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진보를 새길을 뚫자
덩치 키우는 성장서 복지 기반한 성장으로 | |
우리경제 파이 커졌지만 분배 불평등 더욱 가속화 ‘열매 나누는’ 구조로 가야 생산성 강화로 질적 성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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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③진보의 새길을 묻자
새 경제패러다임은 ‘Y=f(L, K)’
주류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지탱해온 ‘생산함수’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공식엔, 생산을 좌우하는 변수는 노동(L)과 자본(K)뿐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결국 이 공식에 따른 최적의 경제발전 모델이란 이 둘의 투입량을 늘림으로써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물론,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사회 구성원들 누구나 자연스레 더 큰 몫을 챙겨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의 얘기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현실은 이런 믿음이야말로 극히 허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 신기루였음을 분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무조건 양을 늘리는 데만 무게를 두는 성장지상주의 패러다임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나서는 발걸음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성장의 역설, 키울수록 줄어든다?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펼쳐졌다. 우리의 경험만 살펴보더라도, 경제개발 초기에는 나라 밖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거나 다양한 강제저축을 통해 모은 자금을 소수의 수출대기업에 정책자금이란 형태로 몰아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한된 요소비용 아래 노동공급을 늘리려는 정책은 흔히 임금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다양한 조처들과 맞물려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에 매진했음에도 정작 그 열매는 구성원에게 고루 돌아가지 못했다. 참여정부를 거치며 미미한 개선 기미를 보이는 듯했던 노동소득 분배율은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61.0%)과 2009년(60.6%) 두 해 내리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러한 분배구조의 악화가 성장 자체를 갈수록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성장률 사이엔 역(-)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90년대 중반까지 0.26대에 머물던 지니계수는 2009년에 0.294까지 치솟은 상태다. 0~1 사이에 값을 매기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우리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이 이전 시기보다 크게 낮아진 것과 대비된다. 파이를 키우는 데만 매달릴수록 불평등 정도는 더욱 심해졌고, 결과적으로 성장 잠재력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 요소생산성 높이는 ‘하이-로드’ 전략 써야 이와 관련해 무조건 요소투입량을 늘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연구원이 1981년부터 2009년까지 경제성장률 추세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니, 1980년대 연평균 성장률(11.5%)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차지하는 몫은 4.3%에 불과했으나, 2006~2009년엔 그 비중이 현격하게 높아졌다. 이미 2000년대 이후엔 양보다는 질에 의해 성장이 좌우되는 단계로 경제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성장의 질적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조짐은 실제로 ‘미시적’ 단위인 기업활동에서 더욱 뚜렷하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술발전에 따라 제조사별, 시장별로 제품 품질의 차이가 점차 줄어드는 제품의 ‘커모디티(commodity)화’가 진행되면서, 주요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서비스화’를 통해 수익 증대를 도모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제조업체인 애플이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를 통한 서비스 생태계 구축으로 전혀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것이나, 제록스가 복사기 제조업체에서 문서관리시스템 회사로 탈바꿈한 게 대표적인 예다.
