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80% "한나라 싫다"… 수도권 주부 경제실망감 절정
- 입력 : 2011.05.28 03:06
[여의도硏 포커스그룹조사]
유모차·하이힐 부대, 물가급등·고용불안 성토
"한나라 노선 좌클릭화는 이번 조사결과 반영한 것"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4·27 재·보선 전인 지난 2월 30대 여성 100여명을 상대로 포커스그룹조사(FGI)를 실시했다. 다른 일반 여론조사에서 30대 여성들이 한나라당에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나와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조사결과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었다. 연구소측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참고만 했다.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가 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연구소측은 공개를 미룬 채 끙끙 앓고 있다.◆30대 여성 70~80%가 욕했다
연구소는 30대 여성 100여명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직장여성과 가정주부, 전문직 등 6개 그룹으로 나눠 심층조사를 진행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조사에서 참여자의 70~80%가 "한나라당에 실망했다"면서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굉장히 험악했다. 차마 공개하기 힘들 정도로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신랄했다"고 했다. "경제 살린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찍었더니 오히려 팍팍해졌다" "한나라당은 가진 사람들 편만 드는 '부자당(黨)' 아니냐" "입만 열면 거짓말 아니냐… 판을 바꾸고 싶다" 같은 반응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비판적인 계층은 수도권의 가정주부들이었다. 남편의 월급은 제자리인데 자녀의 어린이집·유치원·학원비 부담이 늘고 전·월세값과 물가는 급등하면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30대 직장여성들은 육아 문제와 비정규직화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차별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시위와 분당을 선거에서 맹위를 떨친 '유모차 부대(주부)'와 '하이힐 부대(직장여성)'를 지금의 한나라당으로는 달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조사가 보여줬다고 당 관계자들은 말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한 핵심의원은 "정책노선의 좌클릭화는 30대에 대한 FGI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모차부대가 최대 비토층
30대가 한나라당에 가장 비판적인 연령층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조사결과에서 드러나 있다. 분당을 선거에서 YTN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30대의 72%가 손학규 후보를 찍었다. 20대 58.2%, 40대 68.6%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30대는 18.1%에 불과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정한울 부소장이 최근 분석한 '30대의 정치행태'를 보면 3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62.7%)으로 나타났다. 계층 상승 기회가 열려 있다는 데 대해서도 가장 부정적(79.7%)이었다.
정한울 부소장은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붕괴위험이 커지면서 미래의 계층상승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황상민 교수는 "30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좌·우파 이념을 구닥다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념을 넘어선, 감성적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수퍼스타를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는 1990년대 초 'X세대'로 불리면서 등장했던 세대다. 앞선 386세대의 이념지향성과 달리 자유·탈이념을 특징으로 했다. 그 세대가 20년이 지난 뒤 '불안·불신·불만' 가득한 '3불(不) 세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