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정치참여와 투표
[커버스토리] “정치에 무관심, 20대만의 문제인가요?”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29 09:43 | 수정 2010.04.29 14:06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대전
28.1%. 2008년 18대 총선 20대 투표율이다.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꼬리표를 달았다. 게다가 안정적 삶을 위해 스펙에만 목을 맨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 김국현(29)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현재 2030 정치주권네트워크 사무국장. “냉소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에 맞닿았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 박연(22)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 〈요새 젊은 것들〉 공동 저자. “모든 연령에 요구해야 하는 것을 20대에 조금 더 기대하고 있는 것도 갈등의 원인 같아요.”
↑ 박은하(26)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이십대 전반전〉 공동저자. “스펙에 매달려 사회에 무관심하다거나 투표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 박은하씨, 김국현씨, 박연씨(왼쪽부터)가 20대와 지방선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20대라는 점을 빼면 커다란 공통점이 없다. 김국현씨(29)는 2030 정치주권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서 꾸준히 20대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은하씨(26)는 < 이십대 전반전 > 의 공동저자로서 현재 하루의 상당 부분을 취업 준비에 할애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박연씨(22)는 < 요새 젊은 것들 > 의 공동저자로서 20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는 평범한 대학교 3년생이다.
이들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스스로 20대를 대변할 만큼 대표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20대 전체의 의견으로 비춰질까 걱정스런 눈치였다. 그러나 이야기가 시작되자 이들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좌담회는 지방선거와 20대라는 주제로 시작해 취업과 스펙 등 20대를 둘러싼 고민으로 번졌다. 스스로 바라본 20대 사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박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전혀 예상을 못하겠어요. 제 주변 친구들은 서울에 거주하고 대부분 정치 이슈에 관심이 많거든요. 하지만 지방에 사는 20대나 저와 관심사가 다른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함부로 높다 낮다 예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김국현
아무래도 지난 총선에서 투표율이 바닥을 친 것 같아요. 일자리 문제나 등록금 등 흔히 말하는 20대 문제들이 굉장히 심각하잖아요. 이제는 냉소를 넘어 생존의 문제에 맞닿았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은하
저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박연
흔히 투표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참여 수단이라고 말하잖아요. 그게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기본적이라고 자꾸 강조하니까 내가 던진 표가 당장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사소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인터넷을 봐도 '나 하나 투표 안 한다고' 또는 '나 하나에 뭐가 그렇게 바뀔까'하며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김국현
다른 세대는 투표를 해 봤더니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잖아요. 하지만 20대는 투표 경험도 적은 데다 경쟁에 치이고 파편화된 삶을 살면서 그런 경험을 못했잖아요. 그래서 투표 자체를 멀게만 느끼는 것 같아요.
박은하
20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흔히 기성세대는 20대 투표율이 낮다고,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하잖아요. 그런데 기성세대가 보이는 정치 참여 수준은 20대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기성세대는 친이·친박의 다툼을 보면서 삼국지 세력 다툼 수준으로 가볍게 생각하죠. 마치 게임 구경하듯이. 거기에 자신의 표를 얹고 이번엔 누가 얼마나 더 가졌느냐는 식으로 관망만 하잖아요. 그러면 투표율은 높겠지만 정치 참여의 수준은 20대에 비해 높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박연
맞아요. 투표율이 무조건 정치의 수준이나 관심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20대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야기는 자연스레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으로 넘어갔다. 20대는 정말 정치에 무관심한가를 놓고 동의 여부를 떠나 20대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접근 방식을 꼬집었다.
박연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해'라는 이 말은 음모 같아요. 20대만 무관심한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잘못이 무조건 20대한테 오는 것 같아요.
김국현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취업 등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서 억울할 수도 있고 정치에 관심이 안 갈 수도 있죠. 정치에 혐오감을 가질 수도 있겠죠. 이유야 다양하겠죠. 결국 문제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사회는 우선 20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같아요. 뭐랄까, 20대는 기성세대에게 심심풀이 땅콩 같은 존재죠.
박연
기성세대가 자꾸 20대를 문제 삼는 것은 일단 젊은이는 이래야 한다는 의식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가 젊었을 때는 집회도 나가고 데모도 하고 사회에 적극 참여했는데 너희는 왜 그러고 사느냐는 거죠. 모든 연령에 요구해야 하는 것을 20대에 조금 더 기대하고 있는 것도 갈등의 원인 같아요.
박은하
아무래도 20대가 물질적 이해 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 부담이 적으니까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는 것 같고, 그게 사실이기도 하죠. 하지만 20대가 움츠려든 것은 20대만의 탓이 아니란 걸 알았으면 해요.
박연
20대가 물질적 이해 관계에서 부담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0대는 물질적 이해 관계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세대 같아요. 예전엔 20대는 잃을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잃는 시대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경쟁에 뒤처지죠. 대학을 다니는 것 자체도 빚이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잃는 세대인데 부담이 적으니 앞장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요. 그런 식의 접근이라면 오히려 더 많이 가진 기성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이끌어 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어요.
