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의 현장을 찾아서
세상에 ‘극한’ 아닌 직업 없더라 | |
100회 넘긴 EBS ‘극한직업’ 어부·산불기동대·방짜유기 장인… 고단함과 동료애 화면에 묻어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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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무한도전.’ 조기잡이·옥돔잡이 배를 타고 나가는 촬영은 기본이고, 산불난 산속을 헤매고, 빌딩 청소 현장을 위해 훈련까지 받아야 하는 프로그램. 교육방송의 <극한직업>(매주 수·목 밤 10시40분)이다. “바다에는 나가지 않겠다”, “높은 곳은 이제 그만”이라는 피디들의 아우성이 화면 곳곳에 녹아든다. ‘저런 직업도 다 있구나’부터 ‘알고 보니 힘든 직업’까지 벌써 100회차 촬영을 넘어섰다.
■ 1500도의 액화 알루미늄 퍼나르기
지난 3일 대구의 한 알루미늄 공장.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101번째 <극한직업>의 제작 현장이다. 알루미늄 원석을 용광로에 녹이고, 압연해서 두께 0.6~40㎜의 판으로 만든 다음, 그것을 라면 냄비, 프라이팬으로 만들기까지의 노동 과정을 담고 있다. 영하 10도를 가리키는 바깥과 달리 공장 안은 후텁지근하다. 카메라는 1500도의 탕(용광로)을 클로즈업한다. 하루에 네번, 2500개의 알루미늄판을 만들기 위해 세 명의 숙련된 장인들은 탕에서 1500도의 끓는 알루미늄 ‘국물’을 큰 국자로 퍼서 주형틀에 붓는다. “쉬워 보이지만, 기포가 나지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게 떠서 붓는 것 자체가 기술이죠.” 마스크를 쓴 채로 건네는 건조한 설명 뒤로, 10여년 노하우가 밴 손길은 묵묵하게 불국물을 나른다. 어느 것도 뜨겁지 않은 것이 없다. 취재 자체가 ‘민폐’인 상황, 연출을 맡은 이정우 피디는 “장인들에게는 조용한 자부심이 넘친다”며 “대부분 자신들은 극한직업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어딜 가든 그분들이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라고 했다.
■ 우리 모두의 극한직업
노동강도, 숙련도, 위험도가 높다면 어떤 직업이든 가리지 않았다. 조기잡이 어부로 시작해, 사회부 기자를 돌아, 흉부외과 의사를 찍고, 항공기 정비사, 알루미늄 공장 노동자까지…. 돌고 돌며 카메라를 들이댄 101개의 직업을 통해 제작진이 내린 우화 같은 결론은 ‘세상의 모든 직업은 극한직업이더라’다. <무한도전>의 ‘무한’이 온갖 한계를 드러내는 단어가 된 것처럼, 제작진은 <극한직업>의 ‘극한’ 또한 보통이라는 반대어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 피디는 “당장 로봇이 우리 삶을 대체할 것 같은 21세기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근육과 손끝만의 노하우를 가진 직업들이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책임지고 있었다”며 “‘극한’이라는 설정으로 소재가 고갈돼 1년을 못 갈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지금까지 방송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 제작진이 권하는 열 개의 에피소드 일이 험할수록 ‘동료애’가, 장인 정신을 요하는 일일수록 일의 고단함이 묻어난다는 101개 직업 중에 제작진이 다시 볼만한 작품들을 골랐다. 인천대교 건설현장(16회), 해상특수기동대(51회), 옥돔잡이(54회), 고공외벽청소부(62회), 한강수난구조대(82회), 방짜유기공장(90회) 등이다.
다시보기는 http://home.ebs.co.kr/limit.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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