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집단지도체제?
북한에서 노동당 대표자회가 1966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한국의 대부분은 언론은 이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후계승계가 공식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적어도 9월까지 김정은 권력승계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합뉴스는 서방 대북소식통의 전언으로 2008년 여름부터 김정일의 지위가 약화되었고, 김정일 사후 북한은 군부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또한 새로운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김정일의 지위가 실제로 약화되었는지,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구도가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이 기사와 함께 미국에서는 김정은 리더십연구가 이미 진행되었다고 하며 김정일의 건강이 다시 악화되었다는 익명의 관리의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다시 어슬렁거리는 '북한붕괴론'과 '흡수통일론'
문제는 이런 논의의 배경에는 뭔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그것은 북한붕괴론이다. 어쩌면 '20세기판 붕괴론과 흡수통일론'의 변형된 '21세기판 붕괴론과 흡수통일론'을 보는 것 같다.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어찌보면 정당하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모양새다. 이제 아마도 보수의 입장은 북한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방법과 붕괴의 가속화 방법 중에서 경착륙과 연착륙 중 어느 것에 방점을 둘 것인가의 문제로 집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모든 생각은 한반도의 구조적 환경과 역동적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 생각을 아예 무시하는 태도이다. 북한의 붕괴는 그저 바다 건너 어느 나라의 붕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한국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새로운 각축이 벌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대국의 직접적 개입력 강화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 남과북의 발언권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해방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가능했고, 분단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졌던 우리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앞으로 다시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우리의 목소리와 우리의 행동에 의하지 않은 한반도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어쩌면 재앙적 상황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보수주의자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북한이 붕괴되기를 바라는 그 간절한 염원이 오히려 한반도의 심각한 혼란의 원인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붕괴론 주장의 실체가 있는 것인지? 붕괴된 북한을 한국이 흡수통일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아니 근본적으로 그런 방식이 한반도에서 성립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논쟁이 필요하다.
보수주의자들의 믿음과 염원, 갈망만으로 그들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하루 이틀의 사안이 아니다. 북한정권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서방은 끊임없는 제재를 가해왔다. 그 사이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었다. 북한은 그 지독한 '고난의 행군'을 거쳤다. 북한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본주의의 핵심 시장을 만들고 유통망을 만들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붕괴하지 않고 저렇게 존재하고 있다. 그 '깊은 수수께끼'로 우리의 관심을 돌려야 한다. 주술과 같은 붕괴론의 꿈에서 깨어나 실질적으로 함께 살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확인했던 김대중 전대통령은 '햇볕정책'이다. 그리고 그것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햇볕정책 3.0'이 필요하다(3.0이라 지칭한 것은 1988년 노태우대통령의 7.7선언을 일종의 햇볕정책 1.0 하위버전으로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본 모습을 갖춘 햇볕정책 2.0으로 규정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새로운 지도자 위상과 집단지도체제
기사에 나온 김정일 2008년 여름부터 지위 약화라는 내용때문에 김정일 이후 새로운 후계자의 지위가 약화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이미 김일성 전 주석의 사망 이후부터 1997년까지의 '고난의 행군' 기간에 일정 수준의 새로운 권력구조가 자리잡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최고지도자와 군부와의 계약에 의한 유사 집단지도체제'로 명명할 수 있는 구조가 북한사회에 1997년부터 안착되었다고 판단된다. 그것이 소위 북한이 말하는 '선군정치'다. 군를 중시하는 정치는 일종의 권력계약을 의미한다. 그리고 북한이 주장하는 강성대국은 일종의 권력과 주민 간의 계약을 의미한다. 이중의 계약이 성립된 것이다. 최고지도자와 군부의 계약, 권력과 주민의 계약, 그것이 바로 '선군정치를 통한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구호로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김정일 이후의 권력구조도 당연히 집단지도체제의 형태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찌보면 파국적 권력승계가 아니라 이미 준비된 안정된 권력승계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만이 실질적으로 북한 상층권력의 안정적 균형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 서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가시화 된다는 것은 새로운 지도자 위상이 성립됨을 뜻한다. 김일성과는 다른 김정일, 그리고 김정일과는 다른 김정은이다. 김정은의 권력적 위상은 김정일에 비해 높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집단적 성격의 지도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예측하듯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권력승계가 가시될 것 같지도 않다. 북한이 주장하는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기해 북한의 새로운 후계자가 공식화될 것이기 때문에, 빠르면 올 9월 당대표자회, 늦어도 2012년 9월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예정된 수순으로 국가운영을 진행할 때 예측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를 더욱 냉전으로 치닫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움직임도 더욱 강화되고 있고,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북-중-러의 갈등구조가 더욱 높게 부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기식의 국가전략을 전개할 수 없다. 강성대국의 마지막 해결과제인 경제문제는 더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적어도 북한권력이 주민과 약속을 한 강성대국 건설의 계약이 성립될 가능성이 낮다. 또한 최고지도자와 군부 간의 계약관계로 흔들릴 것이다. 이 상황은 예외적 상황이다. 또 다른 방식의 출구전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빠른 예측과 보수적 염원(?)에 의해 윤색된 북한 읽기는 수정되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북한의 상황을 과학적 객관적으로 읽어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너무 크다.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오독할 수밖에 없다. 오독은 오답으로 직결된다. 오답은 한반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좋은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면밀하게 부화뇌동하지 말고 쫀쫀하고 미시적으로 북한을 읽어야 한다. 그게 지금 북한 전문가들에게 필요하다.
