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아리랑 2] 진보주의자여, 도시를 재구축하라!!!
[용산 아리랑 2] 진보주의자여, 도시를 재구축하라!!!
괴물의 출현, 도시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곳, 이곳이 아니고는 도대체 미래의 전망을 찾을 수 없는 요술봉 도시. 도시는 더욱 메머드급으로 도처에 뿌리박고 우리 삶을 뒤흔든다. 무엇이든 집어삼켜버리는 괴물이 되어 사람을 물자를 건물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이제 사람의 영혼까지도 집어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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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의 낮시간.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쁜 일상의 주역들에게 이 공간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건물과 땅 주인의 것에 불과하다. 그 충무로 지하로 3, 4호선이 교차한다. 북적이는 일상에도 서민들의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용산참사가 극명하게 보여줬다. 죽은 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줄어들고 있고 정부는 이웃나라 이야기인 듯 뒤짐만 지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엄청난 구형이 다시 한번 사법살인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제 저항은 죽음 아니면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저항한 자들은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배제되는 대상인 ‘도시 테러리스트’의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성장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호모 사케르(Homo Sacer)’일지도 모른다. ‘벌거벗은 생명’인 호모 사케르, 그들은 우리임과 동시에 우리가 아니다. 포함되어 있으나 배제되어 있는 존재다. 이제 ‘도시 테러리스트’들은 도처에서 양산되고 만약 저항한다면 ‘호모 사케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가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공간을 분할하는 선(線)
모두가 똑같은 공간모형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줄지어 청약 선(線)을 잇고 있다. 그곳으로의 진입은 기쁨이며 어떤 성취로 간주된다. 그리고 이제 뒤이어 평수싸움이 벌어진다. 임대아파트, 20평형대 아파트, 30평형대 아파트, 40평형대의 아파트, 50평형태의 아파트, 60평형 이상의 아파트, 펜트하우스로 신분이 나뉜다. 그곳엔 보이지 않는 선들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어떤 곳은 아예 임대아파트와 자가 아파트를 구분하는 인위적 장벽을 설치하기도 한다.
뒤이어 지역싸움이 벌어진다. 강남권-분당권-용인권으로 이어지는 황금라인에 있는 아파트인가, 도심핵심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인가, 강북에 위치한 아파트인가, 도심외곽에 위치한 아파트인가. 스스로 자신의 동네를 말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자와 말하기 부끄러운 자들로 갈린다.
공간을 분할하는 선들이 여기저기에 만들어지고 공공해 진다. 이 선을 넘어 좀 더 좋은 곳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욕망은 도시에 넘쳐흐른다. 공간을 둘러싼 ‘욕망의 기관차’는 멈출 줄 모른다. 멈추면 그것은 욕망이 아니다. '욕망의 기관차'는 신분을 가르는 좌표가 된다. 모두가 그 폭주 앞에 브레이크 밟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기관차에 탑승하는 것이 바로 성공이다.
공간의 획일성
도시의 모든 공간은 이제 획일화된다.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구조로 도시를 차곡차곡 채워간다. 도대체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건설기업들의 CF를 보면 자신이 지은 아파트는 다른 것으로 좀 더 나은 것으로 포장된다. 외양을 달리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 처럼 과대포장된다. 들어가 보면, 작은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왜 건설자본이 다양성을 추구하겠는가! 동일한 포맷을 양산하는 것이 자본의 이익에 적합하다. 만약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설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분양가의 상승과 정비례할 수밖에 없다.
도처의 관공서도 동일한 외양을 띠어간다. 00구의 화려함을 알리는 랜드마크로서 구청건물은 끊임없이 대형화되고 화려해지고 있다.
출처 : cafe.daum.net/eg1.kr (성동구청 전경)
출처 : http://cafe.daum.net/mapobangwi/GtgS/4?docid=1IIO4|GtgS|4|20090925182003 (마포구청 전경)
* 출처를 명시한 구 사진은 카페 주인에게 허락을 사전에 얻고 올린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만약 이 사진이 문제가 된다면 하시라도 말씀을 주십시오.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구 주민의 세금을 통해 만들어진 구청청사의 화려함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 최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3층 건물이다. ‘더 높이 더 화려하게’라는 공무원들과 직선제 선출직들의 정신세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구청 청사의 존재이유는 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민들이 구청을 편안하게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의 건축시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딱 한번 구청을 들렀다. 혼인신고 때문에... 그 이후로 구청 청사를 가본 기억이 없다. 아 대신 문화회관에는 일 년에 두 번씩 꼭 갔었다. 민방위훈련을 받아야했기 때문이다.
관공서가 관공서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개방성과 주민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 적어도 구민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과 공공성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재개발과 재건축에 관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어떻게 구민을 위한 공간을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 내 거버넌스 구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앤서니 킹 교수의 인터뷰(이하, 한겨레 2009년 10월 23일자) 내용처럼, “무엇보다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자와 건축주인 기업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힘과 자원을 고층 건물 짓는 데 낭비할 것이 아니라 학교나 병원, 복지시설 같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건물을 짓는데 투입해야 한다.”
차이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간
그리고 그 방식도 지역민들과의 지난한 토론과 합의, 논쟁과 재창조과정 등 민주적인 방식과 과정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실천되어야 각 지역과 지역민들의 창의성이 모여서 그 지역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갖춘 건출물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획일을 넘어 차이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지하철공간도 하나 둘 생겨나는 상가로 점철된 공간으로 전환시켜서는 안 된다. 국민세금을 통해 공공사업을 집행하는 공간을 상행위의 지하거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세금의 창출원천인 국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지하철공간처럼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곳을 월세를 받기 위한 상점투성이로 방치해선 안 된다. 그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센터로, 사회적 기업들의 창업공간으로, 노인분들의 안락한 여유공간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휴식․토론․놀이의 공간으로, 지역 시민단체․언론단체 사무실로, 공연장 등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지하철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시키자는 것이다.
* 지하철도서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많은 지하철역 내부에 이런 도대체 무엇인지 모를 공간들이 산재해 있다.
이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공공의 공간을 새롭게 개조할 필요가 있다. 자본과 권력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민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의 재편, 그것이 진보의 핵심아젠다로 설정되어야 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시작된 민주주의의 20년의 역사는 대중에게 지난 대선에서 심판받았다. 우리의 기억들을 대중과 함께 하는 기억으로 만들지 못한 우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 기억 즉 시간들은 항상 공간과 함께 변화되어 왔다. 민주화의 기억을 복원하고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민주화의 기억과 시간만으로 대중과 호흡하기 어렵다. 그것에는 바로 공간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가진 자들만의 공간으로 보이던 곳이 나의 공간이 되고,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공간이 내가 쉽게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그런 것에서 진보의 가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획일적으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아니라 주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그들만의 특색을 드러내는 공간들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그들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주인이 된다. 이제 진정한 땅의 주인들에게 땅을 돌려주자는 것이며, 이제 진정한 공간의 주인들에게 공간을 돌려주자는 것이다.
자, 이제 진보의 이야기는 도시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게 만들자. 서민이라는 이름의 보통사람들에게 공간이 돌아가는 결절점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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