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진보 시민단체 '커피파티' 만든 에너벨 박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 전역으로 퍼진 보수성향 풀뿌리운동 단체인 ‘티파티’에 대응하는 진보성향 온라인 풀뿌리운동 단체 ‘커피파티’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월 창시돼 미 전역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커피파티는 특히 한인 1.5세인 애너벨 박(41)이 창시해 한국에선 더욱 주목을 받았다. 애너벨 박을 지난 26일(현지시각) 워싱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애너벨 박과 기자는 모두 커피를 주문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에게선 에너지가 넘쳐났고, 눈은 빛났다.
보수단체 ‘티파티’에 대응
‘침묵하는 다수’ 뜻모아 결성
워싱턴 정치문화 바꿀 것
-많은 한국사람들이 커피파티에 관심이 많다. 그건 특히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영향이 크다.
“하하하. 많은 한국사람들이 커피파티에 연관돼 있기도 하다. 내 여동생이 매우 활동적으로 참가하고 있고, 샌프란시스코의 (한국인) 이언 킴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외에도 많은 한국사람들이 커피파티에서 리더십으로 갖고 일하고 있다.”
- 이렇게 빠른 성장을 예상했나?
“전혀 예상 못했다. 커피파티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쇼크를 받을 정도였다. 나는 완전히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호응할 줄은 정말 몰랐다. 매우 기본적인 아이디어였다. 사람들(미국인들)은 예전의 미국 정치를 그리워한다. 지금의 정치는 너무 많이 싸우고 서로에게 적의를 띈다. 이게 얼마나 나쁜지 누구나 다 안다.”
-미국정치도 한국정치와 매우 비슷하다.
“맞다. 한국정치도 서로 싸우는 데 집중돼 있다.”
-커피파티가 빠른 성장을 하게 된 이유를 뭐라고 보나?
“페이스북과 소셜네트워킹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우린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기서 우리는 외친다. 페이스북은 한국처럼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곳이다. 페이스북은 도시와 같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말한다. 페이스북도 다양한 장소다.”
-페이스북에서 100명, 200명씩 참가자가 늘었을테지.
“하루에 1만6000명이 가입했을 때도 있다. 100명, 1000명, 가입자 수는 날마다 다르다. 이제 18만4000명이다. 티파티보다 더 많다. 티파티는 1년 동안 활동했지만 우리는 겨우 1월부터, 활동기간이 두 달도 채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주에 커피파티가 조직돼 있나?
“45개주다. 알래스카, 하와이를 포함해.”
-처음에 커피파티를 시작한 건 티파티 때문이었나?
“처음 시작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매사츄세츠 선거 무렵, 티파티 총회가 내슈빌에서 열렸다. 그러면서 티파티를 다루는 뉴스들이 매우 많았다. 마치 티파티가 미국을 대표하는 것처럼. 그러나 티파티는 소수다. 그들이 미국을 대표할 수 없다. 대다수는 침묵하고 있었고, 반면 소수인 티파티가 미국 정치를 장악했다.”
-커피파티 웹사이트를 보면, ‘정부는 총체적 의지의 집합’이라고 하며, 정부에 대한 협조를 강조했다. 만일 공화당이 운영하는 정부라도 그렇게 할 것인가?
“미국인과 연방정부와의 관계에서 티파티는 ‘공포’를 내세운다. 그들은 작은 정부를 원하고, 정부의 책임을 믿지 않는다. 선거로 결정되는 조직은 의회 뿐 아니라, 행정부의 여러 기구들, 연방정부의 주요 직책 등 매우 많다. 그들이 국민들을 대표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민주주의 과정이 지금 너무 많이 오염돼 있다. 선출된 사람들이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을 대표하게끔 하는 게 투표다. 우리는 민주주의 과정을 바로잡아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자는거다. 자신의 뜻을 (선거로 당선된 이들에게) 전하고, 자원봉사에 나서고 그러기를 원한다. 현재의 정치구조는 돈, 로비, 심지어 소수파인 티파티 등에도 휘둘릴 수 있는 취약한 상태다.”
