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평화 읽기

탈레반의 전자우편 성명과 한국의 파병결정에 대한 단상

시놉티콘 2009. 12. 10. 17:50

 

조일준 기자

» 22일 파키스탄 탈레반의 새 지도자로 선출된 것으로 알려진 하키물라 마흐수드가 지난해 12월 아프간 접경지대인 오라크자이 지역의 한 마을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 오라크자이/AFP 연합

기사등록 : 2009-08-23 오후 07:59:50 기사수정 : 2009-08-23 오후 11: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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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들에 전자우편으로 보낸 성명

 

"한국 정부가 (2007년 말에 철군 한 뒤) 앞으로 다시는 아프간에 병력을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만일 약속을 깨고 아프간에 병력을 보낸다면 나쁜 결말을 준비해야 한다. 탈레반은 더는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

(한국정부의) 움직임은 아프간의 독립에 반하는 것이며, 동시에 2007년 19명의 인질을 풀어준 데 대한 약속을 깨는 것…"

 

파병과 테러의 악순환

대한민국은 파병을 결정했고 내년 7월이면 일상이 테러이고 전쟁의 암운이 깃든

아프가니스탄으로 우리의 군인들이 출발한다.

 

이제 우리는 테러의 예외국가가 아니라 테러의 대상국가로 변화될 것이다.

논점은 파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테러의 근원을 없애려는 노력이다.

 

세계의 양극화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강대국의 지속적인 지정학적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테러의 자양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의 남북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와 실천이 전개되고

그들과의 공존 및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계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서로가 서로에 겨눈 총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파병이란 단어는 지속될 것이다.

 

이제 반테러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세계적 차원의 근본적 성찰과 전환이 필요하다.

평화의 길은 역설적이게도 피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져 왔다.

이 악순환의 역사를 중단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진정 평화의 길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개되었으면 한다.

합의가 안되면 날치기, 아니면 밀어부치기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정이 나지 않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

그 과정의 축적이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갈등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갈등은 새로운 미래의 동력이다.

그 속에서 대안은 태동한다. 바로 그 갈등을 두려운 것으로 공포로 활용하는 것이 정치라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일종의 폭력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은 갈등을 표출하고 그 갈등표출 과정에서

영구적으로 혁신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탈레반의 협박성 통지에 위축될 필요도 없지만

그들의 경고를 무시해서도 안된다.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한 한국의 결정이 무엇인지 진정 진지한 자기성찰이 요구된다.

19명의 무고한 사람이 죽음의 직전에 살아돌아온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 누구를 죽이고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파병은 그대로 쉽게 결정할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