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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하락 ‘빛좋은 개살구’

시놉티콘 2010. 9. 16. 15:31

 

 

청년실업률 하락 ‘빛좋은 개살구’
8월 7%대 낮아졌지만, 고용률 되레 0.3% 하락
취업 절망탓 ‘구직활동 포기’ 청년 5000명 늘어
한겨레 황보연 기자기자블로그

 

» 청년층 실업률 및 고용률 추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청년층 고용시장도 풀린 걸까?
 

경기회복세에도 두달째 8%대 고공행진을 해온 청년실업률이 8월에는 7%대로 꺾였다. 청년실업자 수도 지난해 같은 때와 비교해 5만명 이상이나 줄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 외에 다른 지표들을 보면 사정은 다르다. 청년층의 고용률(15~29살 인구에서 취업자 수의 비율)은 한해 전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다. ‘그냥 쉰다’며 경제활동인구 통계에서 이탈한 청년층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청년실업자들이 줄어든 데는 고용여건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해버린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청년층 고용률 1년 전보다 하락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8만6000명이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수출 강세로 2000년 8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인 29만7000명이 늘었다. 보건 및 사회복지(18만9000명)와 건설업(10만9000명) 분야에서도 취업자 증가 폭이 만만치 않다. 이런 고용 증가에 힘입어 실업률은 3.3%로, 전년동월비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고용률은 59.1%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전반적인 고용회복세가 지속하고 있지만 15~29살 청년층의 고용사정은 ‘회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6월과 7월에 각각 8.3%와 8.5%로 치솟았던 청년실업률은 지난달에 7.0%로 전년 동월(8.2%)보다 1.2%포인트 떨어졌지만 실업률 하락만으로 고용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고용사정을 보여주는 실질적 지표인 청년층 고용률은 40.3%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0.3%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은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중을 따지기 때문에 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실업률보다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 연령별 취업자 수 비교에서도 20대 취업자만 1년 전보다 7만2000명이 줄었다. 다른 연령대에선 모두 취업자 수가 늘어났다.

 

더욱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층은 32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이 또 늘었다. ‘그냥 쉰’ 이들 가운데 청년층의 비중은 21.9%나 된다.

 

이 때문에 청년실업률 하락은 청년실업자들이 대거 취업자로 이동했다기보다는 경제활동인구를 이탈해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 간 결과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동향분석실장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대 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면서 경제활동인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정부도 곧 청년고용 대책 발표
 
정부는 고용시장의 난제로 떠오른 청년 고용 종합대책을 다음달에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이날 “청년실업률이 (8월에)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청년층 고용여건은 개선이 더딘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관련부처들이 실태조사를 끝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이 청년층 고용에 더 힘쓰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9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공기업부터 유능한 청년 인재들을 좀더 많이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또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때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민간 고용서비스업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관련 대책에 포함할 방침이다.

 

한편 8월 고용통계에선 청년층과 함께 또다른 고용시장의 취약계층인 일용직 취업자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고용계약 기간이 한달 이내인 일용직 취업자 수는 8월에 전년 동월보다 11만5000명이나 줄었다. 이규용 실장은 “올해 상반기에 일용직 일자리의 노동이동 경로를 분석해보면 일용직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비중이 늘어났다”며 “단순히 일용직 취업자가 줄었다고 해서 이들이 상용직으로 옮아갔다고 생각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기사등록 : 2010-09-15 오후 08:44:00 기사수정 : 2010-09-15 오후 09: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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