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정치 읽기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 한국에서 그 의미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

시놉티콘 2010. 6. 12. 16:18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 한국에서 그 의미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

 

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면서 정치권은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현실에서 확인했습니다.

그것은 진보개혁진영의 대중적 지반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확인한 시간이었으며 역으로 진보개혁진영의 미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절망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다양성의 공존과 대중의 정치적 욕망과의 결합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 진보개혁진영의 방향성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승리가 진보개혁진영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진보개혁진영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의 미형성

여전히 존재하는 진보개혁진영의 무능함에 대한 대중적 평가

대중의 정치적 욕망의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우리 안의 무지, 아니 우리 안의 아집

이 모든 것이 우리 시대 진보개혁진영의 자화상입니다.

 

이제 우리는 포착해야 합니다. 거창한 의미의 시대정신, 아니 핵심적으로 대중의 정치적 욕망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대중의 정치적 욕망이 가감 없이 표출되고 자유로운 소통과 쟁론이 벌어지는 공론장의 형성과 확대입니다.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는 전제입니다. 문제는 이제 어떻게 잘 먹고 잘 살건인지의 문제로 초점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세상, 나를 억누르는 모든 권위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대중의 울림과 분노

 

그리고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의 논리와 우리의 지식이라는 틀 안에 대중을 가두려는 그 질식할 것 같은 권위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대중은 시시각각 다른 얼굴과 다른 이야기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탄핵 반대의 돌풍과 압도적 의석을 만들어준 존재였던 대중이

우리를 질식하게 만드는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고

국정운영 지지도 50%를 넘나들며 호언했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것도 대중이었습니다.

 

언제난 시계추처럼 대중의 정치적 욕망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유권자들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들의 거대한 힘, 그들이 주권의 주인이라는 사실 그것은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것은 우리 시대의 헌정질서입니다.

그 질서 안에서 진보개혁진영의 가치와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또한 진보개혁진영의 임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남아 있는 분파주의, 정파주의, 분열주의, 지식인적 태도입니다.

아직도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자신만이 정치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있는 무지이며 아집입니다.

진보개혁진영 내부의 질식할 것 같은 권위주의를 파괴해야 합니다.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동등한 주체로서 현실에 개입하고 쟁론을 전개하고 실천의 연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공화제의 원리이며 우리 헌법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가치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현대적 공화주의의 원리를 대한민국의 헌법의 민주공화국 원리와 결합하는 것

대중들이 향유하고 갈망하는 개인적 자유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

그 개인적 자유 속에서 전개되는 기회의 균등, 합의제 민주주의, 다중 거버넌스를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배치하는 것

시장적 질서를 인정하되, 그 시장적 질서가 시민사회의 민주적 조정 안에서 규제되도록 구성하는 것

국가권력이 시민사회의 역동적 통제 아래 민주적으로 작동하도록 구성하는 것

 

진보개혁진영이 좌우로 나뉘어 말싸움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진보적 자유주의의 좌우를 넘나들며 합의적 정치를 구성하는 것

그것이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

역동적 복지와 생태사회의 가능성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의 정치를 구성해 내는 것

 

이것이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억누르는 권위주의를 시민사회의 힘으로 변환시키는 것

성찰적 반성으로 진보개혁진영 내부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권위주의를 파괴하는 것

그런 세상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의 광장에서 토론을 전개하고 정책을 만들어 가는 세상

 

이것이 한낱 꿈이 아니라

육신을 만질 수 있고 대화를 들을 수 있는 현실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것

시작해야 합니다. 논쟁을 거부하는 세상이 아니라 논쟁에 불을 붙이는 세상을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서울시청 앞의 광장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도처가 국민의 광장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봉사하는 정치를 만드는 것

 

한 여름 밤의 꿈이 아니라

살이 움직이고 땀이 흐르는 현실로 확인하는 것

그것 말입니다.

 

 

 

 

“진보적 자유주의, 야권묶을 사상적 키워드”

‘대안담론포럼’
합리적 복지국가·합의제 민주주의 구현해야 실현 가능
한겨레 이세영 기자 메일보내기 이유주현 기자기자블로그 김태형 기자기자블로그

 

»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림홀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를 주제로 연 제1회 대안담론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순성 동국대 교수,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김종걸 한양대 교수, 정석구 <한겨레> 논설위원.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의 자유주의는 불행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반공주의의 동의어였고, 민주화 이후에는 시장지상주의와 등치됐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자유주의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진보적 자유주의’ ‘사회적 자유주의’ 같은 담론들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1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한 제1회 대안담론포럼의 주제도 진보적 자유주의다. 여기엔 인류가 성취한 사상적 자산을 보수파가 전유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진보진영의 자각이 담겨 있지만, 현실적인 정치적 필요성 또한 작용하고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가 최근 본격화된 야권통합 논의에서 사상적 촉매제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다.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진보정당 사이에서 이념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당 쇄신모임의 천정배 의원이 “진보적 자유주의야말로 사분오열된 야권을 하나로 묶어낼 사상적 키워드”라고 평가한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연합정당론’을 제기하는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반향을 얻고 있다. 지방선거 운동기간이던 지난달 말 정상호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은 안락사의 공멸이냐 아니면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의 적극적 연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념의 정치세력을 포괄하는 미국 민주당 모델에서 대안을 찾는 정치권 외곽의 ‘386’ 그룹에서도 진보적 자유주의가 갖는 정치적 ‘접합력’에 주목한다.

 

이런 진보적 자유주의를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회적 평등과 경제적 평등의 확대를 사회발전 목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자유주의를 수용하는 이념”으로 정의한다. 그 특징은 △인간의 불완전성 인정 △정치적 자유주의의 수용 △자본주의 시장경제 인정 △불공정 분배, 실업, 환경훼손 등 자본주의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 역할 인정 등이다. 이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합리적 복지국가’라고 본다. 합리적 복지국가는 국가를 과신하지 않고, 국가의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는 점에서 ‘순진한 복지국가’와 구별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진보적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합의제 민주주의’와 ‘조정 시장경제’를 제안했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의 다수제 민주주의의 폐해를 막고 권력의 분점을 제도화하기 위해, 조정 시장경제는 자유시장의 실패를 막고 평등의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선, 소선거구제 대신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며 “이런 시도는 사회합의주의의 발전을 매개로 합의제 조정 시장경제를 촉진하는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 한국에서 자유주의 정치이념이 갖는 의미를 되짚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자유주의가 근본적으로 진보와 친화성을 갖는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념과 이론이 아니라, 현실 속의 권력과 사회경제적 자원을 약자와 소외층의 권익을 증진하는 구체적 행위의 차원에서 진보를 정의한다면 한국 현실에서 자유주의는 진보 이념에 가깝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취약한 사회경제적 진보성의 차원 뿐 아니라, 최근 전자발찌 소급입법 찬성 당론에서도 드러나듯 자유주의적 가치에 있어서도 철저하지 못한 한계를 보여왔다”며 “두 개의 가치 영역에서 당의 혁신 없이는 진보세력과의 연대도 연합도 무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진보든 보수든 자유주의적 가치를 내면화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미네르바와 김제동의 입을 막고, 전교조 명단 공개를 강행하는 한국의 보수정당으로선 협소한 자유주의, 좌파에 맞서는 대항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이유주현 기자 monad@hani.co.kr

기사등록 : 2010-06-11 오후 07: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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