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정치 읽기

세대교체?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

시놉티콘 2010. 7. 16. 17:33

 

 

 

세대교체?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

질식할 것 같은 권위주의를 우리부터 버려야 한다.

 

세대교체?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 모든 정당에서 세대교체, 젊은 정치인의 등장, 새로운 바람이 화두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세대교체'에 있는 것일까? 민심은 새로운 세대가 정치의 중심에 서기를 바라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만약 민심의 내용이 세대교체가 아니라면 세대교체라는 담론은 또 다른 정략적 접근이며 민심을 이반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지금 새로운 정치를 내결고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정 민심이 요구하는 변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86으로 통칭되는 일군의 대중운동 그룹이 정치권에 입성했다. 많은 국민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자 했고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국회와 여의도의 언저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 20여년의 세월 동안 386은 새로운 정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구태와 권위, 권력 다툼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386 출신 정치인들의 대거 패배는 바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 준 것이었다.

 

민심의 변화 요구는 그들의 일상의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힘겨운 주머니사정, 불안한 사회, 희망없는 미래, 이 일상은 그대로 두고 살아가기란 두려움이다. 공포다. 두려움과 공포가 장악한 사회에서 보편적 사람들의 삶은 고통이다. 이 고통을 새로운 희망으로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지금 민심이 요구하는 방향이며 시대정신이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그 길을 걷는 것 그것이 어찌보면 세대교체인 것이다. 시대정신 없는 세대교체는 고통의 연속이며 희망없는 세력교체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 제기되는 세대교체는 그 울림이 적다. 386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신한 단어 486세대, 변신로보트 486 정치인들이 시대정신을 내장하고 있을까? 그들이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대중의 땅에 발을 딛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서민의 삶을 대변하고 진보의 가치를 현실에 맞게 구현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대중은 환호할 것이다. 새로운 욕망의 출구로서 그들의 정치적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보이지 않는다. 그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중이 요구한 것을 강단있게 실천하는 것, 소위 기득권과 오피니언 그룹으로 지칭되는 보수사회에서 그들의 특권과 이데올로기를 박차고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정국을 돌파하는 것, 냉전적 가치가 내장된 사회에서 그것을 뚫고 새로운 가치 평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 그들이 486 정치인인들이...