김국현
기성세대가 20대의 상황을 조금은 이해해 줘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부모님은 무엇을 하든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고, 스스로도 진로를 정하고 일자리를 찾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것이 잘 풀리지 않으니까 20대의 상당수가 무력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 원인이 무조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20대를 설명하는데 빠질 수 없는 단어는 '스펙'이다. '20대는 스펙에 발이 묶여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20대들도 이를 무조건 부정하지는 않는다. 스펙이 20대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스펙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은하
스펙이 얼마나 중요하냐고 물어 본다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아요. 다만 스펙에 매달려 사회에 무관심하다거나 투표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스펙은 20대에게 생존의 문제잖아요.
김국현
스펙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봐요. 이거 아니면 너 죽는다. 이거잖아요.
박은하
20대에 대한 위협이죠.
김국현
자꾸 위협하니까 스펙을 쫓아가죠. 여기에 부모님은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기대하시죠, 20대 스스로도 생존을 위해 스펙을 쌓아야 된다고 느끼죠. 결국 스펙은 진리가 됐어요. 신경 안 쓰고 살면 주위로부터 왜 그렇게 사느냐고 손가락질 받고, 결국 사회에서 낙오가 되잖아요. 그런데 스펙이란 게 결국 사회적 눈높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다 함께 눈높이를 낮추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거죠.
박연
스펙을 쌓지 않으면 잉여인간이 되는 거예요. 제 주변에는 잉여에 대한 공포감을 갖는 친구가 많아요. 스펙을 쌓으면 내 미래가 더 밝아지겠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내가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잉여인간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어요. 낙오되면 안 되니까요. 대학교 2학년이 끝나면 휴학하는 친구가 많은데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난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고 불안감을 드러내요.
박은하
학생 입장에서 스펙을 포기하는 것은 꿈을 포기하는 거죠. 제 선배는 원하는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어요. 필기 성적은 굉장히 좋았지만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회사에서는 바로 일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턴 경험이 없는 선배를 탈락시켰어요. 여기서 스펙을 요구하는 사회를 탓해야 할까요 아니면 스펙을 쌓아야 할까요? 결국 스펙을 쫓겠죠. 스펙이 부족하면 꿈도 이루지 못하는 시대이니까 자꾸 침묵하게 되는 거죠.
김국현
여기에 대학이 부추기는 것도 있어요. 기업이 스펙을 요구하면 대학은 무비판적으로 따라갑니다. 이해는 합니다. 대학도 학생을 취직시키는 것이 생존의 문제잖아요. 다만 너무 기업의 마인드에 끌려 가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박은하
무리한 스펙 요구에 대해 대학이 반발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이 원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어요. 토익반을 자꾸 늘리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아요.
박연
대학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을 거예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 불만이 터져 나와요. 자꾸 경쟁만 부추기는 기업이 문제인 것 같아요. 흔히 기업에서 '영어 잘한다고 뽑았더니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말하잖아요. 자기 것만 챙기고 가족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건데 결국 그렇게 만든 것이 기업이잖아요. 모순 투성이죠.
김국현
결국 스펙이나 일자리 문제는 고용의 끈을 쥐고 있는 정책과 기업의 책임이 큰 거죠. 어쨌든 그들이 주도하잖아요. 우리는 거기에 잘 보여서 삶을 영유해야 하는 거고요.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지난 3월 이른바 '김예슬 선언'으로 대학가는 들썩거렸다. 20대가 안고 있는 문제는 김예슬씨가 붙인 대자보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20대 스스로가 자신의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낸 계기였다. 언론 매체가 이를 보도하면서 20대는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박은하
김예슬 선언을 보면서 내용에는 동감했어요. 대자보와 자퇴라는 것도 개인이 용기를 내서 내린 결정이잖아요. 그런데 존중해 줘야 하는데 자꾸 비판하고 깎아내리는 이들이 있어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박연
김예슬씨가 말한 것은 사회 문제인데 사람들이 자꾸 김예슬씨의 행동에 초점을 두는 것 같아요. 자퇴를 안 했느니, 재입학을 알아 봤다느니…. 핵심은 그게 아니잖아요.
김국현
누군가는 왜 하필 자퇴냐고 비판했어요. 기성세대 가운데에는 치기 어린 행동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어요. 마치 '물에 빠져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데 왜 더 크게 소리치지 않으냐'라고 나무라는 모습 같았어요. 20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박은하
맞아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 적이 많았어요. 한번은 스펙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출판사 사장님이 '이거 새로운 이야기니까 책으로 내자'고 제안했어요. 20대에겐 너무나도 뻔한 이야긴데 다른 세대에게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거죠. 이 말을 듣고 '아, 어른들은 우리를 정말 모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연
저는 관자놀이라는 자작곡을 만드는 음악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노래를 만들고 모아서 앨범도 냈어요. 음반 제목이 < 야간활동 > 이에요. 그게 뭐냐면 낮에는 교수님과 부모님, 사회로부터 압박을 당하니 밤에 활동한다는 의미예요. 타이틀 곡은 < 엄마한텐 비밀이야 > 예요. 밴드하는 것이 엄마한테 비밀이라는 내용이죠.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이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삶, 이게 20대의 상황이죠.
김국현
20대가 처한 상황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모두 공감하잖아요.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번 투표가 가장 가까운 방법이 될 수도 있겠죠.
박연
우리가 지금 엄청 힘들고 고통스럽고 짜증나는 상황이란 걸 보여 줘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그 방법 가운데 하나는 투표가 될 수도 있겠죠. 필요하다면 좀 더 위협적인 모습이라도 보여 줘야겠죠.