■ 생산-소득 연결고리 찾는 게 급선무 요소생산성을 높이려는 혁신형 성장전략의 열쇳말은 단연 복지다. 교육·양육·보건 등 인적자원 개발에 쓰이는 재원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인간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하이-로드’(High-road)식 성장전략의 첫걸음인 탓이다.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선 ‘사회투자국가론’, ‘역동적 복지국가론’ 등 몇몇 각론이 엇갈리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영국 노동당이 제시한 ‘제3의 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투자국가론은 빈곤층 등 전통적인 복지정책의 대상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보육·교육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무게를 두는 게 특징이다. 이에 반해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사회투자국가론이 복지와 경제를 대립쌍으로 보는 전통적 인식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며 ‘보편적 복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령 복지망을 확충해 성장 잠재력을 높인다 하더라도, 성장의 취업유발효과가 떨어진 이상 이미 생산과 소득 사이엔 과거와 같은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엔 생산이냐 분배냐의 논쟁이 단지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의 문제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생산과 분배(소득)의 연결고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찾으려는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진보적인 경제 패러다임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
‘국가가 주는 월급’ 기본소득제 논의 확산 | |
구성원들에 일정소득 보장 브라질·프랑스 이미 실행중 국내서도 내달 보고서 나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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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③진보의 새길을 묻자
분배 불평등 극복대안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한 복지 논쟁과 별개로, 일부 진보적 학자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차츰 공감대를 넓혀가는 복지 관련 화두가 하나 있다. 바로 ‘기본소득’(Basic Income)이다. 기본소득은 복지에 비판적인 쪽으로부터는 극단적 사례로 폄훼되지만,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존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소득 제도란 일반적으로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 유무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권리로서 보장하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가가 주는 월급인 셈이다. 영국 노동당 정부의 ‘아동신탁기금’(CTF)이나 미국 여러 주에서 시행중인 ‘개인발달계좌’(IDA) 등도 넓은 의미의 기본소득으로 묶일 수 있다.
브라질 등 일부 나라에선 빈곤 대책의 하나로 기본소득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퇴임한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보우사 파밀리아’란 이름으로 월 소득 137헤알(8만원) 이하 빈곤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시민소득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양극화 해소와 성장잠재력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과잉복지는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작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불붙은 건 금융위기 뒤 성장세가 둔화하면서부터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 전통적으로 ‘복지병 환자’라 불리던 선진국에서 사회개혁의 화두로 떠오른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프랑스에선 2009년부터 기존의 ‘극빈층 생활지원금’(RMI)이 기본소득의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는 ‘적극적 연대수당’(RSA)으로 단계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미 좌파 정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정치연대’가 형성돼 있는 독일에선 기본소득이 내년 가을 총선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는 차츰 속도를 내고 있다. 2009년 첫 연구보고서를 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다음달 이를 보완한 결과물을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안은 연령과 성,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연 300만원(월 25만원, 2009년 기준)씩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이 안을 따를 경우 한 해 약 14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안은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 직접세 69조8000억원을 비롯해, 토지세(30조) 도입과 이자소득세(12조7000억원) 및 배당소득세(5조5400억원) 확충을 통해 모두 223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우성 기자 |
복지 지출 늘리고 세제 개혁해 재원 마련을 | |
재정정책 나아갈 길은 삽질예산 비중 OECD 2배 지출구조 손질부터 나서야 비과세·감면 줄여 세원확대 고소득층 조세부담 높여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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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③진보의 새길을 묻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그중에서도 복지비의 비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서 말한 것처럼, 국가재정은 나라살림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러나 진보개혁세력이 여기에 관심을 가진 지는 오래되지 않는다. 관심을 갖더라도 일시적이거나 제한된 부분에 그치고 친복지세력이라는 보수진영의 비판에 수세적으로 대응하기 일쑤였다.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전략을 보여주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재정정책은 정부지출과 조세에 관한 정부의 결정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득재분배와 경기조절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한국의 재정은 여전히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1960~1970년대의 개발연대적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복지에 대한 재정 배분은 부족해 ‘성장 속의 빈곤’을 초래했다.
