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사회학회] 한국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학술대회
‘정치의 사법화’ 타개할 새 공화주의 제안 | |
‘갈등’ 사법적 해소…‘민주’위기 “법 지배 대신 정당·의회 강화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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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사회학회 ‘한국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학술대회
‘5·18 30년,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색’ 국제 학술대회의 하나로 비판사회학회가 최근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오른 ‘한국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27일 연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공화주의를 내세우는 추상적인 담론을 넘어서 공화주의와 그 조건들을 제대로 점검해보자는 취지다.
먼저 오승용 전남대 교수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매개 고리인 ‘법의 지배’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지적하며 논의를 끌어낸다. 정치의 사법화란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이 정치과정이 아닌 사법과정으로 해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정치권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자주 도입하거나,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헌재의 결정에 맡기는 현상 따위다. 오 교수는 발표문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적 현상”이라고 밝힌다. 정치의 사법화가 나타나는 원인에는 1987년 헌법에서 헌법재판소 등 준사법기구를 설치한 데 따른 제도적 원인도 있지만, 결국 정당과 의회의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져 법 지배에 기대게 된 것이 실질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갈등의 표출을 억제할 뿐 해소하지는 않는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오 교수는 “입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제 구실을 못하는 의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헌재의 합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논의를 통해 제3자개입금지 규정을 삭제했던 사례처럼 의회와 정당의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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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성찰 없는 공화주의 담론을 경계해 온 곽준혁 고려대 교수는 ‘공화주의적 헌정주의’를 위기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공화주의에서의 법치와 자유주의에서의 법치가 어떻게 다른지 우선 살핀다. 천부인권설에 기초한 자유주의에서는 기본권 보호를 내세워 정치과정으로부터 독립된 법치를 지지하지만, 인권을 사회적 구성물로 바라보는 공화주의에서는 정치적 심의와 구성을 배제한 법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곧, 자유주의적 헌정주의가 민주주의와 일정한 긴장관계에 있다면 공화주의적 헌정주의는 민주주의와 적극적인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공화주의와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정치적 원칙으로서 ‘비지배적 상호성’을 강조한다. 비지배는 ‘타인의 자의적인 지배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며, 시민들 개개인에게 비지배적 자유가 호혜적으로 구축될 때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의 공공성을 보장하는 법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공화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관계를 살핀다. 20세기 중반 해나 아렌트에 의해 부활된 공화주의적 덕목이 세계화로 인한 국가성과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사그러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사회적 민주주의’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화주의의 가능성을 탐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최현 제주대 교수는 ‘진보의 주체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인식에 대해 기존의 이론적 틀에 기대어 진보의 주체를 상정했던 접근을 비판하고, “민중·노동자계급·시민·다중과 정체성 집단 등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다양한 주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지를 편다.
기사등록 : 2010-05-26 오후 09:1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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