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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009 국민계정'

시놉티콘 2010. 3. 27. 18:23

 

 

 

정부지출로 가까스로 성장 지탱 저축률 ‘뚝’…성장잠재력 위협
한은 ‘2009 국민계정’ 발표
한겨레 김수헌 기자기자블로그
» 김명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맨 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2009년 국민소득’과 관련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9년 국민계정’(잠정)은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의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벌어진 대규모 달러 유출은 원화가치 급락(환율 급등)을 불러왔고, 이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달러 기준)의 2년 연속 감소로 이어졌다. 경제성장률은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면했지만, 민간소비와 투자가 급감한 가운데 정부가 재정지출로 ‘외끌이 성장’을 이끈 결과다. 투자율과 저축률도 떨어져 성장 잠재력마저 약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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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국민총소득 2년째 뒷걸음질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전년 대비 11.0% 줄었다. 2008년(-11.1%)에 이어 2년째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3.9%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2001년(-5.9%)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해마다 10%대를 유지해왔다.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지난해 2192만3000원으로 2008년보다 3.3% 늘었지만, 증가율은 1998년(-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는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경제성장률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돼, 1인당 국민총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환율이 최근 수준을 유지하면 1인당 국민총소득이 다시 2만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이 지난해 1.5% 늘어 경제성장률(0.2%)보다 증가 폭이 컸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것은 2002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원자재 물가가 크게 떨어져 수입품이 수출품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컸고, 이에 따라 실질 무역 손익이 개선된 결과다.

 

■ 투자율·저축률 하락, 성장

 

잠재력 약화 우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효과에 힘입어 마이너스를 피했다. 민간소비는 0.2% 증가에 그쳤지만, 정부소비는 5% 늘었다. 투자도 민간은 3.4% 줄였지만, 정부는 15.4%나 늘렸다. 특히 도로·철도·항만 등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건설투자가 16.8% 늘어나며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민간의 설비투자는 9.3%나 감소했다.

 

이처럼 민간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성장 동력의 원천이 되는 국내 총투자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총투자율은 2008년에 비해 5.2%포인트 하락한 25.8%로, 외환위기로 투자가 급감했던 1998년(25.2%)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였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주춤하면서 총저축률도 30.0%로 1983년(28.9%)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현재와 미래의 성장력을 나타내는 투자율과 저축률이 크게 하락한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앞으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환율 상승과 경기 침체 여파로 2년째 뒷걸음질치면서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향후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되는 저축률과 투자율도 크게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9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7175달러로 2008년에 견줘 11.0% 감소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063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어났음에도 1인당 국민총소득이 줄어든 것은 원-달러 환율이 15.8%나 오른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2008년 -0.6%에서 지난해 1.5%로 개선됐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상품 가격보다 수입상품 가격이 더 많이 하락해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실질 국민총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축과 투자가 크게 둔화해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0.0%로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총투자율은 5.2%포인트 떨어진 25.8%였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