-결국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냐?
“그렇다. 현재 (미국의) 정치구조는 로비스트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티파티는 소수’라고 얘기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티파티를 지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절대다수의 미국인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 때문이다. 특히 <폭스뉴스>. 그들은 과장하고, 내용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위험한 것이다. 티파티, 그리고 <팍스뉴스>가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거짓말이다. 의보개혁안에 대해 거짓을 과장하는 것들은 위험한 일이다. 예를 들어,‘오바마가 (불치병에 걸린) 내 할머니를 죽이려 한다’는 식의.”
-‘죽음의 위원회’를 말하나?
“그렇다.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의보개혁안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이런 거짓말에) 휘둘리기 쉽다.”
-커피파티는 오바마의 의보개혁안을 지지하고, 의보개혁안에 대해서도 잘 아나?
“모른다. (커피파티 회원 중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또 상원 의원들도 의보개혁안에 대해 제대로 답변 못할것이다. 엄청나게 길다. 일반인들은 의보개혁안을 한 페이지도 읽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언론보도에 의지한다.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우리는 뉴미디어, 비디오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티파티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커피파티는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티파티와 커피파티와 같은 양당체제를 좋아하지 않는다. 양당체제란 마치 풋볼게임처럼 2개의 팀 중 어떤 팀이 이기면 어떤 팀이 지는 제로섬 게임 상황에 자주 처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는 것이지, 풋볼게임이나 레슬링 시합이 아니다. 누가 이기느냐, 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커피파티는 매우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들은 티파티 운동을 싫어했기 때문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커피파티로 모인 것 아니냐?
“맞다. (커피파티의) 일부 사람들은 티파티를 싫어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티파티에 대해 신경도 안 쓴다. 우린 (그런 부정적인 동기가 아니라) 매우 긍정적인 생각으로 뭉쳤다. 누구와 싸울 것이냐가 아니라, 의사전달을 위한 기회의 장에 나선 것이다. 그들이 커피파티를 조직하고, 사람들과 정치를 얘기하고 그런다. 그들 모두가 티파티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당신을 돕는 스탭들이 얼마나 되나?
“모두 자원봉사자다. 약 100명의 사람들이 나와 함께 일한다. 미국 전역에 있는 이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서로 회의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하고 그런다”
-의사결정 시스템을 설명해 줄 수 있느냐? 최종 결정은 누가, 어떻게 내리나?
=“커피파티에는 다양한 팀이 있다. 웹사이트 활동, 행사, 조직, 자금동원, 메시지 등 다양한 팀이 있다. 각 팀내에서 자체적인 결정도 내리고, 또 총회 일정 등 전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은 팀이 같이 모여 많은 대화를 해서 결정을 내린다.”
-현재 커피파티는 미 전역에서 서로 만나서 얘기한다. 그 다음 단계는 뭐냐?
=“우리는 만나서 얘기해서 내린 결정을 토대로 우리의 의사를 전달할 것이다. 아마도 온라인을 통해 투표 형식을 통해 우리의 의사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우리가 뭘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그것도 정치적 과정이다.”
-미안하지만, 티파티에 대해 또 얘기해야겠다. 티파티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또는 티파티 자체 후보를 내겠다고 얘기한다. 커피파티는 어떤가?
“우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려면 내부 동의가 있어야 한다. (지역 후보를 뽑는) 지역차원에서는 그 지역 자체에서 열린 대화를 통해 ‘이런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자체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 차원에서 ‘이런 후보에게 투표하자’고 할 때는 (전국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 후보가 지향하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이런 후보를 보증한다’고 하려면 공정하고 공개된 과정을 통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려면 우리는 잘 알아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커피파티가 (그룹으로) 오바마를 지지할 수 있느냐?
“그때 가서 결정을 해야한다. 공정한 그룹 내 과정을 거쳐서 지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거기에 대해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그때 가서 결정을 해야한다’는 것 뿐이다.
-커피파티는 (모임을) 얼마나 자주 열 것인가?