김정은 핵심당직 땐 사실상 ‘후계 공식화’ | |
측근에 주요당직 맡긴뒤 2012년 등장 가능성도 김정일과 ‘공동정권 권력체제’ 이행수순 밟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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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동당 대표자회 의미
북한이 올 9월 상순께 소집하는 ‘노동당 대표자회’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아들 김정은이 노동당의 핵심 당직에 진출하느냐 여부다.
일단 노동당 정치국은 이번 당대표자회를 공고하는 결정문에서 회의 개최 이유를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노동당 최고지도기관’은 5년마다 열리도록 돼 있는 당대회지만, 당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당대회가 선출한 당중앙위원회가 맡는다. 당중앙위 산하에는 정치국과 비서국 등의 기관이 있고, 당중앙위와 동급 기관으로 당중앙군사위원회와 당중앙검사위원회가 있다. 요컨대 44년 만에 열리는 당대표자회에서 이들 당 핵심기관의 성원을 새로 뽑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위원과 비서, 중앙군사위원 등의 주요 직책을 맡게 된다면, 이는 북쪽이 ‘3세 후계체제’를 나라 안팎에 공식화하는 것을 뜻한다. 김정일 위원장도 1974년 2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 정치위(현 정치국) 위원으로 비공개 선임되며 ‘후계자’로 내정됐으나, 후계자 지위가 공식화한 계기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공개 선출된 6차 당대회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7일 “김정은이 이런 당의 핵심 직책에 임명되면, 이를 계기로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파워엘리트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김정은·김정일 공동정권’으로 북한 권력체제가 이행하는 큰 변화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천안함 사태 이후 대외관계가 오히려 악화돼 당대회 아닌 당대표자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김정은의 당직 선출과 더불어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측근세력도 각각 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에 선출되는 등 김정은의 당내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당장 김정은의 후계자 지위 공식화로까지 나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보다는 김정은의 측근세력을 주요 당직에 대거 포진시켜, 이후 2012년께로 예상되는 후계체제의 공식출범을 준비하게 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후계구도 구축을 위해선 군부 못지않게 광범위한 대민 접촉 수단을 지닌 당 조직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아버지의 후계지위 공식화가 이뤄진 당대회보다 격이 떨어지는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전면 등장하려 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현재로선 김정은이 당 직위를 직접 맡으며 후계지위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좀더 높아 보이지만, 일단 측근들로 먼저 당 조직을 장악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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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0-06-27 오후 07:33: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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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지위, 2008년 여름부터 약화"
연합뉴스 | 입력 2010.06.29 10:58 | 수정 2010.06.29 11:18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울산
서방 대북소식통.."김정일 사후 집단군부체제 될 것"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출"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위는 2008년 여름부터 약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29일 제기됐다. 또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이 지난해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대북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지위는 건강이 악화된 2008년 여름부터 약해지고 있고, 취약해진 지위는 사망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천안함 사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한다"며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은 더욱 폐쇄적이 됐고, 협상파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줄었다. 강경파는 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적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말부터 북한은 내부에서 일종의 정치적 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 강경파는 김 위원장이) 원하는 후계자(김정은)를 받고, 정치적 경색화라는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사후 북한은 집단 군부체제가 될 것으로 본다"며 "군부는 상징적으로 김정은을 내세울 것이다. 권력 투쟁가능성은 아무도 모른다. 북한 간부들은 루마니아 몰락의 예를 많이 생각(우려)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에 대해서도 "지난해 3월 치러진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216 선거구 대의원으로 선출됐다는 얘기를 북측 인사로부터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지난해 6월1일 북한을 다녀온 외국단체 관계자를 인용, 김정은(당시는 김정운으로 소개)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제216호 선거구에서 '김정'이라는 이름으로 대의원으로 선출됐다는 전언을 들었음을 전한바 있다. 김정은의 대의원 선출이 최종 확인될 경우 북측이 김정은으로 후계구도 구축작업을 본격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암시하는 기사가 한반도 안나오다 2008년 11월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여름 북한 초등학교에서 김정은 찬양가요인 `척척척'이라는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평양 내에 여러 의견이 있고, 폐쇄를 주장하는 세력은 경제적 이익보다 정치적 대가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을 둘러싼 북한 내 권력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처형된 것으로 전해진 박남기 전 당 계획재정부장에 대해 "박남기는 화폐개혁 실패의 희생양으로 총살됐지만, 화폐개혁은 박남기 윗선에서 결정됐다"며 "북한 정권에서 일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lkw777@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