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정치 읽기

[여론조사 톺아보기] ① 2010년 대한민국에 야당은 존재하는가?

시놉티콘 2010. 1. 2. 18:06

 

 

[여론조사 톺아보기] ① 2010년 대한민국에 야당은 존재하는가?

-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

 

* 이 글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12월 21일 여론조사(전화조사, 표본 700명, 표본 오차 ±3.7)와 한국일보의 1월 1일 여론조사, 한겨레신문의 1월 2일 여론조사에 기초한다. 별도 표시가 없는 것은 KSOI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2007년 당시 여당 내부의 논쟁 중에 ‘아군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는 것이 있었다. 전시에 하나로 뭉쳐서 싸워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논리도 당시 우세한 진영의 공세적 메시지였을 것이다. 말 그대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을 우회하려는 모습이 실패의 첫걸음이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당정치에서 갈등을 표출하고, 갈등의 표출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창출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길이며, 영구적 혁신을 가능케 하는 노선이다.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2007년 선거에서 어떠한 축적물도 없이 패배하고 말았다. 따라서 비판은 새로운 대안을 찾는 모색이며 중단되어서도 안 되고 회피되어서도 안 된다.

 

지금은 전시도 아닐뿐더러 야당이라고 할 만한 세력조차 없기 때문에 “왜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가”라는 공격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표적은 민주당이다. 1992년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라는 영화제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비장한 글은 아니지만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며, 우리 안에 온갖 모순과 쓰레기를 드러내고 버려야 한다. 도려내지 못해서 썩어 없어질 상황이라면, 이렇게 작은 목소리라도 내지를 수밖에 없다는 2010년 둘째 날의 지울 수 없는 생각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조사 내용 중 ‘우리 사회가 살만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60.8%(전혀 그렇지 않다 18.9%+대체로 그렇지 않다 41.9%)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60% 이상에게 절망이다. 절망적 현실은 현실을 도피하고 참여를 부정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G-20 회의 한국 개최,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의 쾌거,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 속도 등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다수는 이 사회에 대해 절망적이다. 제 아무리 좋은 경제상황이라 할지라도 인간이 인간으로서 마음껏 얘기하고 행동할 수 없는 사회에서 희망은 거짓이고 전망은 남의 일이다.

 

그것도 ‘고용 없는 성장시대’, ‘부익부 빈익빈 사회’, ‘가난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시대’, ‘기업만 살판난 세상’에서 희망은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 반대’는 곧 사회적 낙오자를 의미하는 사회에서 절망은 우리에게 낯익은 단어가 되고 있다. 살맛나는 세상,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에 대한 꿈은 이제 과거의 가치로 치부되어 버리고 있다. 공동체 문화는 개인의 원자화 속으로 사라져버린 사회에서 희망도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그렇다면 정치 현실은 어떤가? 2009년 국민들의 정치 만족도는 불만족이 83.2%(전혀 33.5%+별로 49.7%)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야 항상 불만족이 높게 나오는 것이니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자는 것은 정치권의 무사안일의 방증일 뿐이다. 국민의 80% 이상이 정치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현실은 정치 불신의 확산과 동시에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좋게 해석하자면, 현재적 삶의 팍팍함에 대한 불만의 표적이 정치권이라고 하자는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중대한 정치가 불신의 주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신뢰할만한 정치집단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대한민국의 야당으로서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답은 “없다.”

 

이 글에서 민주당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그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도 무엇도 창조하지 못하는 무능력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룩했다. 그리고 2009년 그 길에서 온 인생을 바쳐 앞장섰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슬프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이 거대한 자산을 두고 “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되묻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2009년 대한민국의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은 언론(39.4%), 대통령과 청와대(36.5%)가 차지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4.4%다. 법원․검찰 등 법조계(16.5%), 시민단체(10.5%), 노동조합(9.1%), 행정관료(5.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존재감이 없다”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2006년 조사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영향력이 23.2%였다는 사실을 보면, 민주당은 신뢰집단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고 단언해도 무방하다.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 절망의 책임에 대해 대통령(37.2%)과 여당(28.5%)의 책임은 65.7%인데 반해 야당은 4.1%였다.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회의 절망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환호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판단했다면 이젠 책임감도 없는 정당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영향력도 없고, 절망에 대한 책임도 없는 집단이 어떻게 정당정치를 전개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정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향력 집단의 4.4%를 차지한 민주당이 개혁이 필요한 집단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16.3%를 차지했다. 영향력이 없으니 개혁이라도 하라는 여론의 반영일까?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2006년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개혁필요집단에서 27.5%를 차지했다. 이런 조사결과는 정당의 대중적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영향력도 미비하고 절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존재가치도 없고 개혁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높지 않은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이것이 현주소다.

 

 

“민주당은 정당으로서 자기재생산 능력이 있을까?” 답은 “없다.”

