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별아의 '생애전환기 검사'라는 칼럼을 읽고
되돌아보는 성찰처럼 사람을 생각하는 시대가 그리운 지금
오늘도 어김없이 한겨레신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소설가 김별아의 "생애전환기 검사"(세상읽기)란 글을 읽었다. 다른 날과 달리 남다른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소설가 김별아는 나를 잘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친구를 기억하고 있다. 1990년 대학 3학년이던 나는 1학년 새내기인 후배와 통일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고, 그 얘기 와중에 후배는 전대협 '통일선봉대'에 가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 후배를 보내고 난 후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함께 하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그를 찾아갔던 곳에서 후배의 선배라고 얘기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김별아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자신이 말한 것처럼 불혹을 넘어섰지만, 그 당시 어린 얼굴에 많은 감수성을 가진 친구였다. 문학을 사랑했던 같았고 조국을 사랑했던 것 같았고 사람을 사랑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난 그 친구를 지면을 통해 만나고 있다. 그리고 월, 화 저녁 10시면 방영한 '선덕여왕' 드라마의 튼튼한 줄거리를 만들어 준 친구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 시대를 같이 했던 많은 친구들이 지금도 치열하게 가치와 진보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든든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 안스럽고 고민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물리적 시간 속에서 우리 동시대를 살아갔던 자들은 무엇을 추구하며 무엇을 가지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 옛날 풋내기처럼 교조적으로 믿었던 진보의 가치를 이제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하는 불혹을 넘긴 사람들의 미래를 펼칠 수 있을까.
소설가 김별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가끔 지면을 통해 마음과 영혼을 달래주는 그 친구의 글에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오늘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그의 글 중에 내 마음을 달래주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살을 붙여준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는 부음의 주인공들이 결코 패배자나 겁쟁이가 아니었음을 알고 있다. 그들은 건강한 생활인이었고, 충실한 가장이었으며, 산업화와 민주화와 외환위기라는 시대의 격동을 헤쳐온 주역들이었다. 이 지점에서 돌이켜 물어본다. 어쩌면 그들은 무기력하거나 나태했다기보다 '너무' 열심히 살려고 했기 때문에 그토록 도저한 절망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 발전과 성장의 조증을 앓았던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희망에 대한 과다한 열망, 좀더 잘 살고 싶었던 욕망."
같이 걷고 느끼고 얘기하고 안고 보듬고 내달리고 티격태격거리는 우리들의 한 덩어리, 어울림의 사회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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