박은하
폭력시위?
박연
폭력은 아니더라도…. 자꾸 착한 모습만 보이니깐 항상 20대를 걸고 넘어지는 것 같아요. 솔직히 20대를 레깅스나 재킷처럼 하나의 상품으로 잘 팔잖아요. 이런 자리도 그런 의미가 될 수 있겠죠.
박은하
또다시 20대 투표율이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20대는 이렇게 문제라는 시각이 아니라 20대 문제를 잘 풀어 보자는 담론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글·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29 09:43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많은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서민을 위한 공약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반해 투표율이 가장 낮은 20대 청년층을 위한 공약은 많지 않다. 4월 23일 현재까지 20대 청년층 공약을 내놓지 않은 당도 있다. "20대 청년층이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20대를 위한 공약 준비가 후순위로 밀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자가 각당 정책위에 20대 청년층 공약을 요구했을 때 "아직 준비가 안됐다" "정리를 아직 못했다"는 설명을 많이 들은 이유다.
↑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이 벽에 붙은 하숙 전단을 살펴보고 있다. 20대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공약도 지방선거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경향신문
↑ 4월 11일 21개 대학 총학생회 소속 대학생들이 ‘대학생 유권자연대’ 발족식을 열고 지방선거 투표 참여율을 높이고 20대의 요구를 실천할 후보자에게 투표하자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정근 기자
한나라당은 야당에 비해 20대 청년층을 위한 공약 준비에 소홀하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현재까지 6·2 지방선거 공약시리즈 6차까지 내놓았다. ▲장애인 ▲농어촌 ▲지역발전 ▲육아복지 ▲서민금융 등이다. 4월 23일 현재 20대 청년층을 위한 정책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한나라당 정책국 관계자는 "아직 20대 청년층을 위한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등록금 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보내온 '서민·중산층 생활비 다이어트' 공약 가운데 '2012년까지 통신비 20% 인하' 공약이 20대를 위한 공약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통신비 인하를 위해 '초당과금제 도입' '월별정액제 차기 이월' 등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나라당에 비해 야당은 20대 청년층을 위한 공약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야당은 등록금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2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을 발빠르게 내놓았다. 민노당은 얼마 전 '2010 지방선거 매니페스토 공약집'을 펴냈다. 여기에 청년 공약도 자리잡고 있다. 민노당이 내놓은 공약은 ▲청년실업의무고용제 도입 ▲실업부조 도입으로 청년실업자의 고용안전망 확충 ▲대학 장학금 대폭 확대 ▲시·도립대 등록금 무상 ▲20대를 위한 임대아파트 확대 공급 등이다.
민노당의 공약 가운데 20대 청년층을 위한 주거 공약이 눈에 띈다. 김수정 민노당 정책위원회 기획국장은 "대학가 인근 원룸의 전·월세금과 하숙비가 치솟아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더욱이 뉴타운재개발 사업으로 소형 주택이 사라지고 있어 20대 청년층의 주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대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지원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더 좋은, 더 많은 일자리' 구호를 내세워 청년실업 해소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공서비스 확대 ▲실업수당 도입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비정규직 남용 규제 등을 20대 청년층 공약으로 내놓았다. 눈에 띄는 공약은 ▲과다 스펙 해소다. 공무원 시험 과목에서 연관 직무와 상관없는 영어 시험을 제외하고, 구직 광고를 할 때 과다한 학력이나 자격 요구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공무원 공채 시험 필수과목에서 영어를 제외하고, 지방공무원 공채 시험 선택과목으로 외국어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학생·청년층, 정책안 공동 요구
민주당은 청년실업 대책과 등록금 절감 공약을 발표했다. 청년실업 대책으로 ▲청년고용기금 조성 ▲고용보험 미가입자 실업급여 지급 ▲아르바이트 보호법 제정 등이다. 청년실업자나 구직을 포기한 비경제인구 등 500만명에 이르는 '사실상 실업자'들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물가지수 관리' 공약은 대학생들의 체감 물가를 낮추겠다는 약속이다. 등록금, 주거비, 학원비, 통신비, 교통비 등 대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품목을 지정한 다음 물가지수를 개발하고 소비자물가지수 및 생활물가지수와 비교·관리한다는 복안이다.