 

가혹할지 모르겠지만 두 가지 여론조사만 다시 환기해보자.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은 31%, 민주당은 20%이다(한국일보 여론조사에 의하면 더 폭은 더 벌어져서 한나라당 36% 민주당 23.4%이다). 어차피 격차가 워낙 벌어졌던 두 당이었으니 그냥 넘어가자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 추세가 보여주는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다.

 

 

 

① 2008년 1월 한나라당(47.3%) 민주당(6.2%)

② 2008년 6월 한나라당(27.1%) 민주당(12.9%)

③ 2009년 1월 한나라당(26.9%) 민주당(13.2%)

④ 2009년 5월 한나라당(21.5%) 민주당(20.5%)

⑤ 2009년 6월 한나라당(22.8%) 민주당(18.7%)

⑥ 2009년 8월 한나라당(27.4%) 민주당(23.2%)

⑦ 2009년 12월 한나라당(30.9%) 민주당(20.2%)

 

① 시점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의 상황이다. 직후라고 해도 심각하다.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터리 신세’라고 할 수 있다. ②~⑥까지의 시점은 그나마 한나라당과 정당지지도에서 차이가 좁혀진 시점이다. ② 시점은 ‘촛불정국’의 정점이었고, ③ 시점은 전 세계의 금융위기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던 정점이었고, ④와 ⑤ 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이었고, ⑥ 시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이었다. 그 이외의 시점에서는 한나라당이 항상 10~30%의 격차를 두고 민주당 정당지지도에 앞서 있었던 시기였다.

 

자생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촛불정국은 시민의 힘으로, 금융위기는 위기를 빌미로, 서거정국은 한국 지도자들의 영향력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랐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황당함을 넘어 자괴감을 느낀다. 이렇게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반성하는 사람이 없고, 누구 하나 비판하는 사람이 없고, 누구 하나 새로운 대안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없다. 민주당은 자기재생산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헌신할 사람도 준비되지 못했다.

 

미디어 악법 통과, 집회와 시위에 대한 광폭한 탄압, 용산의 비정한 방치, 예산안 날치기 등 한국사회는 이성을 상실한 권력의 ‘한풀이’로 소용돌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그 시간 그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어떠한 대안도 보여주지 못했다. 외부의 환경변화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정당은 ‘해바라기 정당’이다. 빛이 없으면 죽는다. 그렇다면 그 깊고 긴 겨울을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민주당에 이 위기를 탈출할 영웅은 있는가?” 답은 “현재까지 없다. 앞으로도 모르겠다.”

 

한 명의 영웅이 출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미망(迷妄)일지 모른다. 그래도 어두운 시대, 백성의 희망은 영웅의 출현이다. 그것이 마지막 붙들 수 있는 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2002년 ‘바보 노무현’에 대한 갈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바보 노무현’과 같은 삶을 살아온 준(準)영웅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혈혈단신 투쟁하는 투사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문순c와 정배아저씨에게는 미안타).

 

<한국일보 여론조사: 차기 대통령 적합도>

 

 

박근혜 31.7%(한나라당), 유시민 8.7%(국민참여당), 오세훈 5.1%(한나라당), 손학규 4.5%(민주당), 정몽준 4.2%(한나라당), 이회창 4.2%(자유선진당), 정동영 3.1%(무소속), 정운찬 1.6%(한나라당), 원희룡 1.3%(한나라당), 정세균 1.0%(민주당)

 

민주당 합계 5.5%, 유시민, 정동영 합산 17.3% vs. 한나라당 43.9%

 

<KSOI 여론조사: 차기 대통령 적합도>

 

박근혜 29.6%(한나라당), 유시민 10.5%(국민참여당), 오세훈 4.7%(한나라당), 정몽준 4.6%(한나라당), 정동영 4.0%(무소속), 손학규 3.1%(민주당), 이회창 2.9%(자유선진당), 모름 무응답 30.7%

 

민주당 합계 3.1%, 유시민, 정동영 합산 17.6% vs. 한나라당 39.1%

 

2.5~3배 이상의 격차다. 2012년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고 지방선거도 있고 이명박 정부가 많은 패착을 둘 수도 있으니, 이런 수치는 중요치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청계천 바람이 불고 박근혜 바람이 동시에 불면서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3년 이상 이 격차를 유지하며 결국에는 이명박 전 시장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까?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로 상징되는 친이-친박 내부 문제 때문에 분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올해 경제사정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더블 딥(Double Dip)’ 가능성도 있으니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고,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정당지지도 격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선전을 했으니 올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고 등등 변명거리를 찾으려고 하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천운이 따라서 이런 기회들이 일시에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아마 그 과실을 민주당이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대안도 없고, 자기재생산도 못하고, 영웅도 보이지 않는 정당에게 국가 운영을 맡길 ‘바보 국민’들이 있겠는가.

 

2010년 대한민국에는 야당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이는 야당으로 변신을 하던지, 새로운 대안야당을 만들던지 양당 간 결판을 내야 한다. 그것만이 방향타다. 기회는 남아 있다. 왜냐구,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그리고 변할 수 있으니까? 그 기회는 올 6월이다. 6월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I will be back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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