것 부스러기]







천정배 의원이 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포장마차'를 끌기 시작한지 13일째 되는 지난 25일. 천 의원은 대구 2ㆍ28기념공원에 포장마차를 열었다.

천 의원 본인이야 "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 욕이라도 좋다. 무슨 말이든 경청하겠다"고 말하지만 포장마차의 성공 여부는 참여하는 '서민'에 달려있는 것. 그나마 포장마차 첫날이었던 천안 보다는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는 '동성로'가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도 한 몫 한 듯 보였다.

photo by 한승호

그렇게 충청도와 전라도를 거쳐 경상도까지 건너온 천 의원의 '민생포차'는 17일간의 일정 가운데 13일의 일정이 지났다. 아니 정확히 계산하자면 지난 27일 속초 일정까지 마무리됐으니 14일의 일정이 지난 셈이다. 남은 일정은 단 3일. 천 의원은 '민생포차'를 "기대 했던 것 이상으로 성공적"이란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성공'에 대한 판단은 '서민'들에 달려 있다. 천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정치인이 펼치는 하나의 '쇼(show)'로 보는 사람도 있고 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는 사람도 있다.

천 의원은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포장마차'를 끌고 왔다. 민생포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지나온 일정에 대한 소회(所懷)와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각오를 들어봤다. 다음은 천 의원과의 일문일답.

photo by 한승호


- 민생포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여정을 한 번 돌아본다면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원래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성공적이다. 정말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와 주셨다. 민생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로부터 가감 없는,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전국을 순회중인데 지역별로 특색이 있나.

처음 천안에서 시작할때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민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호남으로 넘어가면서 정치문제, 민주당 문제를 말씀하시는 분이 많았다. 그리고 영남으로 건너와서, 특히 사천의 경우 민노당 강기갑 대표의 지역구라는 특색때문인지 농민운동,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다. 그 곳에서는 노동문제와 민주세력의 통합과 연대를 많이 요구하더라.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선물들을 간혹 가지고 오신다. 사천에서는 양말을 선물 받기도 했다. 양말이 닳도록 많이 돌아다니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울산에서는 연세 많으신 어르신께서 부인이 직접 담궜다는 보양제를 가져다 주시기도 했다. 과분한 선물들이다.

photo by 한승호

- '민심'의 참여는 어떤 것 같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생생토크'가 잘 되고 있다. 내가 잘 돼 간다고 말하는 기준은 '누구나 부담없이' 나와서 발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끔은 언쟁도 생긴다. 울산의 경우 어떤 분이 내가 '강정구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 불만이라고 말씀하셨던 반면 옆에 계시던 다른 분은 오히려 강정구 교수 불구속이야말로 잘한 일이라며 두분이서 논쟁하기도 했다. 내게 있어선 둘 다 '민심' 아니겠는가.

그리고 장소에 따라 참여도가 다르긴하다. 울산의 경우 백화점 바로 앞이라 행인도 많았고 열기가 아주 뜨거웠다. 광주 역시 4거리 앞에서 했는데 지나다니시는 분들이 즉석에서 질문도 많이 해 주셨다. 참여도와 열기 모두 참 좋았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이건 다 '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잘했다는 응원도 많이 받고 있다.

- 민심을 듣는 것 만큼 현실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할텐데.

민심의 목소리에 답이 있더라. 많은분들이 '개인적으로 조직관리 하려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갈 비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도울 자세를 가지라'고 말씀하시더라. 솔직히 내가 머쓱했다. 정치인들 자기자랑하기 바쁜 게 사실 아닌가.