창조한국당도 청년층 일자리 문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중소기업사회복무제도로 전환 ▲근로시간 단축 ▲파트타임직의 정규직화 등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정부는 산업기능요원 관련 비리가 빈번하게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 산업기능요원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창조한국당은 "대안을 마련하고 폐지해야 한다"면서 "산업기능요원제도를 폐지하면 사회복무제도와 상근예비역제도를 대안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 파트타이머' 도입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전일제 노동자와의 차별 금지와 파트타이머의 전환 보장이 관건이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각당이 2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을 선보이고 있지만 정작 20대 청년층이 요구하는 목소리와는 온도 차가 있다. 등록금 문제에 관해 각당은 장학금을 대폭 확대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대학생유권자연대 등 20대 유권 단체는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 방안에도 온도 차가 존재한다. 20대 청년층은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실업급여제를 요구하지만 이를 받아들인 공약은 별로 없다. 민주당의 공약 가운데 '청년실업부조제'가 20대 요구를 받아들였다. 민노당은 20대가 요구하는 주거 문제 해결 목소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받는다. 민노당은 20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아파트 확대 공급'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20대 청년층은 직접 각당에 정책 공약을 요구하기로 했다. 4월 25일 한국청년연합(KYC), 한국청년연대(전국 64개 청년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2010청년유권자행동과 대학총학생회가 소속된 대학생유권자연대 2U가 공동으로 '2010지방선거 대학생, 청년 공동정책요구안 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 20대 청년층은 각당에 ▲대학생 교육정책 ▲청년주거정책 ▲청년고용정책 ▲피선거권 나이 제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정책위원장은 "각당이 내놓은 공약 내용이 대동소이한 것 같은데, 실제 우리 목소리가 담겨 있지는 않았다"면서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기숙사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을 토론회에서 요구했다. 우리 목소리가 각당의 공약에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커버스토리]20대여! 가자 투표소로, 세상을 바꾸러~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29 09:43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울산
↑ 4월 11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유권자연대 ‘2U’의 발족식에서 참가자들이 투표 참여를 다짐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이들은 우선 올 지방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을 대폭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30%대로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낮았던 만큼 투표율부터 높이겠다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역대 선거 투표율을 보면 20대 투표율은 항상 낮았다. 20대 투표율은 지난 18대 총선(2008년 4월)에서 28.1%, 제4회 지방선거(2006년 5월)에서 33.8%를 각각 차지해 세대별 투표율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학내 투표소 설치 투표율 제고 운동
투표율 제고 운동은 학교 내에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운동과 지방 출신 학생들의 전입신고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능하면 많은 학생이 학교 기숙사, 학교 근처의 하숙집·자취방 등으로 주민등록을 옮겨 학교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거나 학교 주변에 투표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학교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는 2000명 이상의 유권자가 부재자 투표 신고를 하면 가능하다. 이번 지방선거 부재자 투표는 5월 28~29일 이틀 동안 실시된다. 대학생유권자연대는 이에 따라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지방대학생들로부터 부재자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대련 등 유권자연대는 부재자 투표 기준 인원인 2000명을 500명 정도로 대폭 낮춰 달라는 요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해 놓고 있다.
또한 대학생유권자연대는 학내 투표소 설치를 위한 전입신고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학교 내에 지방선거 투표소를 설치함으로써 대학생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학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면 투표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수원 장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선관위는 성균관대 기숙사에 주민등록을 옮겨 놓은 학생들을 위해 대강당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이곳에 투표소가 설치된 것은 해당 유권자 4700명 가운데 3347명이 성균관대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재·보선에서 투표권이 있는 기숙사생 3347명 가운데 1904명이 투표했으며, 성균관대생의 투표율은 무려 56.9%로 집계됐다. 당시 이 지역 평균 투표율인 35.8%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것. 성균관대생의 높은 투표율은 여론조사에서 전날까지 5%포인트 이상 뒤지던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를 누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민주당과 한나라당 측은 분석하고 있다.
공개 질의 준비 '놀러와! 거리캠페인'
대학생유권자연대는 20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대학생유권자연대는 4월 30일 5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광장(또는 여의도공원)에서 '보트 포 체인지(Vote for change)'라는 주제로 문화공연 등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생유권자연대는 각당 서울시장 후보가 정해지는 5월에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학생유권자연대의 정책요구안을 후보자들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대학생유권자연대뿐만 아니라 다른 연대회의나 개인들도 활발히 20대 정치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연대회의가 '20'Party'다. '20'Party'는 20대가 연대해 지방선거에 참여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3월 28일 정식으로 발족했다. '20'Party'에는 한국청년연합(KYC) 20대 모임인 '체인지 리더' '청어람아카데미' '대학생 정토회' 등 단체와 뜻있는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20'Party'는 ▲20대 투표율 10%포인트 높이기 캠페인 ▲놀러와! 거리캠페인 ▲20대 커피 파티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FGI(표적집단면접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놀러와! 거리캠페인'은 서울시장 공개채용(서울시장 초청토론회) 면접위원을 모집하고, 면접 때 할 질문을 공모하는 등 서울시장 공개면접을 위한 준비 활동이다. 지금까지 '놀러와! 거리캠페인'은 대학로, 홍대거리, 연세대, 인사동 등지에서 진행됐다. '놀러와! 거리캠페인'에서 모아진 질문들은 5월 초순으로 예정하고 있는 '서울시장 공채프로젝트'에서 각 당 후보자들에게 질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0'Party'는 5월 3일 대학로 소극장에서 각당과 후보자들에게 제출할 20대 정책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정책 초이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책 초이스'를 위해 '20'Party'에서는 20대를 대상으로 FGI를 실시하고 있다. '20'Party'는 20대들과의 직접면접(FGI)을 통해 등록금, 군대문제 등 부문별로 정책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김성환 '20'Party' 대표(중앙대 휴학생)는 "거리 캠페인에 나가면 기존의 선입견과는 달리 1~2시간만에 대학생 1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젊은이들이 호응도가 좋다"면서 "20대들이 과거와는 달리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청년연대와 88%세대운동본부도 한나라당, 민주당 등 각 당에 전자투표제 시행 등 투표율 제고 방안에 대해 질의서를 보내는 등 유권자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청년연대는 전국 64개 청년단체가 결성한 2030 연대회의이며, 88%세대운동본부는 '88만원세대'라 불리는 20~30대의 투표율을 88%까지 끌어올리자는 유권자운동 단체다. 이 밖에 진보 진영 청년들로 구성된 '2030 정치주권 네트워크'는 정치권에 2030세대를 위한 정책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2030 정치주권 네트워크'는 특히 '20대 정치인'의 지방의회 진출을 위해 직접 후보를 발굴, 출마시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대학생 등 20대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려는 이유를 무엇일까. 청년실업, 비싼 등록금, 주거 문제 등 무엇보다 이들 앞에는 피할 수 없는 생존권적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대 유권자운동 단체들은 세종시법 수정, 4대강 사업 반대 같은 거대한 이슈보다 본인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로 정치권과 소통하려 하고 있다.
