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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⑥ 지속가능한 경제모델(경제정책)

시놉티콘 2011. 5. 20. 18:12

 

 

‘관대한 복지’가 효율경제의 부작용 상쇄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⑥ 지속가능한 경제모델(경제정책)
한국처럼 대기업 의존·개방도 높지만
소득재분배·연대임금제 등 정책 통해
시장경제 승자가 패자 보상케 제도화
한겨레 박현 기자기자블로그
» 스웨덴과 한국 비슷한 점/스웨덴과 한국 다른 점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 국가로 손꼽힌다. 자본주의 체제는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평등과 빈곤이 심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스웨덴은 높은 경제적 성과와 낮은 불평등도·빈곤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극도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시스템을 갖고 있다. 높은 개방도와 대기업 집중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웨덴은 소규모 내수시장(인구 942만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형 발전을 추구했다. 무역의존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렀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에릭손·사브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발렌베리그룹의 시가총액이 전체의 40%를 넘을 정도로 대기업 의존도 심하다.

스웨덴 모델의 핵심은 이런 경제시스템이 낳는 부작용을 ‘관대한’ 사회보장제도로 상쇄한다는 점이다. 유하나 바르티아이넨 국가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는 세계화 심화와 기술 진보에 따라 불평등이 심해지고 개인들의 삶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며 “스웨덴은 시장경제의 ‘승자’들이 ‘패자’들을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를 만듦으로써 시장 개방과 기술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보상장치가 세금을 재원으로 한 소득재분배 정책, 산업내 임금격차를 줄이는 연대임금제, 실업자들을 재교육시켜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재배치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이다.

 

이런 정책 덕분에 스웨덴 국민들은 경쟁에 의해 자신이 낙오할 수도 있는 경제체제에 우호적인 태도를 형성했다. 스웨덴기업인연합이 창립한 보수적 싱크탱크인 팀브로의 호칸 트리벨 이사는 “국민들은 우리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노조조차도 자유무역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이 의아해하는 것은 이런 ‘인간적인’ 경제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과다한 세금 △관대한 사회보장 △강력한 노조라는 장치들이 경제적 성과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류 경제학계는 이런 요인들은 노동자의 근로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생각이 달랐다. 실업보험과 연금은 개인의 안정감을 높이고, 보육·교육·의료 보장은 인적자본을 축적시켜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퇴출을 유도한 뒤 노동자들을 재교육시켜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이동시키는 노동시장정책에서 보듯이 복지시스템을 성장친화적으로 설계했다. 존 해슬러 스톡홀름대 교수는 “복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지지출 규모보다는 복지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높은 개방도와 대기업 집중 등 경제적 측면만 보면 스웨덴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낮은 복지지출과 보편성이 떨어지는 복지제도, 그리고 극심한 노동시장 양극화가 말해주듯 사회적 측면에서는 스웨덴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대의 나라’로 손꼽히는 스웨덴과 달리, 우리나라가 점차 ‘분열의 나라’로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복지재원 확보하려면 정치적 용기 필요”

국가경제연 바르티아이넨 부장

» 국가경제연 바르티아이넨 부장
스웨덴 국가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비슷한 구실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북유럽과 한국 경제를 비교하는 논문도 쓴 바 있는 이 연구소의 유하나 바르티아이넨(사진)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세계화의 심화는 각 나라의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는데, 스웨덴 모델은 이런 세계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높은 세율과 많은 복지지출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경제가 양호한 이유는?

“지금 수준의 세금 부담과 복지지출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육, 교육, 의료 등 복지지출이 지속가능한 노동공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또 여성들이 일터에 많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으로써 고용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세수도 늘어난다. 세금을 많이 걷어 복지를 늘리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인식이다.”

-이 모델이 지속가능하다고 보는가?

“스웨덴 모델의 핵심은 개방경제를 통해 세계화의 이점을 누리는 동시에 이에 따른 위험을 복지틀 통해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복지혜택을 주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 지속가능하다. 사람들이 세금을 낼 의향이 있다면 다른 모델보다 더 지속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다른 국민들보다 많은 세금을 낼 의향을 갖고 있다.”

-보수당 정부는 스웨덴 모델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기존 틀 속에서의 작은 조정이다.”

-한국에선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간 논쟁이 있다. 어느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어느 모델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선호의 차이다. 나는 보편적 복지가 더욱 평등지향적이고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의회에서 재정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그리스의 현재 모습이 그렇다. 복지 재원이 세금을 통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여기에는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스톡홀름/글·사진 박현 기자

 

“성장과 평등, 동시에 성취할 수 있어”

사민당 올레 토렐 의원

» 사민당 올레 토렐 의원
1932년 첫 집권 이후 44년간 집권하면서 스웨덴 복지모델의 기틀을 닦았던 사회민주당은 2006년과 2010년 두 번의 총선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사회민주당 올레 토렐(사진) 의원을 만나 선거 패배 이유와 사민당이 추구하는 정책을 들어봤다.

