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2돌 창간특집 여론조사 2] 사회의식 분석
시장 중심 사회에 피로감…국가역할 확대 기대 | |
[한겨레 22돌 창간특집 여론조사] 사회의식 분석 비정규직·청년실업·빈곤층 증가로 삶 불안 국가역할-개인가치 ‘균형사회’ 요구 증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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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 22돌 여론조사의 결과엔, 시장과 기업 중심 사회로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짙게 묻어난다. 조사 결과에 나타난 사회의식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포착할 수 있다.
첫째, 사회 양극화로 귀결되는 약육강식의 ‘시장사회’에 대한 우려가 크게 반영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그릴 때,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나 문화적 자유와 창의성이 존중되는 사회는 이제 사치가 될 정도로 현실이 각박해진 것일지 모른다. ‘빈부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를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의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데는 시장의 공공성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배어 있다. 특히 빈부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에 대한 바람이 젊은 세대일수록 강렬하다는 사실은 청년세대의 위기가 그만큼 가혹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둘째, ‘정책 지향’에서 실질적인 진보 성향이 크게 늘어났다. 2004년의 <한겨레> 여론조사와 이념지형을 비교할 때 중도 성향은 큰 변화가 없으나, 무응답이 크게 늘어났고, 진보 성향이 줄어들어 보수와 진보가 비슷한 분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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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가 블루칼라에 비해 진보적이라는 점이 눈에 띄며, 젊은 세대일수록 진보 성향이 뚜렷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념 성향이 잦아든 감이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 역할 확대, 우리 사회의 미래상, 지향할 사회상으로서의 북유럽형 복지국가에 대한 선호도는 보수·진보 모두 높다는 사실과 함께, 구체적인 복지정책에 대한 입장이 유사하다는 점은 적어도 사회발전의 방향과 정책적 선택에서는 우리 사회의 진보성이 증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점은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 중심 담론으로서의 이념 대립과, 실질적 정책에 대한 국민 선호로 나타나는 이념 구도가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삶의 균형성을 추구하는 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지역, 계층, 세대, 이념에 관계없이 복지를 통한 형평성을 추구하거나 국가가치와 개인가치가 공존하는 현상 등은 ‘균형사회’를 전망하게 한다. 2004년 조사에 비해 복지의 가치가 크게 늘어나면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선호도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또 복지정책과 관련한 평등주의적 인식이 높고, 국가 역할과 공동체 가치의 복원을 추구하면서도 개인의 노력에 따른 성공 가능성 또한 내면화되어 있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균형성의 회복에 대한 열망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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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가 더이상 추상적인 경제위기 극복이나 총량적인 부를 늘리는 데 관심을 갖기보다 일상의 안정된 삶, 상생과 공존의 공동체에 기반을 둔 균형사회에 대한 바람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정책의 우선순위는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에 두어져야 한다. 정부가 몰입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나 알맹이 없이 화려한 정치적 수사들은 국민 염원과는 늘 엇박자일 수밖에 없다. 2010년의 국민들은 정부가 ‘균형사회’로의 안내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
기사등록 : 2010-05-13 오후 05:55: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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