대학생유권자연대 등 20대 유권자단체가 지방선거에서 요구하는 정책을 보면 첫 번째로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에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조례는 대학생이 은행으로부터 학자금을 대출받을 때 이자 가운데 일부를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의 비효율성에 따른 것이다. 최근까지 대학생들의 ICL 대출 건수는 전체 학자금 대출 건수의 28.1%에 그치고 있다. 이같이 ICL 대출이 저조한 이유는 5.7%라는 고이자율과 군 복무 시에도 이자 적용, B학점 이상 신청자 자격 제한 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유권자연대는 일반 상환 학자금대출이 훨씬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지자체에 학자금 대출 이자의 일부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한국대학생연합 조현실 집행위원장은 "교육은 서비스 상품이 아니라 공적 영역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듯이 교육 재정을 확충해 등록금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청년 실업과 관련해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실업급여제를 요구하고 있다. 청년고용할당제는 지방공기업 등이 사원을 채용할 때 20대 청년 5% 고용을 의무화하자는 안이다. 청년실업 급여제는 일반 실업급여제와 같이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실업급여를 지급하자는 안이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공부해도 일자리가 한정돼 있는 만큼 정부가 졸업 후 평균 취업기간을 정해 실업급여를 청년 실업자들에게 지급하자는 방안이다. 세 번째로 주거문제와 관련해 20대 유권자들은 대학생 전용 임대주택 건설 및 시·도립 기숙사 건설 확대 등을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대부분인 서울 지역의 경우 높은 집값과 치솟는 전셋돈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서울시가 공급하고 있는 대학생 전용 임대주택인 '유스하우징' 같은 20대를 위한 임대주택이 더 많이 공급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총학생회는 서대문구와 서울시에 학생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생활할 수 있도록 '20대 임대주택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20대 임대주택 건설' 관철을 위해 지방선거에서 지자체 후보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이다.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의 경우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서울의 경우 뉴타운 개발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작은 평수의 집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월세가 10만~15만원 선에서 가능한 '20대 임대주택'이 대학생들에게 공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대한 이슈보다 생존권 문제에 목소리
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에 냉소를 보내던 20대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높은 투표 참여율을 통해 기존 20대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지, 이번에도 역시나 일부 운동권 학생들과 진보진영 단체의 공허한 구호로 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대의 정치참여 낙관론을 보면 이 같은 견해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척박한 삶으로 내몰리는 20대가 생존권 투쟁의 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와 맥락을 함께한다. 즉 학생운동이 민주화 운동(1980년대)→스펙 쌓기 활동(1990년대)→생존권 투쟁(2000년대)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 정정훈 수유너머 연구원은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취업 등 본인들의 문제를 정치권이 무엇인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현재 20대의 움직임은 민주화 또는 민중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자신의 삶이 각박해진 것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대학생유권자연대가 사회동향연구소와 함께 대학생 9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5%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반면에 이번 선거에서도 20대의 정치 무관심은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다.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의 저자인 한윤형씨는 "언론 등에서 청년문제를 다뤄 대학생들이 투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그동안 20대 이슈가 정치권에서 외면돼 온 만큼 설령 투표율이 조금 올라간다 하더라도 20대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학 준비생인 김건우씨(한동대 국지지역연구소 연구원)는 "늘 그래왔듯이 대학생 유권자운동이 이번에 무엇인가 큰 결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20대들에게 정치는 복잡하고 답답하고 내 삶과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치부되는 것도 정치적 무관심의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
[커버스토리]점점 식어가는 대학가 ‘현실 참여’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29 09:43
한 학생의 알려지지 않은 강제연행 소식
그래도 비교적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학생운동 연대체는 한대련이다. 전국 70여 개 대학이 가입해 있는 한대련은 올해로 6기째를 맞이하고 있다. 의장은 김유리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다. 한대련은 지난해 말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지방선거 대학생유권자연대 2U 등의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사회 분위기는 아직 '썰렁'한 편이다. 학생운동단체인 대학생사람연대의 전 집행위원장 최기원씨(서울대 경제학부·27)는 "오히려 사회생활하는 직장인보다 학생들이 더 지방선거에 둔감한 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소통할 수 있는 자치 단위인 과·반 학생회나 학회 같은 학내 공동체가 무너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대학가 선거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운동권'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그것을 '운동권 낙인'이라고 불렀다. 2006년에 대학에 입학한 정다혜 학생회장은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이미 그런 분위기는 있었다"고 말했다. 운동권에 반감을 가진 이른바 '비운동권'(비권) 후보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는 비권후보다"라는 것을 당당히 내걸며 총학생회에 입후보하는 후보가 19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났다.