-연속 패배의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2006년 선거 때는 12년 장기 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욕구가 컸다. 보수연합이 복지지출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중도 성향의 정책을 내놓은 것도 주된 원인이었다. 지난해는 현 정부가 세계 금융위기 때 성공적으로 경제를 관리하고, 사민당 당수의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고, 핵심 지지층인 블루칼라가 줄어든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보수연합이 기존 복지지출을 줄이지 않으면서 세금도 인하하겠다고 한 것도 먹혀들었다. 일반 국민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복지프로그램도 좋아하고 세금인하도 좋아한다.”

-사민당의 패배를 스웨덴 복지모델의 종언으로 보는 해석도 있는데.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스웨덴 복지모델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보수연합이 선거에서 복지지출을 줄이지 않고 기존 복지모델을 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현재 모델이 건재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보수당과 사민당의 정책 차이는 뭔가?

“우리는 성장과 평등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평등이 성장의 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역사에서 이를 증명해왔다. 우리는 또 세금을 기반으로 한 복지국가 모델을 통해 연대를 추구한다. 반면 보수당은 근본적으로는 규제 완화와 세금 삭감,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 2006년 보수당 집권 이후 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아마도 지난해 선거 직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다.”

스톡홀름/박현 기자

궁금합니다

스웨덴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은 스웨덴 모델은 우리 현실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복지병을 낳는다거나 인구가 너무 적다는 점 등을 논거로 든다. 그러나 미국에선 대표적 경제학자들이 스웨덴 모델을 탐구해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3명 가운데 18명이 연구원으로 몸담았던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두 차례에 걸쳐 경제·사회정책 전반을 집중 분석했다. 1차 연구는 1993년부터, 2차는 2005년부터 각각 3년 간 진행됐다. 흥미로운 것은 1차 연구에서는 “스웨덴 모델은 더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으나, 2차 연구에서는 “복지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해도 성공적인 시장경제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60년대 ‘빈곤과의 전쟁’에서 실패한 데 반해 스웨덴은 이를 성취한 것이 인상깊었다고 연구원들은 보고서에서 밝혔다. 연대임금제와 함께, 높은 세금부담에도 노동윤리가 작동하고 있는 점도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편적 복지, 재분배효과 더 커…선별적 지원땐 중산층 등돌려”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⑥ 지속가능한 경제모델(경제정책)
한겨레 박현 기자기자블로그
» 발테르 코르피 스톡홀름대 교수
발테르 코르피 스톡홀름대 교수

스톡홀름대 사회정책연구소(SOFI) 발테르 코르피 교수는 스웨덴 복지모델 연구는 물론 복지정책 입안에도 깊숙히 관여한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1980~90년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등 주요 복지유형별 재분배 효과를 연구한 논문들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서구 복지국가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보다 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른바 ‘재분배의 역설’ 현상을 주장했다.

-재분배의 역설 현상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가 투자예산 단위당 재분배 효과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복지정책과 관련한 계층간 연합이나 분배예산 규모 등 다른 요인들 때문에 결국은 보편적 복지의 재분배 효과가 높게 된다. 선별적 복지는 고소득층과 중산층을 복지 혜택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이들이 복지정책과 관련해 빈곤층을 제외한 계층연합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은 세금과 복지국가 거부로 나타난다. 반면, 보편적 복지를 하면 대부분 계층이 혜택을 입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모두 복지정책을 지지하게 된다. 이런 계층연합은 정치적 차원에서 복지예산 규모 자체를 키우게 된다.”

-일부에선 보편적 복지가 경제적 비효율성과 재정적자, 세금 거부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주로 경제학자들이 세금이 많으면 근로의욕을 낮추고 복지병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낸 세금이 다시 복지 형태로 되돌아온다. 이들은 이걸 놓치고 있다. 돈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단지 회사에서 받는 임금만이 근로의욕의 원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금을 내도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게 나의 기본적 생각이다.”

-한국에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보편적 모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늘리고 모든 사람에게 복지혜택이 가게 해야 한다. 복지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스웨덴도 처음엔 엄격한 자산조사를 바탕으로 한 선별적 복지로 시작했다. 그러나 차츰 국민들의 복지 요구가 높아지면서 복지 혜택을 넓혀왔다. 스웨덴에선 노조 같은 조직이 이를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글·사진 스톡홀름/박현 기자

 

금융위기때 재정적자 -1.2%…스웨덴엔 ‘부자 감세’ 없다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⑥ 지속가능한 경제모델(경제정책)
좌우파 모두 재정건전성 확보에 최우선순위 둬
안정적 흑자때만 감세…수혜 저소득층에 한정
세율 31~55%로 높지만 계층차 둬 ‘재분배 효과’
한겨레 박현 기자기자블로그

 

 
» ‘고부담, 고복지 모델’의 대표격인 스웨덴은 재정이 안정돼 있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국민들에게 고통스런 긴축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진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시내에서 거닐고 있는 시민들 모습. 스톡홀름/박현 기자
튼튼한 재정 비결은

 

-1.2% 대 -10.5%.

