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날까.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12일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안철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를 추격하거나 앞서는 결과가 잇따르는 것과 무관치 않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선거전에 나서는 것도 안 원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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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가운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2일 경기 수원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에서 열린 ‘허브콘(HubCon) 2011 콘퍼런스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현재로선 안 원장의 선택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입장 변화만 보더라도 “(박 후보 측이) 요청을 해 오면 (선거 지원을)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가 지난 12일에는 “정치는 모른다.”(경기 수원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주최 세미나 참석 전)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안 원장이 선거전에 뛰어들 만한 조건을 따져보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듯하다.
우선 박 후보의 지지율 추이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안 원장이) 박 후보에게 양보했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겠나.”라고 관측했다. 달리 말하면 박 후보가 밀리는 상황이 되면 모른 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다.
도의적인 차원을 넘어서 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안 원장 스스로가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히는 것이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는 “대선을 고려한다면 박 후보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안 원장으로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 후보의 위력을 확인해야 하고 박근혜 전 대표의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뛰어든다면 시기와 환경도 저울질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안 원장의 등장으로 나 후보가 박 후보의 상승세를 꺾지 못할 때 ”라며 선거전 막판쯤으로 내다봤다.
선거전에 뛰어들더라도 단순히 박 후보의 지원만 고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네거티브전을 비판하면서 ‘진흙탕 경쟁’은 안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등장 자체를 ‘낡은 정치 대 새로운 정치’ 구도로 극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최근 같은 분야에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사망에 대한 충격과 혹독한 정치 현실 때문이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비슷한 궤적을 가진 잡스의 죽음은 안 원장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고, 때마침 서울시장 선거전이 네거티브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 충격과 환멸이 교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