제가 이번에 배운 것이라면 정치적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심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현장에 자주 나오고 구체적인 대안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부터 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photo by 한승호

- 적지 않은 나이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솔직히 정말 힘들다. '1박2일'같은 프로그램 보니 그분들도 그렇게(힘들게) 촬영 하시는 것 같던데…. (웃음) 제가 육군 보병학교 출신인데 그때 유격 훈련 받던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 저보다도 우리 동료들이 더욱 고생한다. 지금 저를 도와주는 분들이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월급도 못받고 자원봉사하는 보좌진들이다. 그리고 촛불시민분 가운데서 나오신 분들, 저랑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자신들의 생업을 접어 놓고 도와주고 계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생포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시겠다고 참여하시는 분들이 있다. 현지에서 자발적으로 도와주시려는 분들이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상상을 초월하는 고생을 하고 계신다. 사실 포장마차 '영업'을 끝내고 정리하면 새벽 2~3시쯤 된다. 그리고 잠시 눈붙이고 다음날 곧장 이동해야 한다. 거리가 먼 경우에는 이동 시간만해도 몇 시간씩 걸린다. 그렇게 이동해서 다시 장을 봐야하고, 장을 보고 나면 다시 포장마차를 설치해야 한다. 다들 식사도 제때에 못하고 일을 하고 계신다.

- 현장에서 느끼는 국민들의 국회불신, 정치불신은 어느 정도인 것 같나.

심각하다. '대통령도 필요없고 국회의원도 필요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다. 내가 이번 일정을 진행하면서 대학에서 강연도 같이 하는데 그 곳에서 기득권 사회에 대해 내가 맹공을 가한 적 있다. 그러니까 한 학생이 대뜸 하는 말이 '당신을 포함해서 모든 정치인들이 기득권 아니냐'고 비판하더라.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치세력이란 것은 독특해서 '천정배'라는 정치인이 가지는 개인적 입지로는 기득권적 요소가 많지만 한편 내가 대변하는 세력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힘든 서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기득권'이라 부르기 힘들다. 정치인 자신의 위치가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문제 보다 '기득권을 대변하느냐 아니냐'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국회에서 그렇게 다투는 것 역시 개인의 다툼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대변하는 세력이 경쟁, 대결하는 것 아닌가.


- '민생포차'에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가 '민주 당원만 있고 서민은 없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보기 나름이다. 보기 나름인데 지역에 따라 좀 틀리다. 호남의 경우 (민주당) 당세가 좀 크니까 (당원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영남에 오면서, 시간이 가면서 점점 잘되고 있다. 어제 울산의 경우 밤 12시가 넘도록 발언이 계속 되기도 했다.

그래도 (당원참가 문제를) 우리의 한계라고 꼬집는다면 인정한다.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각오는.

이번 포차에서 제가 만나고 싶어하는, 보통사람들이 얼마나 오셨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분들이 얼마나 진솔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셨는지가 중요할텐데 그런 의미에서 (민생포차는)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입장에서는 지금 전국의 서민들을 찾아가는 것이이지만 그래도 이것 역시 대구, 부산이라는 지역의 한 곳에서 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좀 더 연구해서 시민들 품으로 더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 정기국회가 진행중이고 앞으로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 등 국회가 할 일이 산더미다. 천 의원도 국회로 들어와서 힘을 보태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데.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건 좀 기능적 주장 같다.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안에서 오손도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민생과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짓밟히는 이명박 정권하에 탐욕과 불의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국가적 비상위기 상황이다.

(국회) 안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밖에서, 국민속에서 투쟁 조직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 물론 내가 (국회에) 있으면 조금은 더 도움이 되겠지만 저 말고도 80여명의 사람이 있다. 1/80의 힘 보다는 밖에서 할 일이 더 많다.

- 끝으로 한말씀.

그동안 말씀을 통해 스승이 돼 주신 분들이 많다. 직접 '민생포차'에 찾아오셔서 말씀하신 분도 계시고, 제 홈페이지나 블로그 와서 말씀해 주신분들도 계신데 모든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제가 정치를 계속하는 한 언제든지 국민들의 생생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몸으로 느끼고 하늘처럼 받들어가는 정치를 하겠다. 이번 민생포차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연구를 더해서 앞으로 한달에 1주일 정도는 민심을 살필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저와 민주당, 그리고 민주정치세력이 이명박 정권하의 탐욕과 불의에 시대를 끝내고 민생과 정의의 시대로 나갈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