기자는 4월 21일 연세대를 방문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20대 임대주택'과 '20대 공약'을 요구하는 운동을 펼 계획이다. 총학생회는 학교도서관 맞은편 학생회관에 자리 잡고 있다. 20여 년 전 기자가 신입생일 당시 처음 방문한 학생회관 로비에서는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 '5·18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비디오를 본 학생들은 "학살원흉 처단" "군부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1주일에 2~3일은 각종 사회 이슈를 내건 집회가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그리고 다시 2010년. 학생회관 바닥과 계단에는 새로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2층에 올라가는 계단엔 1988년 6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최루탄에 희생된 이한열과 1996년에 사망한 노수석의 영정이 나란히 걸려 있다. 학생회관 3층엔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소속 동아리방이 있다. 자유교양, 로타랙트, 만화사랑, 목하회 등 20여 년 전 동아리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시 이들 동아리는 '운동권'의 주축이었다. 목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욱씨(사회과학계열 2학년)는 "지금 동아리는 더 이상 그 자체가 운동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리에서 하는 세미나는 오로지 학술적 연구 목적이다. 목하회는 원래 정치경제학 연구회였다. 지금은 사회과학학회로 바뀌어 있었다. 이날 열린 세미나 주제는 '동양 사상'이다.
더 이상 집회가 열리지 않는 '민주광장'
정다혜 학생회장에 따르면 도서관 앞 '민주광장'에서 집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3월 노수석, 6월 이한열 추모집회 만이 예외다. 집회소음 문제는 1990년대에도 치열한 논란 대상이었다. 1990년대 후반, 집회는 민주광장에서 퇴각해 학생회관 계단에서 열렸다. 이제는 그것마저 사라졌다. 199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던 '선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강원도 춘천에서 사랑의연탄나눔운동본부·일촌공동체 강원본부를 이끌고 있는 허영 대표는 1992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그는 "현재 대학사회의 의식 변화를 과거의 잣대로 평가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끈 '사랑의연탄나눔운동'엔 올해 2월 한림대·강원대 학생 500여 명이 총장·교직원과 함께 연탄을 때는 가구도 조사하고 연탄 2만장을 마련해 직접 나눠 주기도 했다. 허 대표는 현재 학생운동 상황을 모른다는 전제 아래 "흔히 2.0시대라고 이야기하는데 학생운동도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소통 매체를 적극 활용해 학생들의 분출하는 다양한 요구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쓴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1년 전대협 의장을 지낸 김종식 하이프롬 대표는 "워낙 먹고 사는 문제가 각박해지다 보니 사회적 이슈나 타인에 대한 관심이 약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그는 "청년실업 문제가 구조적 문제라면 사회·정치적 문제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야 한다"면서 "너무 개인 안으로 움츠러들면서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
"온라인 소통 노력은 오히려 늘어나"
6·2 지방선거를 맞아 투표 참여 운동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올라오면서 보니 일반 학생들은 거의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학사회 보수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어떤 정치 사안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예전보다 관심 자체가 줄어들었다기보다 표출하는 것이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대자보를 붙인다든가 공개 논쟁하는 것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대신 학내외에서 대학생들이 스스로 만드는 매체는 늘어나고 있다. 꼭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인터넷라디오를 만든다든가 잡지를 만든다든가 하는 식의 활동은 오히려 늘고 있다."
소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 갔다는 말인가.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한 소통의 노력을 하고 있다. 확실히 많이 변했다는 걸 느끼는 것은 건의나 의견이 이전에는 대의 체계를 통해 이뤄졌지만 지금은 온라인문화가 발달하고 공동체 문화가 많이 약화되면서 직접 소통, 1대1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과·반 단위 학생회를 거친다기보다는 총학생회로 직접 의견이 많이 들어온다."
지금 총학생회가 이른바 운동 쪽인데도 거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는 지금 대학생과 20대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학생회가 되겠다고 선거에 나왔다. 기조가 대학생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이고, 개개인의 삶과 공동체를 지지한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운동권이나 비운동권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정책사업을 펼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내용으로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학생들이 다른 가능성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어진 틀 안에서 경쟁만 되풀이해서는 지금 세대가 새로운 돌파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학업의 현실이 학점 중심, 경쟁 중심으로 굴러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대학생들이 영어학원이나 각종 전문학원을 다니면서 '스펙 쌓기'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냐는 비판도 하지만 거꾸로 그런 가능성을 사회가 얼마나 보여 줬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에 올 때는 누구나 많은 꿈을 안고 온다. 벤처를 하고 싶은 친구도 있다. 그런데 대학의 현실이 그런 가능성이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됐는지 다시 한 번 되묻고 싶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커버스토리]젊은 그대, 직접 ‘선수’로 나섰다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29 09:43
↑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이기중씨의 ‘블랙데이’ 명함.
