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회의를 보는 단상
경주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 기념 촬영 (2010. 10. 22)
서울이 난리가 아니다. G20 서울회의를 목전에 두고 삼엄한 경계와 국민의 탁월한 시민의식을 강요하고 있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잔치에 누가 초를 치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 잔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대단한 시민의식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무엇이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동시에 벌어지는 한미FTA 협상과정을 보면 정부와 국민의 관계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난달 경주에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가 열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금융자본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금융위기에 대해 너무나도 무기력했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회의를 하고 기념촬영을 한다.
가관이다.
뒤이어 어제 열린 CEO summit에서는 규제완화를 금융위기의 장본인들이 요구하는 기이한 일들도 벌어졌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우리는 두 눈으로 목도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이 없이는,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없이니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가진 국가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들러리로 확대된 G20,
그리고 이 회의에 얼굴도 못내미는 다수의 국가들에게 모든 리스크를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그냥 잔치집 근처에서 냄새나 맡을 수밖에는...
회의가 창설된 배경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가 1971년 미국 달러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른바 ‘닉슨 쇼크’였다. 두번째는 제3세계의 자원 민족주의로 인한 ‘1차 오일쇼크’였다. 세번째 배경은 종전 이래 케인스 경제학의 처방으로 황금기를 맞았던 세계 자본주의가 60년대 말부터 쇠퇴하면서 좌파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의 보수세력은 ‘반공’ 분야의 대선배인 미국을 끌어들였다. 이른바 제1세계가 제3세계와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 G6이었던 셈이다.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G6이 아니라 G7이었다. 2차 회의부터 캐나다가 추가되면서 출범한 G7은 신자유주의 전도사 마거릿 대처와 반공 투사 로널드 레이건의 활약을 거쳐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역사의 종말’을 선언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요새가 된다.
소련과 중국을 배제하려고 유엔 바깥에 딴살림을 차렸던 G7이 러시아의 참여로 G8이 되고, 중국 등 신흥경제국들을 포괄하는 G20으로 확대되는 과정은 G7로 대표되는 서양 제국주의의 영향력 쇠퇴를 증명한다. 유일 체제가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진국이라도 된 양 우쭐해할 때가 아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기사등록 : 2010-11-09 오후 08: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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