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rvey of public opinion

부글부글 끓는 부산 민심

시놉티콘 2011. 7. 26. 15:47

 

 

 
“먹고살기 너무 힘들어… 부산은 제1의 껍데기 도시”
부산 | 강병한·박홍두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ㆍ부글부글 끓는 부산 민심

“원래 야도(野都)였습니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이 많이 될 낍니더.”

24일 오전 9시30분 부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부산 분위기가 어떠냐’고 묻자마자 47년간 택시기사를 해온 이종현씨(73)는 10여분간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그는 “젊은 사람이 없어진 부산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반한나라당 정서가 이전하고 다르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찾았다. 농성 중인 피해자들은 때마침 민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울분을 쏟아냈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25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에서 피해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부산 국회의원들 몇이나 된다카는데 하나도 안 해주고”, “대통령은 콧방귀도 안하고”. 곳곳에서 눈물섞인 분노가 터졌다. 김말령씨(60)는 “75일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많은 저명인사들이 다녀갔지만 6개월이 되도록 온 나라가 저축은행 사태로 쑥대밭이 됐는데도 유독 딱 한 사람은 오지 않는다”며 “그분은 6개월 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침묵만 하고 있다. 누구겠습니까. 여당 차기 대통령후보다. 부산에서는 차기는 선거 없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했다. 25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가 진행한 현장검증 때도 여당보다 야당의원 주장에 환호가 더 나왔다.

부산이 변하고 있다. 선거 개표 때마다 한나라당의 파란색으로 덮였던 보수도시가 야성(野性)을 드러내고 있다. 서민경제 추락은 끝없고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은 위험수위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부산저축은행 사태-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건까지 겹치면서 ‘정치 도시’로 변한 부산은 민심 폭발의 임계점을 향하고 있었다.

24일과 25일 이틀간 접한 부산 민심은 절규였다. 자갈치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김모씨는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손을 내저었다. 서면 부전동에서 만난 조종운씨(48·택기기사)는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아니라 제1의 껍데기 도시지예”라며 “양산과 김해가 과거에는 부산의 위성도시였는데 지금은 거대한 소비도시로 변한 부산보다 차라리 살기 낫다”고 말했다.

경제지표도 최악 상황이다. 2009년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16개 시·도 중 13위로 전년보다 0.6%포인트 감소했다. 2009년 실질 개인소득도 전국 평균은 0.5% 증가했지만 부산은 0.7%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2010년 기준 8.0%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고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전과 더불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결과 부산인구는 2010년 11월1일 기준 341만여명으로 1995년 381만여명을 찍은 뒤 지속적인 감소세다.

민생의 어려움은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남포동에서 만난 정광명씨(52·자영업)는 “대통령은 시장에 가서 오뎅이나 먹으면서 서민쇼나 하면서 한 게 뭐가 있냐. 부자감세나 하고 부자들한테 좋은 정책만 하지 않았냐”며 “서민은 위장전입하면 바로 처벌받는데 이 정권의 장관들은 위장전입해도 문제없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부산대 앞에서 만난 이미영씨(23)는 “이명박의 모든 것이 싫다”고 입을 닫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객토’ 정서로 흐르고 있었다. 서면 부전시장의 분식가게 주인은 “줄곧 한나라당을 찍었지만 이제는 절대로 안 찍을 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한나라당 정서가 어디로 흐를지에 대한 전망은 달랐다. 서면에서 만난 김지영씨(32·직장인)는 “여당에 대한 불만이 과거와 달리 강하기 때문에 야당과 무소속이 잘하면 절반 이상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량동에서 만난 강재현씨(33·자영업)는 “한나라당은 찍기 싫지만 대안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민주당을 찍기는 또 그런 게 있다”며 “정권이 민주당으로 했을 때 지역적으로 피해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좀 많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한 언론인은 “부산은 지금 한나라당에서 이탈한 민심이 선택지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정치적 공백기’를 맞고 있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얼마나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총선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이 인물중심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이유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인 김모씨(75)도 “도대체 정부나 한나라당이나 한 게 뭐가 있노”라면서도 “선거는 아직 많이 남았잖아. 누가 나올라칸지 몰라도 사람 보고 뽑아야 않겠냐”고 말했다.

대선 얘기는 ‘아직 고민 중’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파괴력에 대해 조종운씨는 “여긴 대구하고 다르다. 박근혜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따졌고, 남포동에서 만난 허정섭(74)는 “누가 뭐라 그래도 여긴 경상도고 박근혜 인기가 세다”고 말했다. 이 지역 출신 문재인 변호사에 대해 묻자 정광명씨는 “문재인은 참 좋은데 정치를 많이 해서 언론에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제7대(1967년)부터 3당합당 전의 13대(1988년) 총선까지 부산에서 여당은 야당을 이기지 못했다. 정치도, 경제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부산이 야도로 바뀔까. 부산대 앞에서 만난 최모씨(26·취업준비생)는 “지금은 ‘못살겠다 갈아보자’에서 ‘못살겠다’는 정도이고, ‘갈아보자’로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돌아선 부산 민심… MB·한나라 지지율 뚝뚝 떨어져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ㆍ여론조사에 비친 부산

여론조사에 비친 부산 민심은 바뀌고 있다. 부산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57.9%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부 출범 4년 만에 민심은 여권에 대해 차갑게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기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25일 부산·울산·경남(PK)에서 53%였다. 전국 평균(48.1%)을 웃도는 수치다. 이후엔 계단식 하강곡선을 그렸다. 올 들어 PK지역 국정운영 지지도는 4월 35.4%, 5월 37.6%로 30%대로 내려앉았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지지도 34.0%(4월), 34.1%(5월)와 견줘도 오차범위 내다. 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동남권 신공항
문제, 부산저축은행 사태, 같은 영남이지만 대구·경북(TK)의 인사 독식 등으로 PK에서 현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총선·대선에서 PK의 균열 가능성도 엿보인다.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PK 41개 지역구 중 한나라당 후보는 29개 지역에서 이겼다. 입당한 무소속후보 8명을 더하면 37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반대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경남지사를 야권에 내줬고, 부산시장 선거는 10%포인트 내 접전 끝에 이겼다.

19대 총선 전망도 여권에 낙관적이진 않다.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가 지난 5월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 PK 유권자 중 야당후보 지지(29.3%)가 여당후보 지지(27.4%)보다 많았다. 지난 2월 KSOI 조사에선 여당 후보(50.8%)가 야당후보(32.4%)를 많이 앞섰다.

내년 대선 전망도 여당후보 지지는 29.3%로, 야당후보 지지(25.5%)보다 3.8%포인트 많은 수준이다. 다만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압도적이다. KSOI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PK지역 지지도는 2009년 10월 36.5%에서 올해 6월 46.0%, 7월 47.0%로 꾸준히 우위다. 야권에선 ‘다크 호스’로 부상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4.8%에서 이번달 5.8%로 다소 상승했다.

윤 실장은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해 “영남벨트에서 PK지역 이탈 현상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PK 출신의 대선 유력 후보가 부상할 경우 그러한 경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