↑ 〈strong〉구·시·군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strong〉〈br /〉13 경기도 광명시라선거구 민주당 조화영(28)〈br /〉14 경기도 부천시마선거구 진보신당 김소연(29)〈br /〉15 경기도 의정부시나선거구 국민참여당 임동욱(29)〈br /〉16 경기도 의정부시다선거구 국민참여당 임희경(29)〈br /〉17 강원도 동해시나선거구 국민참여당 전솔(28)〈br /〉18 충북 청주시라선거구 국민참여당 김용환(28)〈br /〉19 충남 공주시라선거구 무소속 이민영(27)〈br /〉20 충남 연기군다선거구 민주당 고준일(29)〈br /〉21 충남 계룡시가선거구 자유선진당 박관순(28)〈br /〉22 경북 경주시가선거구 민주당 손예진(25)〈br /〉23 경북 구미시바선거구 무소속 김수민(27)〈br /〉24 경기 오산시나선거구 한나라당 김지혜(26)
↑ 〈strong〉구·시·군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strong〉〈br /〉1 서울 성북구가선거구 국민참여당 정종민(28)〈br /〉2 서울 서대문구나선거구 무소속 조덕현(29)〈br /〉3 서울 금천구라선거구 자유선진당 온희정(27)〈br /〉4 서울 관악구아선거구 진보신당 이기중(29)〈br /〉5 서울 서초구다선거구 한나라당 김병민(28)〈br /〉6 서울 강남구라선거구 민주당 이관수(27)〈br /〉7 대구 동구나선거구 민주노동당 황순규(29)〈br /〉8 인천 동구나선거구 무소속 남궁형(29)〈br /〉9 대전 서구가선거구 무소속 김종관(29)〈br /〉10 대전 유성구라선거구 자유선진당 이은창(27)〈br /〉11 경기도 과천시가선거구 무소속 김현석(27)〈br /〉12 경기도 광명시나선거구 한나라당 임희정(26)
↑ 〈strong〉광역시·도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strong〉〈br /〉1 인천 남구 제1선거구 한나라당 이형호(26)〈br /〉2 대전 동구 제2선거구 한나라당 김은선(26)〈br /〉3 대전 유성구 제3선거구 진보신당 장주영(27)
↑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는 광역시·도 의원 3명, 구·시·군의회 의원 29명의 20대 예비후보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인쇄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인쇄소 직원들이 이번 지방선거 홍보 포스터의 인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김씨는 이번 6·2 지방선거에 출마 예정인 20대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비후보자명부'에 따르면 4월 23일 현재 20대 예비후보는 전국적으로 32명. 광역시·도의회의원 선거 출마자가 3명이고, 구·시·군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가 29명이다. 예비후보 전체 등록자 수가 시·도의원은 2110명이고 구·시·군 의원은 6418명이니 20대는 둘을 더해 전체 후보자의 2.6%에 불과한 셈이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함께 뽑는 시·도지사나 구·시·군 의장, 교육위원 및 교육감 후보는 현재까지 한 명도 없다. 지역적으로 보면 시·도의원 예비후보는 인천이 1명, 대전이 2명이다. 구·시·군의회 의원 출마자는 서울 8명, 경기 9명, 대전·충남 각 3명, 경북 2명, 대구·인천·강원·충북 각 1명 등이다. 아직은 예비후보 등록단계여서 예비후보는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복수의 예비후보가 등록한 정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가 탈락할 수 있다. 실제 취재 도중에 한 20대 예비후보는 다른 후보가 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자동탈락했다. 무소속 후보는 그나마 본인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무소속 예비후보는 6명이다.
"회사엔 비밀" 무소속 출마한 까닭
조덕현씨(서울 서대문구 무소속 예비후보·29)는 회사원이어서 평일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주말에만 주민들을 찾아다닌다. 그가 밝힌 출마의 변은 이렇다. "실질적인 복지나 민생 같은 거, 구나 동과 관련해 활동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청장조차도 지역구 국회의원 뒷바라지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잖아요. 자꾸 위만 바라보니 동민이나 구민들은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혜택을 못보고…." 왜 무소속일까. 그는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학교 다닐 때도 총학생회라든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3~4년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 왔다. "홍보물도 제작 중이고 현수막도 일주일 뒤면 나와요. 혼자 하는 것이니 결국 발로 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조씨는 아직 회사에 출마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회사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했다)
한나라당·민주당 등 기성정당의 20대 예비후보들은 '누군가 유력한 인물의 영향을 받아'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공천이 확정된 김병민씨(28)는 2007년에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학교 축제 때 가장 모시고 싶은 연사가 누구냐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고승덕 변호사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어요. 그때 만난 인연으로 나중에 총선 때 돕게 됐고, 그게 또 인연이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총학생회장으로 있을 당시 김씨는 이른바 '비운동권총학생회장'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학생회 선거와의 공통점과 차이는 무엇일까. "똑같이 중요하고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대상은 모셔야 할 사람들이 학생이고, 여기서는 주민이라는 거예요. 그래도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만 주민들을 만날 기회는 쉽지 않네요. 또 학생 때는 저랑 비슷한 연령대이다 보니 나이와 관련한 부분을 끄집어내면 되지만 지역사회는 다양한 연령층과 이해관계가 있는 게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젊은 층의 정치 참여와 관심'이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이야기하기도 전에 무관심으로 치닫는 거예요. 관심도 별로 없고…."
광명시 라선거구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조화영씨(여·28)는 선거 출마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 쪽에 워낙 관심을 많았고 공부도 그쪽으로 했어요. 말하자면 이론만 공부한 셈인데 실제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사람을 만나서 제 생각과 그 사람의 생각이 합쳐지고, 볼 때마다 달라지는 그 과정이 말이에요."
