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day photo

'조선공동체'에 몰아친 문화혁명 붉은 물결

시놉티콘 2009. 12. 12. 16:48

 

태풍처럼 몰아쳐 중국의 10년을 강타한 문화혁명

그곳에 사람이 없었다. 이념만 펄럭였다.

사람이 이념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고 때리고

그렇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게 문화혁명은 시작되었고 끝났다.

야만의 시대는 그렇게 이념을 호명하며 사람을 몰아냈다.

 

‘조선 공동체’에 몰아친 문화혁명 붉은 물결
[첫 공개] 조선족의 눈으로 본 ‘연변 문화혁명’
한겨레 임종업 기자
» 무력충돌 과정에서 코가 깨지고 눈이 찔리는 상처를 입은 강타파 소속의 홍소병(나이 어린 홍위병)들 모습. 강타파는 주더하이 연변자치주 주장과 최석린 연길현 제1서기를 옹호하는 보수파다.

 

 

중국 문화대혁명(1966년 5월~76년 10월) 당시 조선인 자치주인 연변에서 벌어진 무력충돌 현장을 담은 사진이 대량으로 공개됐다.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사진가 류은규씨는 자신이 보유한 6천여장의 사진 가운데 일부를 처음으로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류씨가 조선족인 황영임(1936~2006)씨한테서 1999년에 필름 상태로 일괄 인수한 것이다. 황씨는 문혁 당시 무력충돌 현장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인물이다. 필름을 양도하면서 황씨는 자기가 죽은 뒤에 공개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류씨는 황씨 사후 3년 만에 약속을 지킨 것이다. 사진에는 당시 홍위병 간의 격렬한 충돌과 그 결과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연변에서의 문화대혁명은 한반도와 접경한 탓에 계급투쟁 외에 민족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게 특징.

 

마오쩌둥의 조카인 마오위안신이 장징의 지시를 받아 연변자치주 주장인 주더하이 타도를 외치면서 홍위병 간의 파벌싸움이 격화되었다. 1968년 7월 말부터 8월까지 연길시의 ‘8·2’, ‘8·4’ 사건을 비롯해 개산툰, 용정, 왕청, 이란구, 훈춘 등지에서 총격이 벌어져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일부사람들이 이를 ‘반역폭동’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민족문제로 확대되었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인민해방군이 투입됐으나 이들이 마오위안신을 지지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됐다. ‘계급대오정리’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 간부들이 변절자, 일제 특무, 반혁명 분자 등으로 몰려 학대를 받았다. 이때 구타 당해 죽거나 다치고, 억울하게 투옥당한 이들이 2천여명에 이른다. 또 오명을 우려한 이들이 스스로 조선어 또는 항일 관련 문서를 불태우면서 대부분의 자료가 멸실됐다. 이로 인해 민족의식이 강하던 연변의 분위기가 바뀌어 조선인들은 ‘중국 속 조선족’으로 순치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씨는 이르면 연내 120여장을 골라 사진집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1966년 8월5일 마오쩌둥은 <북경일보>에 “사령부를 폭격하라”라는 글을 실어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을 ‘당내 자산계급 사령부’라 지적하였다. 류사오치는 69년 11월12일 옥사했다.
» 1967년 6월21일 용정 체육장 조명시설 경기장에서 두 반란파 조직 사이에 무력투쟁이 처음으로 일어났다. 이 사건에서 70여명이 상하고 1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이날 반란파들이 트럭을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장면.
» 1976년 9월9일 마오쩌둥 주석이 사망하면서 문화혁명도 끝났다. 사진은 연변자치주에서 거행된 마오 주석 추모대회. 중국어 아래 쓰인 한글이 이채롭다.
» 연길현 빈관(호텔)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주더하이 쪽 인사들. 왼쪽부터 이용호(조선족) 선전부 강타 대표, 왕충해(한족) 기술창 강타조직, 박영일(조선족), 최석린(조선족) 연길현 제1서기, 권여경(조선족) 연길현 현장, 이중래(조선족) 연길현 현위 재모정치부 주임.
» 1976년 5월 용정2중 홍위병들이 ‘자본주의 길로 나아가는 집권파’를 내놓으라고 투쟁 준비를 하는 장면.
» 용정 민성가 서쪽 연길현 혁명위원회를 지켜선 3269부대 소속 인민 해방군.

 

 

기사등록 : 2009-12-10 오후 09:38:43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