=이번 달에 두 번 열렸다. 전국적으로 보면, 늘 만난다. 이번 주에도 450여개의 이벤트가 있다. 어떤 이들은 매일 만나기도 한다.”
-커피파티는 올여름에 워싱턴에서 자신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행진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언제인가?
“알 수 없다. 하고 싶긴 하지만 대규모 행진, 시위는 수백만 달러의 돈이 필요하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금모금 상황은 어떤가?
“온라인 기부를 받는다. (그러나 대규모 행진이나 총회를 열려면) 큰 돈이 필요하다. 보안요원, 간이 화장실 등등. 우리는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지금으로선 행진보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총회가 우선순위에서 앞선다. 총회를 여는 것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페이스북은 공짜다.”
-커피파티 계획을 보면, 여름에 ‘중간에서 만나자’는 게 있다. 언제쯤 어디에서 만날 것인가?
“아마 6~7월께 미주리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실치 않다.”
-커피파티는 영원히 지속되나?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커피파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가? 자금 문제?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게 매우 어렵다. 어떤 이들은 좀더 나아가길 원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나 의회에 더 많은 일을 하라고 경고하길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 절차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진짜 민주주의 운동이다.”
-커피파티 활동 자체가 민주주의 교육 같다.
=“그렇다. 문화 행동이자, 문제해결 방식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는 국민을 필요로 한다.”
-공화당은 혹 티파티가 제3당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커피파티는 어떤가? 어떤 회원들은 ‘우리 자신의 후보가 필요하다. 민주당, 공화당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모두 오염돼 있다. 신선한 후보, 커피파티 회원을 국회의원으로 보내자’는 얘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린 그걸 위해 애쓰진 않을 것이다. 우린 오직 정치문화를 바꾸는 걸 원할 뿐이다. 사람들이 싸우는 걸 멈추고, 정치인들이 일반국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오염된 민주주의 과정을 바로잡고 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3당이 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3당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 우리가 정당을 갖는다면, 그건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 우리는 특정집단이나 기업을 대변하지 않는, 국민을 대변하는 후보를 필요로 한다. 그런 후보가 꼭 커피파티 회원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정치를 깨끗케 하길 원한다. 우리는 워싱턴의 정치문화를 바꾸길 원한다.”
-커피파티 외에 개인적인 계획은 뭔가?
“나는 원래 다큐멘터리 영화를 감독했다. 아시아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히로시마, 오끼나와, 종군위안부 문제 등. 나는 이런 이슈를 다루는 영화를 만드는 쪽으로 돌아갈 것이다.”
-커피파티는 어떡하고?
“제한된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쪽으로 돌아가고 싶다.”
-다른 사람이 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그렇겠지. 100여명의 스탭들이 함께 한다. 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너는 갑자기 유명인사가 됐다. 네 생활이 어떻게 바꼈냐?
“나는 늘 바쁘다. 요즘 단지 5시간만 자고, 어떨 때는 하루에 18시간 일한다. 몸이 좋지 않다. 페이스북 활동,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결정을 해야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인들이 커피파티에 관심이 많은 건 특히 당신이 한국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당신한테 어떤 의미냐?
=나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10살때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그때 군부독재 시절이었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었고,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 속에 살았다. 반공교육을 받았고, 정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버지는 쿠데타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한국말도 잊어버렸지만, 내가 10살 때까지 살았던 한국에 대해 명확하게 기억하는 건 그런 것들이다. 당시에는 집권당이 공포를 조장시키면서 정치를 몰아갔다.
티파티도 마찬가지다.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을 정치적 차원으로, 이념적으로 나눈다. 나는 분단된 나라에서 왔다. 그리고 한국은 아직도 분단돼 있고, 이데올로기가 남아있고, 이산가족이 있고 그렇다.
미국에서도 남부에는 아직도 남북전쟁의 상흔이 (북부에 비해) 남아있다. 사람들은 (남북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잊어버린다. 그러나 자그마한 것으로부터 다시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의료보험 개혁안으로부터 남북전쟁(이념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점을 용인하지 않는다.
