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진보와 나눔의 은평 공동체 :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일상의 진보와 나눔의 은평 공동체 :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은평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는 "다시 바람 부는 벌판으로 나갑니다. 혼자서 뚜벅뚜벅"이란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경쟁하듯이 출사표를 던지며 난립에 난립을 거듭하고 있다.
주인이 사라졌다. 이번 은평 재보궐선거의 중심은 은평 주민이다. 은평 주민이 요구하는 정부와 정치의 모습은 무엇인지? 은평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적어도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응답해야 한다. 은평구가 '바람 부는 벌판'이라면 은평 주민은 바람 부는 벌판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인가?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은평 주민의 정치적 판단은 안중에 없고 자신을 중심으로 선거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출마자들도 매한가지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표피적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공천을 받고 야권단일후보가 되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는 '얄팍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유에 대한 여론조사(EAI·중앙일보·SBS·한국리서치 공동조사, 6월 3~5일)에서 1, 2순위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못해서(50.8%), 한나라당이 잘못해서(28.4%)였다. 민주당/무소속 후보가 나아서(8.8%), 민주당 등 야당이 잘해서(2.4%)는 10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현 정부의 통치스타일은 싫은데 솔직히 선택할 정당은 없고, 다행히 야권후보가 단일화되어 선택이 편해졌다고 정의하면 과도한 것일까?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이 다시금 정권심판론을 들고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이미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했다. 따라서 재보궐선거는 좀 더 진일보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즉 야당은 은평 주민들에게 명확한 가치와 정책을 제시하고 공정한 방식의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단지 단일후보를 만들어서 승리해야겠다는 '이기고 보자 식'의 접근은 은평 주민뿐만 아니라 야권을 위해서도 무익하다.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통치방식에 질식할 것 같은 일상, 회복된다고 호언하는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체감되지 않는 일상의 장바구니 경제, 양극화의 심화와 무너지는 일상의 복지인프라, 안보 불안 심리의 상승과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 등은 서민들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 팍팍한 일상에서 은평공동체의 자유로운 소통과 나눔의 미덕은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재보궐선거는 은평 주민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은평공동체의 방향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선거가 전개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보의 길이다. 진보의 길은 단지 거대한 담론과 이론, 추상적 논의가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서민들에게 행복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경쟁만이 판치는 적자생존의 삭막한 공간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진짜 진보다.
은평이 이번 재보궐선거 승리의 바로메터라고 언론에서 떠들고 있다. 정당도 은평 선거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태세다.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사회 비전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적 판단도 중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이고 일상의 진보적 변화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풀뿌리 지역운동의 확산 및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담대한 희망'이다. 평범한 진리와 상식이 통하는 민주주의, 지역주민들의 자치와 소통이 흘러넘치는 거버넌스, 평등한 기회와 나눔의 미덕이 구현되는 공동체…. 이것이 꿈일까?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없을까?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은평 주민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현실로 만들어보자. 그것이 이번 재보궐선거의 결과가 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