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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3부 1) 중국의 부상과 한국정부

시놉티콘 2011. 2. 15. 11:18

 

 

‘대미편중서 연미연중으로’ 외교 수술 필요
중 G2로 부상…협력선언한 미도 “한-중 갈등 없길”
한국, 미 주도 MD와 거리두기 등 ‘등거리 외교’해야
한겨레 이용인 기자기자블로그
» 새로운 한-중 관계를 위한 5계명 (※클릭하면 확대)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3부 : 중국굴기와 한국
①중국의 부상과 한국 정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미국이 휘청거리며 중국의 부상은 현실이 됐다. 급기야 지난달 19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동업자가 됐음을 안팎에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3년 동안 ‘막말 관계’로 점철됐던 한-중 관계에도 싫든 좋든 중요한 꼭짓점이 찾아온 셈이다.

 

대만 무기 판매, 위안화 절상, 인권문제 등으로 갈등을 거듭하던 미-중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존중과 호혜공영’의 관계로 방향 전환을 한 데 대해,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14일 “주요 2국(G2) 체제를 공식화하고 미-중간 대등한 외교를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양쪽의 권력교체 시기인 2012년까지, 중장기적으로도 양쪽 국력 추세의 변화가 현격해지기 전까지는 현재의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권 출범 이후 이명박 정부는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한 붕괴론에 기초해 ‘북한을 감싸는’ 중국을 향해 거침없이 대립각을 세워왔다. 또 중국의 ‘굴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중국공포증(시노포비아)을 해소하는 처방으로 한-미 동맹 강화에 ‘올인’해왔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미-중 동업 체제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우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런 대중국 정책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미국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명박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박홍서 외국어대 연구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담합 구조에선 한-중 관계나 한-미 동맹은 미-중 관계의 하위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중 관계의 변화가 한반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징후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미국 정부가 미-중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한국 정부가 중국이나 북한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청와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략적 환경의 변화에 저항할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중국의 부상은 ‘조공-책봉 관계’라는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중국과 힘의 비대칭성에 따른 막연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며, 미-중 세력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져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만 강조하고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적 위협을 부각시켜 확대재생산하는 데 골몰할 것인가,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현재 국제정치의 구조로 볼 때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화목하게 지내는 ‘연미화중’, 중장기적으로는 미·중과 모두 손잡는 ‘연미연중’의 외교정책을 취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한국 외교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국과 전략 대화를 강화하며 신뢰를 쌓고 양국간 교집합의 영역을 확인하고 넓혀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중국과 가장 엇박자를 낸 쟁점은 한-미 동맹 문제와 북한 문제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교집합’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한-미 동맹과 관련해, 중국은 대북 억지의 성격을 갖고 있는 한-미 동맹이 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반도의 영역을 넘어’ 적대적인 동원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홍서 교수는 “한-미 동맹을 견지하면서도 중국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한-중 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에 거리를 두는 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북핵 문제도 미-중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 급변 사태나 급속한 통일을 추구하기보다는 북한 체제의 평화적인 개혁·개방은 미-중이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국내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지렛대 개발도 필요하다. 핵심은 남북관계의 복원이다. 남북관계가 불안할수록 북한이 중국을 끌어들이는 힘은 강해지고, 남쪽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없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미-중의 조정국면(평화) 도래는 남북간 구심점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한반도, 미·중 방어선의 ‘불안한 교차점’
‘한-미-일 합훈’ 중 자극…“한국, 군사위협 덜려면 대화 나서야”
한겨레 권혁철 기자기자블로그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군사적·지정학적 위치

지난해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전단이 서해·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함께 대규모 해상훈련을 벌이자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자기네가 설정한 해상방어선 안으로 미군이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태평양 해역에는 중국이 도련선(島鍊線·island chain)이라고 부르는 두개의 해상방어선이 있다. 제1도련선은 한반도-일본 규슈-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진다. 이 안에는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가 들어간다.

 

미국의 해상방어선은 백령도-평택-제주-오키나와-대만-괌-필리핀-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어진다. 서해는 미국의 해상방어선과 중국의 제1도련선이 겹치는 해역이다. 또 중국 처지에선 제1도련선은 본토 안전을 확보하려는 자구책 성격이 짙다. 중국의 부와 인구가 집중된 상하이 등 연안 지역은 해상·공중 공격에 취약해 유사시 안전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규슈-대만-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 밖으로 미 해군을 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미-중 군사 대립의 최전선이 됐다.

 

지난해 12월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 중이라는 사실이 처음 공식 확인됐다. 중국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방문했던 지난달 11일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첫 스텔스 전투기인 젠-20 시험비행도 공개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군사위협을 명분으로 미사일방어(MD)체제 도입과 첨단무기체계 개발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도 한-미-일 군사협력을 부쩍 강화하며, 중국과 군사적 대립 전선의 최일선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앞바다에선 한-미-일·오스트레일리아가 참가한 해상 봉쇄훈련이 있었고, 12월엔 미·일 해상훈련에 한국 해군이 옵서버로 처음 참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응이 한반도를 둘러싼 ‘남방 삼각(한-미-일) 대 북방 삼각(북-중-러)’이란 냉전적 대결구도의 회귀나 대중국 봉쇄망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나 장기적으로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한국이 남방 삼각의 구성원으로 들어갈 경우, 중국과 마찰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중국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핵심 목적이 대중국 봉쇄뿐만 아니라 북한 급변사태 대비라고 본다”며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한국이 한반도 주변국과의 균형잡힌 대외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남북대화와 6자 회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이 강조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과장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높은 경제 성장과 매년 두 자리수의 국방비 증가율이 중국 군사위협론의 주된 근거이지만, 여전히 미-중의 군사력은 큰 격차가 있다. 예컨대 2008년 미국의 국방비 6400억 달러에 견주면, 중국 국방비(780억 달러)는 12% 수준이다. 중국은 1990~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이 보여준 군사력 수준을 확보하려면 앞으로 20~30년은 걸리리라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기사등록 : 2011-02-14 오후 0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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