스웨덴과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를 나타내는 수치다. 스웨덴은 복지지출이 많은 나라는 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이런 탄탄한 재정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스웨덴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내로라하는 선진국들이 고통스런 재정 긴축을 해야 했지만,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재정여건 덕분에 국민들에게 그런 고통을 요구하지 않았다. 존 해슬러 스톡홀름대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모델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스웨덴은 자신의 모델이 중장기적으로 건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고부담, 고복지 모델’의 대표격인 스웨덴에서 이런 역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웨덴에선 좌·우파를 막론하고 집권하면 재정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순위에 둔다. 1991~93년 미국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재정흑자 1% 이상 유지’라는 대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켰다. 이번 금융위기 직전에도 재정흑자를 3%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었기에 대응이 쉬웠다. 보수당 정부도 감세정책을 펴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안정이 확보될 때만 이를 시행한다. 수혜대상도 저소득층으로 한정했다. ‘부자 감세’를 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최우선 순위는 재정흑자 유지”라며 “더 큰 규모의 감세정책은 재정흑자가 안정적으로 성취될 때만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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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함으로써 과세 기반이 넓다는 점도 탄탄한 재정의 비결이다. 연금생활자나 실업보험금을 받는 사람조차도 세금을 낸다.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많이, 중·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한다. 연봉 30만크로나(5200만원) 이하는 최저 세율 31%, 1000만크로나(17억5000만원) 이상은 최고 세율 54.9%가 적용된다. 직접세인 소득세에는 계층별로 세율을 차등 부과해 재분배 효과를 높이고,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에는 모든 계층에 단일 세율 25%를 적용한다.

 

정부는 과중한 세금 부과에 따른 경제왜곡 현상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사민당 집권 시절부터 기업의 투자의욕을 진작하고자 법인세율(26%)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게 유지했다. 보수당 정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제혜택을 많이 줌으로써 일하지 않는 사람과 차별을 뒀다. 이를 통해 이른바 ‘복지병’을 막고자 했다.

 

고용률 제고 정책도 재정 안정에 한몫한다. 인구가 적은 스웨덴은 1960~70년대부터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높였다. 주로 보육·의료·교육 등 사회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를 늘렸다. 여성 고용률(16~64살 여성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기준 73.2%로 한국(53.2%)보다 월등히 높다. 유하나 바르티아이넨 국가경제연구거시경제연구부장은 “높은 세율과 높은 고용률을 결합시켜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고 있다”며 “인구학적 변화에 직면한 지금은 사람들로 하여금 은퇴연령을 늦추거나 노동 인센티브를 높여 일을 더 많이 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박현 기자 hyun21@hani.co.kr

국회 난장판 없는 까닭은?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⑥ 지속가능한 경제모델(경제정책)
여·야, 이슈마다 2년6개월씩 함께 고민
위원회 꾸려 실태조사부터 대안제시까지
한겨레 박현 기자기자블로그
우리나라에선 법안 처리를 놓고 국회가 파행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스웨덴에선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만한 주요 이슈가 대부분 여야와 이해집단간에 타협을 이룬 상태에서 국회에 법안으로 제출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핵심적 장치가 이른바 ‘국가공식보고서’(SOU) 방식이다.

 

스웨덴은 이슈가 생기면 정부가 여야 정당대표, 전문가, 이익단체 등을 참여시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로 하여금 2~3년간 해당 문제를 조사해 대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이 위원회는 실태 조사와 여론 청취를 한 뒤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는데, 이 보고서가 ‘국가공식보고서’ 초안이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이해당사자인 공공기관, 연구소, 대학, 이익단체, 기업 등에 전달하고, 그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은 뒤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다. 소수 의견도 보고서에 첨부한다. 여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2년6개월이다.

 

스웨덴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이미 1998년에 연금개혁을 이뤘는데, 이런 국가공식보고서 방식이 크게 기여했다.

 

스웨덴 사회보험청 책임연구원으로 이 조사과정에도 참여했던 신필균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은 “실태조사를 해보면 문제가 뭔지를 공유하게 되고 그래서 대안에 합의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학 교수(정치학)도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당사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감정적이고 비이성적 행동이 배제될 수 있다”며 “이 기간 동안 의견이 숙성되고 합리적 정책이 입안된다는 점에서 결국 모든 당사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각 정당들이 이미 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면 큰 이견없이 통과된다”고 덧붙였다.

 

기사등록 : 2011-05-19 오후 09: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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