한국은 아직도 분단돼 있지 않느냐? 의견이 나눠져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희생이 크다. 나는 전쟁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전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리고 내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납북됐다. 만일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미국내 분란과 같은) 이런 것에 대해 아주 열정적으로 관심을 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갈등이나 분단과 같은 문제에 좀더 민감하다.
극단주의자들이 정치를 장악하는 게 좋지 않다. 극단주의자들은 국민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조용한 대중, 대다수가 (정치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침묵하는 다수’가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면, 갈등이 점점 고조되면 자칫 내부 전쟁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극단주의자들을 용납할 수 없다.”
-몇년 전만 해도 미국은 한국과 정치문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훨씬 더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그러나 지금은 한국과의 차이를 많이 못 느끼겠다. 미국에서 한국을 본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워야 한다. 사람들이 전 나라에 걸쳐 정치적 다름 때문에 나눠져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그러면 안 된다. 다름을 해결하는 게 민주주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진보-보수 갈등이 워낙 심하다. 둘의 화해가 가능할까?
“민주주의가 그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아니면 거대한 악, 독재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자유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하면서 민주주의를 일으켜왔다. 민주주의를 가졌으니까, 이젠 사용해야 한다. 책임감 있고, 영광스럽게. 의료개혁이 잘못된 건 (보수나 진보나) 양쪽이 다 잘 안다. 네 편, 내 편 갈라 싸워 정쟁을 일으킬 게 아니라, 잘못된 걸 고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한국도 분단 이후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희생을 했나? 한국도 민주주의를 얻었으니, 이젠 영광스럽게 민주주의를 써야 한다.”
-커피파티가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커피파티 운동을 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환영한다. 한국에서도 정치참여 운동인 커피파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길 바란다.”
워싱턴/글·사진 권태호 특파원ho@hani.co.kr
미국 정치 흔드는 ‘보통 사람들의 파티’ | |
커피파티, 두달새 18만 회원 티파티, 민주당 후보 낙선운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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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의 허름한 커피숍 옆 음악연습실에 30~60대 미국인 19명이 모였다. 이날 미 전역에서 열린 커피파티 지역모임 중 한 곳이었다. 모임은 소박했지만 다들 진지했다.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워크숍을 열자’‘버지니아주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자’같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나온 의견들은 취합돼 커피파티 홈페이지에 올라간다. 사회를 맡은 초등학교 교사인 팻 하이네스는 “우리의 목표는 일반사람들이 정치적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로비스트에 오염된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풀뿌리 정치운동인 ‘커피파티’와 ‘티파티’ 조직이 미국 정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작은 티파티가 먼저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보수층을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한 티파티는 처음에는 ‘의보개혁 반대’‘세금감면’ 등 보수층의 이해를 전하는 수준이었으나, 이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지난해 11월)와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지난 1월)에서 공화당 후보가 싹쓸이 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점점 정치조직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통제되지 않는 회원들 중 일부가 과격한 모습을 보이거나, 공화당이 아닌 별도 후보를 내겠다는 선언도 해,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도 긴장시키고 있다.
티파티는 27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지역구인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다음달 15일 워싱턴까지 모두 23개주 44개 도시를 순회하며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에 들어갔다. ‘티파티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이번 순회집회 첫날인 이날,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나서 “큰 정부, 큰 빚, 오바마-펠로시-리드의 흥청망청 지출은 끝났다. 당신들은 해고”라며 앞장섰다.
이에 맞서는 진보성향의 커피파티는 지난 1월 시작됐으나, 불과 두 달만에 회원 수가 18만4000여명(티파티 11만여명)에 이르는 등 회원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다. 커피파티는 티파티처럼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대체로 민주당 성향의 사람들이 결집하고 있다.
티파티는 7월 라스베가스, 커피파티는 6~7월께 미주리주에서의 전국총회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두 ‘파티’는 앞으로 11월 중간선거 뿐 아니라, 앞으로 미국 정치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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