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부탄 ‘개발’ 앞에 멈춰서다
행복이 무엇일까?
'웰컴 투 동막골'의 마을 촌장처럼 백성들에게 '뭘 맥여야" 좋은 세상일까?
어떻게 무엇을 먹여야 하는가? 발전과 성장이라는 도그마, 환상의 얼굴을 한 괴물의 몸체 성장, 발전
사람들은 괴물을 따라잡기 위해 인생이라는 정해진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성장과 발전, 그러나 다시 그 성장과 발전을 지키기 위해 괴물의 영혼을 부른다.
악순환과 악순환
인간은 괴물이 되고, 괴물은 인간을 만든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일까?
자본주의란 구조 속에서 해탈적 삶을 요구하는 것도 강압일진데...
또 그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라는 것도 강압일진데...
풀리지 않는 숙제들...넘을 수 없는 벽...
행복의 나라 부탄도 몸살을 앓고 있단다.
행복을 위해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지도자와
현실에 삶에 만족하며 옛것과 전통을 간직하며 살아가려는 백성들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지만 그 행복의 접점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장족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진보를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국민들
그 많은 것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월가를 뒤흔드는 시민의 분노를 보며,
한미FTA를 놓고 벌이는 실랑이를 보며,
항상 드는 의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문득 시가 하나 생각난다.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브레히트)의 한 대목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그 책 속에는 왕의 이름들만이 있다.
그 왕들이 바위 덩어리들을 끌어 왔던가?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 -
그때마다 누가 그렇게 많이 그 도시를 재건했던가?
황금빛 찬란한 라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완공된 날
그날 저녁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는 개선문들로 넘친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로마의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던가?
흔히들 칭송되는 비잔틴에는 그 시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의 나라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 땅을 삼켜버리던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들은
그들의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행복의 나라 부탄 ‘개발’ 앞에 멈춰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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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1 21:12 | 수정 : 20111101 2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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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경제가 튼튼해야 더 행복”…발전사업 주도
전통적 삶 위협당한 국민들 반발…실업·범죄 증가
인도의 라다크와 함께 인류의 ‘오래된 미래’로 주목받는 나라, 97%의 국민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라, ‘국민총행복’(GNH)이라는 개념을 만든 나라. 1인당 소득은 2000달러지만 교육비, 의료비가 무료인 나라.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을 칭송하는 표현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런 명성을 가진 부탄에도 최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31일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높은 행복지수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발전 사업들이 전통적인 삶과 높은 행복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행복이 비례해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오래된 상식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불과 한두 세대 전만 해도 부탄 사람들은 중세의 행복 속에서 살아왔다. 1960년대, 지프차가 처음으로 수도인 팀푸에 들어왔을 때 그들은 ‘불을 내뿜는 용’이라고 두려워하며 도망쳤다. 텔레비전은 1999년에 합법화됐으며, 입헌군주제와 민주주의는 2005년 신하들의 반대 속에 전 국왕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의 결단으로 도입됐다. 그는 1972년 인터뷰 과정에서 ‘국민총행복’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왕이기도 하다.
왕과 정부 지도자들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좋은 거버넌스(협력정치), 환경 보존, 전통문화 증진 등 네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발전을 추구했다. 특히 2006년 아버지에 이어 즉위한 31살의 젊은 국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는 “경제가 튼튼하지 않으면 행복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국민의 행복을 더 높이기 위해 경제와 삶의 질의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발전을 시도하면서 부탄은 새로운 ‘불을 내뿜는 용’을 만났다. 발전을 위한 정책인 보편적 중등 교육은 양날의 칼이었다. 아이들은 중등학교를 마치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대신, 수도인 팀푸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팀푸에 그들의 일자리는 별로 없었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자, 범죄와 폭력조직, 마약 사건이 뒤따랐다. 시골엔 노인들만 남았다. 이제 어떤 사람들은 국민총행복은 부탄이 감당할 수 없는 사치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부 주도의 ‘강제적’ 행복 정책도 문제를 일으켰다. 2010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를 불법화해 60여명을 감옥에 보내자 사람들은 정부가 행복의 기준을 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농부들은 농작물을 망치는 멧돼지나 원숭이조차도 죽일 수 없는 생명존중법 앞에 좌절하고 있다. 법률로 강요되는 민족옷과 민족어 종카는 네팔과 힌두 소수민족들의 저항을 불러 수만명이 네팔 쪽으로 망명했다. <비즈니스 부탄>의 편집장 타시 도르지는 “국민총행복의 개념은 민주적이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의 행복 전문가인 캐럴 그레이엄은 “발전과 행복을 함께 추구하는 부탄의 사려 깊은 접근은 경탄스럽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개발국가에서 봤듯 변화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진보의 역설’을 부탄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부탄은 남한 면적의 40%가량 되는 3만8394㎢의 국토에 70만명이 살며, 1인당 명목소득은 1978달러, 구매력평가(PPP)는 5429달러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