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자유’를 위한 전쟁이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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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나익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천원
프레임(Frame)이란 말은 흔하게 쓰인다. 가볍게 생각하면 ‘생각의 틀’쯤으로 해석되지만, 그것이 지배하는 힘은 깊다. 우리의 믿음과 행동, 주의와 철학은 늘 그 틀 모양대로 생성되고 변형되며 작동한다. 프레임은 말의 영향을 받는다. 언어는 곧 인지의 틀이기 때문이다.
노엄 촘스키의 제자, 조지 레이코프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교수는 앞서 나온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의 작동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끼리(미국 공화당)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코끼리를 도울 뿐이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코끼리를 생각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프레임은 이렇게 늘 움직인다. 권력자들이 프레임을 통치의 유용한 수단으로 삼는 이유이다.
레이코프 교수가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에서 주목한 것은 ‘자유’라는 단어다. “(이라크 전쟁이 진행되고 있던 2005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자유, 해방이라는 단어를 20분 동안 49차례나 사용했다.” 이라크 전쟁은 자유를 지키고,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는 숭고한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었다. 지은이는 이를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진보의 가치였던 ‘자유’가 보수주의의 프레임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자유는 프레임에 따라 내용이 전혀 달라진다. 부의 재분배나 의료보험을 한쪽에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자유가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른 쪽에선 부를 누릴 개인의 자유를 앗아가고 시장의 자유 작동 원리를 억압하는 해악으로 해석한다. 공항 알몸투시기도 한쪽은 개인 자유의 영역을 훼손하는 폭력으로, 다른 쪽은 테러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인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미국에서 보수주의의 일방적인 승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후진적인 의료보험제도가 용납되고, 부자 감세가 횡행한다. 종교의 자유는 억압되고 영장 없이 사생활도 뒤질 수 있다. 미국 국민이 이런 폭력을 용인하고 따르는 이유는 뭘까? 보수주의자들이 붙인 ‘자유’라는 딱지 때문이다.
지은이는 미국인의 정치적 사고에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가 깔려 있고, 보수주의적 가치관엔 ‘엄격한 아버지’ 가정모형이 깔려 있다고 본다. 이 가정에서는 도덕적 권위자인 아버지가 정한 일련의 가치에 자녀는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일탈은 악일 뿐이다. 악은 대항해 물리쳐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이라크 같은 ‘악의 축’과의 전쟁은 당연하며, 그 싸움을 위해 세금은 얼마든지 쓸 수 있고, 사회보장제도나 인권도 유보할 수 있다.” 지은이는 진보주의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보수주의자들의 언어를 따라하지 말고 본원적 ‘자유 프레임’을 서둘러 복원하라는 것이다. “자유를 잃는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자유의 개념을 잃는 것이 훨씬 더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
기사등록 : 2010-11-26 오후 08:0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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