재정정책은 성장잠재력 약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세계화 등의 당면 현안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교육 및 연구개발 투자 강화를 통한 성장기반 확충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및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복지수준 향상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식기반 경제 시대에 한국 경제 특유의 역동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경제적 불안감을 완화하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선 정부지출 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 2010년 정부지출 기준으로 복지예산은 27.7%로, 선진국의 40%대에 한참 모자란다. 선진국은 1960년대부터 국방비를 줄이고 복지를 늘리는 이른바 ‘총(국방)이냐 빵(복지)이냐’는 구도로 논의가 진행됐다. 우리의 경우에는 경제사업 분야 예산을 줄이고 복지를 늘리는 ‘삽이냐 밥이냐’는 구도로 진행될 수 있다. 경제사업 분야 예산비중은 22.1%(200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1%)의 두배나 된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재정학)는 “세출구조 개혁의 기본방향은 경제적 지출 비중을 줄이고, 사회적 지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라며 “농업·중소기업 부문의 개발연대식 산업지원 예산을 줄여야 하고 예산사업에 대한 사전·사후 평가 강화와 함께 공기업·지방재정에 대한 관리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출구조 개혁만으로 필요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재정 규모가 선진국의 1970~1980년대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지출 규모는 30%(2008년 기준)로, 오이시디 회원국(평균 43.6%)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복지 소요재원의 규모는 복지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달려 있어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르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소장은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7.5%로 오이시디 평균(19.3%)의 절반에도 못 미쳐 중장기적으로 80조~100조원 늘릴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조세부담률 제고가 불가피하다. 조세부담률은 2007년에 21%대에서 지난해 19.3%로 떨어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20조원 안팎의 재원이 사라진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었다. 현 조세제도가 형평성 제고라는 고유의 기능이 미약한 만큼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세제는 개발연대에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일부 계층에 소득과 부를 집중시키는 문제를 초래했다. 그래서 재정 확충과 조세정의 구현이라는 두 측면에서 조세개혁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를 막고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는 등 세원의 투명성을 높이고 과세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소득세와 재산세 등 직접세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절반이 직접세를 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 관련 세부담(소득세+사회보장기여금)은 2005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8.9%로, 오이시디 회원국(평균 19%)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황성현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환원과 같은 재산과세 강화, 소득세 감세안 철회와 최고세율 구간 신설, 법인세 세율 인하 철회 등으로 직접세를 강화해야 하며 이후에는 술, 담배에 대한 과세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종훈 회계사는 “부자감세 철회나 지출구조 개혁 등으로는 참여정부 수준의 복지밖에 하지 못한다”며 “결국은 부자증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에 과세하는 부유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물, 금융, 유가증권, 부동산 거래 등 전반적인 조세 투명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적인 재정전략을 마련할 때 논의의 출발점은 참여정부가 내놓은 ‘비전2030’이 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복지지출 비중을 2020년께 미국과 일본의 2001년 수준, 2030년에는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수준(2001년 기준) 도달을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매년 국내총생산의 2% 규모(2010년 기준 약 20조원)의 복지지출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
대기업·공공부문 고용책임 강화…정규직 근로시간 유연화 등 필요 | |
일자리 정책 대안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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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경제 ③진보의 새길을 묻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핵심 화두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 특히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능력은 다른 국가들에 견줘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한 예로 2000~2008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인 반면에 고용탄력성(성장률 대비 취업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23위에 머물렀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사정은 좀더 악화됐다. 만 15살 이상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전에 59%대에서 2009년 58.6%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도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취업자 수가 32만명 늘었지만 정작 고용률은 58.7%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공식 실업자뿐 아니라 사실상 구직 의사가 있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취업애로계층’은 지난해에도 연평균 190만명에 이르렀다. 금융위기 이전에 견줘 30만명 이상 더 많아진 규모다.
정부가 지난해 10월에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놓으면서 2020년에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데는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따라서 파견 허용 업종을 늘리고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일단 취업자 수를 늘리자는 것이 정부 쪽 인식이다.
그러나 상당수 고용 전문가들은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춰 고용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해법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로 일자리가 이중구조화됐다”며 “제한된 수의 안정적 일자리를 두고 과당경쟁하는 문제를 일으켜 고용 전반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잠재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 견줘 고용 비중이 낮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강화와 대기업의 사내하도급 활용 규제, 근로시간 축소와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주변부 일자리를 줄이고 중심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정규직의 경직적 연공급 임금체계와 장시간 근무체제를 대폭 유연화하는 동시에 교육·주택·의료 관련 비용 절감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축소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그는 “오이시디 국가와 비교해보면 보건의료·복지·교육 분야의 공공서비스 고용 규모가 특히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기조를 수출·대기업 중심에서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내수·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는 1990년대 35.7%에서 2000년대에는 45.7%로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수출이 고용을 견인하지는 못했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내수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
기사등록 : 2011-01-24 오전 08:2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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