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다카하라 아키오 도쿄대 교수

시놉티콘 2011. 1. 7. 13:05

 

“중, 군사력 무한증강…자국에도 도움 안돼”
인터뷰/다카하라 아키오 도쿄대 교수
겉으론 “평화발전” 외쳐도 국가주의 본색땐 외교갈등
중국 군사력 지금도 충분 ‘나홀로 안보’의식 버려야
한겨레 정남구 기자기자블로그
다카하라 아키오 도쿄대 교수는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군사력 확대가 중국 안의 내셔널리즘과 결합할 경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비해 일본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분산시키고,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며, 한국 등 주변국과 협력을 확대해 중국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도쿄대 교수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센카쿠 열도 충돌사건 뒤, 중국이 2009년 채택했다는 새 외교방침이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009년 7월 5년 만에 열린 재외사절회의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새로운 외교 방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 외교방침은 지금까지보다 자기주장을 강화하라는 게 핵심이다.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이 자신감을 얻은 게 그 배경이다.”

 

-그런데 지난 12월7일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중국 외교부 누리집에 올린 ‘평화발전의 길 견지하기’라는 제목의 글은 평화발전이 불가피하다며 외교적 해법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데?

“중국이 새 외교방침을 채택한 지 1년 반가량 지났는데, 곳곳에서 충돌뿐이었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중국의 이미지가 점점 나빠진다는 걸 깨닫고 반성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에 갔고, 시진핑 부주석은 일본의 중요인사들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같다. 우리는 라이벌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적극적인 외교를 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 작년 후진타오의 연설에서도 ‘정치적 영향력 강화, 경제적 경쟁력 강화, 친화적 이미지 강화’를 이미 언급하고 있었다.”

 

-그런 외교정책 기조 아래서 중국은 미국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보는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문제처럼 미국과의 사이에 이익이 경합하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 경제적 협력관계는 서로 깊어져 있다. 중국으로선 미-중 관계가 안정돼야 전세계에서 중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 경합하고 대항하는 부분에 의해 전체 관계가 깨지지 않게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 다카하라 아키오 도쿄대 교수


-일본과는 2009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로 외교적 갈등이 심했다.

“중국 쪽에서 일본에 대해 오해가 많다. 최근 중국 학자가 쓴 글을 봤는데, 1969년 동중국해에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온 이후부터 일본이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쓰여 있다. 사실은 중국이 그때부터 영유권 주장한 것이다. 중국에선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 해양순시선이 중국 어선을 들이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이 커진 데는 중국 내 내셔널리즘의 고양이라는 사정이 있었다고 본다. 그것이 지도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장기간 군사력을 키워왔다.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중국은 근대화 과정에 있는 국가다. 고도성장기에는 경제적 가치 추구와 함께, 내셔널리즘이 강해진다. 중국은 그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는 부민강국이라는 슬로건이 있다. 국민의 긍지를 높이고, 세계에서도 존경받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을 침략할 국가는 없다. 심각한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데, 중국이 불필요하게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은 중국에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군사력은 이미 충분하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는 해상수송로의 안전 확보 등 외국에서 국가이익을 지킨다는 새로운 임무도 상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국의 힘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미국조차도 안보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협조를 통해 하고 있다. 중국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걱정하는가?

“매우 걱정한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동남아 국가들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은 말로는 평화발전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군인들은 공격적인 언사로 군비 확대를 외치고 있다. 중국 언론은 그동안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다가, 2010년 들어 아주 많이 보도하고 있다. 나는 중-일 관계의 미래를 낙관하지만,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중국 내부는 안정돼 있지 않다. 정치적 곤란이 생기면 지도자들에게는 내셔널리즘을 이용하자는 유혹이 있기 마련이다. 중국이 근대화에서 포스트근대화로 이행이 잘 되느냐가 가장 큰 열쇠다. 지금으로선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점령하지 않겠지만, 일본이 방위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경제면에서 보면, 일본의 중국 수출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경제적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거래처를 다원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이나 + 1(중국을 대체할 시장)’이라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전부터 얘기가 있어왔다. 다만 기업들이 지금 중국에서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합적으로 묻자. 중국의 ‘굴기’에 일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안전보장을 위해선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고, 한국과 협력관계를 깊이 해야 한다. 외교적으로는 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 국가들, 미국과 중국이라는 슈퍼파워 사이에 있는 나라들이 더 잘 연계해서 수의 힘으로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도 발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간 나오토 총리 내각 들어서는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말을 듣기 어려워졌다. 미-일 동맹 강화라는 소리만 들린다.

“하토야마 총리 시절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미-일 관계가 서먹해졌다. 그걸 회복하는 게 간 내각의 과제라고 여겨지던 상황에서 센카쿠 충돌 사태가 일어났다. 중국의 장래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10년 뒤 중국이 어떤 외교정책을 펼지 모르지만, 경계할 수밖에 없는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동맹 관계, 협력 관계를 확실히 지켜가는 것은 당연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 강화도 요청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민감한 문제다.

“중국에서는 최근 수년간 일본이 군사대국화한다는 보도가 많았다. 그런데 중국에서 온 학생들, 연구자들은 일본의 방위예산이 예전 그대로인 것을 보면서 모두 놀란다. 중국의 움직임이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일 양국이 심리적인 장벽을 넘어서,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미국이 중심이 되어, 중국을 포위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있는 나라들이 연계해 중국과 대화한다는 것은 중국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많은 나라 속에 중국도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다카하라 교수는 일본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다카하라 아키오(53) 교수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현대 중국정치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주재 일본총영사관 전문조사원으로 일했고, 릿쿄대 교수를 거쳐 2005년 도쿄대 교수(현재는 대학원 법학정치학 연구과 소속)로 부임했다. 아시아 정경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중국관계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전문가그룹 주최 강연회나 방송 프로그램에 연사나 해설자로서 가장 초청을 많이 받는 인사다. ‘아시아 지역 공동체’를 주요 과제로 연구하는 그는 아시아 각국이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억제하고 ‘자립과 평등과 공생’을 이념으로 하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형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기사등록 : 2011-01-05 오전 09: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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