일반회사원인 남편도 흔쾌히 동의해 줬고, 시부모나 가족도 적극 응원하고 있다. 조씨는 민주당 후보이지만 한나라당 쪽 후보도 결국 이야기해 보면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떨어지면 다음 선거 때는 한나라당으로? "그럴 것 같진 않은데요. 처음 제가 정치를 하려 했을 때 믿음을 준 분들이 민주당 분들이고, 신념이나 이런 차원에서 민주당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유선진당 예비후보로 금천구에서 출마 예정인 온희정씨(여·27)는 트로트 가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음반도 벌써 2장이나 낸 나름대로 지명도 있는 인물이다. 그는 왜 구의원에 출마했을까. "사실 6살 때부터 노래를 시작해 우리나라 방방곡곡 봉사활동을 안 가 본 데가 없어요. 그런데 유독 제가 사는 우리 동네에만 봉사활동을 못했어요. 이번 기회에 구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민원에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글이 있던데 그런 것도 시정하고 동네를 위해 봉사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 참여가 '가수로서의 경력'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으면 아예 처음부터 못했을 거예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가족·친지 등 모든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거고요."
20대 관심 저조가 가장 아쉬워
기성 정당 20대 예비후보들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연륜 있는' 당내 경쟁자들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군소정당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진보 정당 후보들은 대부분 예비후보가 후보로 확정돼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시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장주영씨(진보신당 카이스트 당원모임 대표·27)는 "결과는 낙관할 수 없지만 해 볼 만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직 의원이 이쪽 지역구로 나오게 되었거든요. 4선의원이랑 20대인 젊은 여성이랑 한 지역에서 맞붙는 구도인데, 저도 두근두근해요. 어떻게 틈새를 파고들어 공략해야 할지…." 물론 이 지역구가 양자 대결구도는 아니다. 현재 4~5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그는 '색다른 유쾌함'이라는 선거 구호를 내걸고 있다. "사실 20대에게는 연애하는 것이 권력일 수도 있어요. 연애를 못하면 루저, 이런 이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12년 동안 기숙사 생활만 했거든요. 막상 누군가를 사귀어도 둘이서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요.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거예요. 주거권이나 문화 향유에서도 기본권이 제약돼 있다는 것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진보신당의 이기중씨(서울 관악구·29)가 낸 이른바 '블랙데이 한정판' 명함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솔로들이여 힘을 냅시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씨가 자장면 가락을 입 안 가득 물고 있는 포맷이다. "그날 하루만의 컨셉이었는데 의외로 인터넷에서 많이 퍼져 응원문자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 지역 유권자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이씨가 출마한 지역은 고시생이 많다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20대와 30대 젊은 층을 위해 원룸형 임대주택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지난해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서울시와 SH공사의 협조로 '학외 기숙사'가 추진됐는데 이것을 확대해 학생이 아닌 사람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구의원이 실천 가능한 공약일까. "남는 원룸을 구청이 사고, 구청이나 시·SH공사가 리모델링하는 형태로 임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립영화 상영관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큰 공간이나 재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보 정당 후보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6·2선거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편이다. 대구 동구에서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순규씨(29)는 "직접 돌아다녀 보니 민심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육이나 교육을 하다 보면 사각지대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 부분을 찾다 보니 의회에서 지역 구의회 일을 하면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게 됐습니다. 의원도 자신의 의정활동비를 다 가져가지 말고 조례를 추진해 노동자 임금 수준에서 받고, 그 대신 나머지 돈은 민생 예산으로 돌리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국민참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임희경씨(29)는 "출마의 가장 큰 목적은 MB정권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씨의 주장. "사실 의정부 지역은 시장이나 시의원이 모두 다 여당이어서 복지 예산이 깎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정권심판 문제는 자연스럽게 복지와 연결됩니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라고 새겨 넣었다.
"6·2 지방선거는 MB정권 심판 무대"
인천 동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남궁형씨(29)는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면서 만난 일부 현직 시의원들의 '고백'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실 일반 시민들은 구의원, 시의원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논문 때문에 어떤 자리에 가서 이야기를 듣는데 속내를 말씀하시더군요. 뉴스를 보면 병풍처럼 국회의원 뒤에 서 있는 사람들 있잖아요? 왜 구·시의원들이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선거 때 공천을 받기 위해서'라는 거예요." 그가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기초의원 경우 90% 이상이 무당파로 알고 있어요. 기초의원은 다른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꽤 달콤한 유혹이 되는 거예요. 우리 동네의 경우 연 3500만원을 받는데 타이틀도 타이틀이고 돈도 들어오니 사람들이 감투에 혹하는 거예요."
그는 권력을 얻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역정치 주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4년 임기가 끝나면 주부님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저 말고 좋은 후보를 찾아 물려줄 생각이에요. 기초의원은 지역민들에게 돌려줘야지요." 그 역시 회사원이었다가 현재는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휴직했다. "과장으로 승진하고 한 달 정도 뒤였는데 여자 친구에게 멱살도 잡혔어요. 4400만원이 법정 선거비용 한도인데, 저 같은 경우 결혼자금을 쓰게 될 게 뻔하니…." 남궁씨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선거 과정에서 겪은 웃지 못할 경험담을 책으로 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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