1987년 민주항쟁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질적인 도약을 달성한 기폭제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젊은이들과 수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운동의 '영웅'(?)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이후 정치권의 러브콜에 빨려들어 여의도 정치판의 새로운 진영을 구축했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희망이었다. 신선하고 깨끗하고 투명하고 민주적 가치로 무장하고 무엇인가 한국정치에 희망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이미지는 그들이 지역구 선거에서 성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수 많은 386 정치인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2008년 총선 386이란 용어는 국민들에게 180도 다른 방향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386출신 정치인들은 거의 대부분 낙마했다. 왜 20년만에 이런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인가?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전제다. 그렇지 않고 변화를 주장하는 것은 성찰없는 자기 아집에 불과하다. 자신이 변화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변화시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인디언의 이야기는 386 스타정치인들에게 중요한 성찰의 의미를 보여준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문득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말을 타고 달려오다보니 나의 영혼이 나를 따라오고 있는지 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것이 성찰이다. 386 스타정치인들은 민주화의 말을 타고 권력의 정치를 향해 앞으로만 전진했다. 그 과정에서 밟힌 많은 잡초와 풀, 흙먼지를 외면했다. 이제는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지친 민주화의 말에게도 쉴 시간과 물을 마실 곳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리고 달려왔던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고집과 독선, 아집, 권력다툼 등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 세대교체도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1980년대를 기억했으면 한다. 학생운동 지도부들이 학생들의 무등에 태워져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쳤다. 대중은 그 지도부의 선전에 박수와 찬사, 먹을 것과 물을 전달했다. 대중의 눈에는 학생운동 지도부의  얼굴과 목소리가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지도자들이 올라탈 수 있게 무등을 만든 그 무수한 학생들이다. 그 거대한 스크럼을 만들어 우리의 요구를 권력에게 보여준 평범하지만 연대의 힘으로 뭉친 다수의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든든하게 엄호해 준 시민들이었다. 풍경을 역으로 보면 거대한 파도 속에 학생운동 지도부는 단지 점에 불과하다. 이런 자세로 나의 현재 위치를 고려할 때 이들은 세대교체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시대정신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장강의 물이 흐를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밀어주는 새로운 물들 때문이다. 내가 항상 가장 좋은 곳에 머물러 있겠다고 버티다가는 홍수가 나서 장강의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것이다.  버티고 싶다면 강 주변에 많은 숲을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범람하지 않는다. 독주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눠야 한다. 나만이 선이라는 아집도 버려야 한다. 그 지독한 권위주의도 버려야 한다. 아직도 DNS에 내장된 학벌주의와 연고주의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 가슴 속에 계속 담아두고 있는 그 완고함도 버려야 한다. 독재와 운동은 어찌보면 쌍생아처럼 서로를 적대시했지만 그 긴장과 치열한 전투때문에 유사한 속성을 내장해왔다. 군대식 독재정치와 저항의 군대식 학생운동, 권위주의 통치와 권위주의적 위계질서의 학생운동, 질식할 것 같은 도덕이라는 단어로 무장된 권위주의...그것이 함께 한 동지들은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지도 성찰해야 한다. 이런 지난하고 치열한 성찰 속에서 내가 변하고, 당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대정신도 읽을 수 있고, 그래야 진정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할까? 밀어오는 회의감... 세대교체의 상징처럼 언론에 회자되었던 사람들은 삼성 이건희를 만나고 민주당 차기주자와 만나고, 어떤 사람은 무상급식이 예산때문에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CEO처럼 지방행정을 추진하려는 모습이 보이고...어디에도 서민의 애환과 슬픔을 다독이며 걸어가는 모습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4대강 저지는 당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핵심은 서민의 일상이다. 그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 그 일상과 공간에서 새로운 진보의 동력과 나눔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래야 우리는 이렇게 강압적으로 몰아부치는 정부를 만나지 않을 수 있다. 근원을 변화시키는 것,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 일상과 공간에서 공공성을 구현하는 것, 생태와 환경의 가치를 보편화시키는 것, 평화와 공존의 미덕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민주당 ‘486정치인’ 세력화 기지개

 

세대교체론 타고 지도부 입성 채비

한겨레 이세영 기자 메일보내기
민주당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들이 움직이고 있다. 23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486 모임엔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와 최재성·조정식·강기정·백원우 의원, 임종석·우상호·윤호중·오영식 전 의원 등 원내외 13명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이 눈길을 끄는 것은 6·2지방선거 뒤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세대교체론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이들은 친목 도모 수준을 넘어 당에서 적극적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체로 모임을 발전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지방선거 민심에 부합할 수 있게 당의 정체성과 정책을 재확립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한층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장 7·28 재보선을 통해 2~3명을 원내로 진입시킨다는 구상이다. 김영춘 전 의원을 서울 은평을에, 이인영 전 의원을 충북 충주에 차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도록 당내 여론을 움직이는 것도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민주당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야권연대를 발전적으로 확장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큰코 다친다”며 “내부 논리에 매몰돼 정치적 헛발질을 하지 않도록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8월 전당대회 역시 이들 앞에 놓인 정치적 시험대다. 한 참석자는 “후보들이 여럿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면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후보 난립 문제가)해결되도록 하는 게 낫다는 의견 등이 오갔지만 뚜렷한 결론은 없었다”고 전했다. 최고위원에 거론되는 인물은 최재성·조정식·백원우 의원과 임종석·정봉주 전 의원 등이다. 당 일각에서 나도는 ‘정세균 대표 연임 지원설’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486의 세력화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번도 당의 주류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지나치게 권력 추종적이다”란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런 지적에 임종석 전 의원은 “중진 의원들이 당에 필요한 실무 역할을 떠맡는 데 소극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불려가 일하게 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기사등록 : 2010-06-24 오후 07: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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