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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집단체제 ‘아메바 경영’ 개인역량 최대한 끌어내

시놉티콘 2010. 10. 6. 16:35

 

 

 

“감원? 교육·재배치로 위기극복”
일본 교세라그룹 가와무라 회장
경제위기로 매출 줄어도 남는일손 재교육에 투자
소집단체제 ‘아메바 경영’ 개인역량 최대한 끌어내
한겨레 이정연 기자

 

» 일본 교세라그룹 가와무라 회장
글로벌 경제위기와 엔고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8% 감소한 1조738억엔을 기록했다. 그런데 순이익은 295억엔에서 400억엔으로 35.5%나 늘었다. 파인 세라믹 시장에서 세계 1위이자 반도체 부품과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 교세라그룹 이야기다.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주창한 전사원 참여 경영, 인본주의 경영, 일명 ‘아메바 경영’의 성과는 이렇게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교토시 후시미구에 있는 교세라 본사에서, 1973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가와무라 마코토(61·사진) 그룹 회장을 만나 교세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어봤다.

 

솔직했다. 경제위기 뒤 매출 침체로 ‘노는 손’이 생겼다고 했다.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인력 감축을 했다는 게 아니다. 대신 ‘능력 키우기’와 ‘인력 재배치’를 했다. 가와무라 회장은 “노는 손들은 공부를 시키거나, 작업 환경 개선 활동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확신이 있었단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매출이 줄었지만, 최근에는 “제품 불량률이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경비가 전년보다 800억엔이나 줄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단기 성과보다는 ‘인간의 가능성과 그 노력에 믿음을 건다’는 인간 존중의 경영 철학이 가져온 결과였다. “단기실적에 따른 보너스는 주지 않지만, 새로운 부서나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이 준다”고 가와무라 회장은 덧붙였다.

 

가와무라 회장은 교세라의 인간 존중 경영 철학과 더불어, ‘아메바 경영’을 위기 극복의 열쇠로 여겼다. 아메바 경영은 임직원을 소집단으로 나눠 시장과 직결된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모든 임직원을 경영자 의식을 가진 지도자로 육성해, 경영에 참가하도록 한다. 단지 작은 조직이라는 게 장점은 아니다. 10명으로 이루어진 ‘아메바’가 있다면, 그 안에서 투자·비용·매출·이익에 대한 회계가 이루어진다. 그만큼 구성원 각자 생산 기여도와 역량, 부족한 점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가와무라 회장은 “아메바 경영으로 한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작은 조직이라 외부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전체 경영 방향에 대한 판단도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아메바 조직은 각각 하나의 벤처기업처럼 운영되는 듯했다. 가와무라 회장 역시, 벤처 정신에 기반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각화라고 해서 난데없이 의류사업을 하겠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교세라의 역량을 더해 최고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교세라그룹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태양에너지 관련 사업이다. 예컨대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교세라는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7위권에 올랐다. 이 사업에서 교세라는 1970년대 초 오일 쇼크 뒤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본격 투자한 지 20여년을 훌쩍 넘겨서야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가와무라 회장도 1993년 태양에너지 관련 아메바에서 일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적자였다. 정말 힘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그로부터 17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그 분야에 있어서는 ‘해피’한 상황”이라며 웃었다.

 

교토/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기사등록 : 2010-10-05 오전 10: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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