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6월항쟁 24돌 정치의식조사
국민10명중 7명 “시민이 정치에 영향 미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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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24돌 정치의식 조사
우리 국민들은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 못지않게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시민정치운동단체인 ‘내가 꿈꾸는 나라’(공동준비위원장 김기식 남윤인순 조국)는 ‘6월 시민항쟁’ 24돌을 앞두고 지난 4일 전국의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시민의 정치의식 및 참여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인들이 민의를 대변하지 못할 때 시민들이 직접 정치 및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0.1%가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밝혔다. 나이별로는 20대(76.7%)와 30대(78.3%) 등 젊은층에서 이런 답변이 많았다. 반면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응답은 23.1%에 그쳤다.
또 열에 여덟명이 넘는 국민들이 자신들이 직접 내는 목소리가 정치발전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특정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치발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83.6%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다수의 국민이 반대할 경우’와 관련해서는 80.5%가 ‘국회에서 통과되었더라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6월 시민항쟁에 관해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76.1%가 ‘그렇다’고 답했다. 2007년 조사 때의 69.2%보다 높아졌다. 또 응답자의 절반이 6월 시민항쟁을 ‘관심 있는 사건’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해 이뤄졌으며 허용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 아래 ±3.46%이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
시민들 ‘한표 행사’와 ‘거리 외침’ 둘다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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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8 20:28 | 수정 : 20110608 2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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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의향 커졌다” 응답자의 78%가
“시민이 직접 정치에 영향 줘야” 답해 20~30대 정치적 표현·참여 경험 풍부 통념과 달리 386보다 정치의식 높아
“정치란 정부, 정당, 정치인들의 일이다.” “민주주의란 몇 년마다 선거에서 대표를 뽑고, 모든 것을 그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이런 고정관념들이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에서 깨져가고 있다. 시민들이 더는 투표자로 머물지 않고 있다. 정책을 검증하고 여론을 확산시키고, 정당들을 압박하는 적극적인 주권자로 새로운 정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러셀 돌턴은 이를 ‘시민정치’라고 이름 붙였다. 국내에서는 2002년 미선·효순 촛불집회,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 2008년 ‘촛불소녀’와 ‘유모차부대’가 바로 이런 시민정치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사건들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시민들의 정치 참여 의식과 경험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가장 적극적인지? 직접적인 정치참여를 중요시하는 시민들은 대의민주주의나 선거정치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이번 ‘시민 정치의식 및 참여도 조사’는 그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조사라 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10명 가운데 7~8명이 ‘시민들이 정치적 사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치인들이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라도 다수 국민이 반대하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욕구가 대의민주주의나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투표할 의향이 전에 비해 더 커졌다’는 응답자의 78.0%, ‘최근 들어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에 비해 늘어난 편’이라는 응답자의 78.3%가 “시민이 직접 정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응답했다. 조용히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과, 거리로 나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행동 둘 다 모두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민주주의 진전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했다. 한쪽에선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게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봤고, 다른 쪽에선 정당정치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이번 조사는 이런 의견 대립이 ‘잘못 놓인 논쟁’임을 보여준다. 시민정치와 정당정치는 한쪽이 융성하면 다른 쪽이 쇠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에 적극적인 시민들은 선거를 통한 간접적인 정치참여는 물론 직접적인 정치참여에 모두 관심이 컸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정치적 적극성에서 20~30대 연령층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시민의 직접적인 정치행동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정치적 표현과 참여의 경험이 매우 풍부한 세대다. 이와 관련해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9~24살(50.8%), 30~34살(40.4%), 40~44살(36.6%)에서 매우 높았다. 다른 연령층에서는 20%대에 그쳤다. 젊은층의 탈정치화, 보수화, 개인주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번 조사를 보면 그들은 ‘386’ 세대보다 정치의식이 더 높고 활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세대’인 30대와 ‘촛불세대’인 20대가 70~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에 이어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함께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새로운 정치세대를 형성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진욱
‘내가 꿈꾸는 나라’ 운영위원(중앙대 교수·사회학) |
서명운동>온라인 댓글·SNS>집회·시위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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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8 20:12 | 수정 : 20110608 2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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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소리’ 어떻게 내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불만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5.6%가 ‘온라인이나 길거리 서명운동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옥외집회나 거리시위에 참여한다’는 답변은 9.9%였다. 이런 적극적인 행동 방식이, 불만이 있을 때 ‘인터넷 동호회나 언론기사에 댓글을 단다’(9.1%), ‘정부·정당·기업 등 해당 기관 게시판에 참여한다’(6.3%),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린다’(4.7%) 등 다소 소극적인 방식보다 더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나이별로 보면, 30대 초반에서 ‘정치적 목소리 내기’ 경향이 두드러졌다. 30대 초반의 절반 이상(52.4%)이 정치·사회적 불만이 있을 때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22.9%가 옥외집회나 거리시위에 나간다고 답했다. 30대 초반은 ‘인터넷 동호회나 언론기사에 댓글을 단다’(15.0%), ‘정부·정당·기업 등 해당 기관 게시판에 참여한다’(15.2%)는 응답에서도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알린다’는 대답을 보면, 30대 초반이 17.7%로 20대 초반(9.2%)보다 2배 가까이 됐다. 30대 초반이 온라인을 정치 참여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30대 초반 세대는 경직된 운동 문화보다는 문화적으로 트인 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이다. 이들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에 정치 지형 변화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과거보다 덜 심각하면서도 지속적인 방식으로 사회운동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
정당정치 불신 높지만 개혁 기대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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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8 20:11 | 수정 : 20110608 2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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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국민 대변 못해” 81%
“잘 뽑는다면 나아질것” 59%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현실의 정당정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또 향후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수 있었다.
지금의 정당과 정치에 대한 불신의 벽은 예상대로 매우 높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당들이 국민들의 견해를 얼마나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10명 가운데 8명 정도(81%)가 “국민들의 견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것 같냐’는 물음에는 3명 중 2명꼴(64.7%)로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내 삶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당이 국민의 견해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의 분포를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자 중에 이런 답을 한 이들은 각각 75.5%, 82.9%의 비율로 평균치와 비슷했다. 반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지지자들은 모두 90%를 넘었다. 이른바 ‘대안정당’에 대한 지지와 주류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59.2%)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잘 뽑는다면 우리나라의 정치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나아지리라 기대한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정치 불신=정치 무관심’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해왔던 일반적인 인식과 거리가 있는 조사 결과이다. 정치가 속시원히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고, 내 삶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분야라는 ‘냉소’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아예 선거와 정치의 영역을 포기하고 기대를 접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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