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12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는 이미 'G-2' 담론에 익숙해져 있다. 미국이라는 오래된 공룡과 중국이라는 새롭게 부상하는 공룡, 양 공룡 사이에서 한반도의 21세기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2012년은 동북아지역 국가에 새로운 권력이 들어서는 '요동의 해'가 될 것이다. 2012년 미국의 대선,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 등장,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 일본의 조기총선 가능성, 대만 선거 그리고 12월에 한국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언해놓은 상황이다. 그야말로 2012년은 동북아시아 질서의 '변곡점·결절점'이 될 것이다.
2012년 '요동의 해'가 지나고 새로운 동북아 질서로서, 새로운 한반도 질서로서, 새로운 한국의 질서로서 '2013 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다. '2013 체제'는 '동아시아공동체'의 로드맵이 그려지고, 한반도 평화질서의 설계도가 시행되고, 한국의 복지·평화 국가의 프로그램이 실천되는 그 무엇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동아시아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이미 점화되었다는 것이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올 11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정치의 미래는 아시아에서 결정될 것이며, 아태지역은 세계정치의 핵심 추동지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아시아의 성장과 역동성은 미국의 경제·전략적 이익의 핵심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우선순위"라고 규정했다.
21세기는 대서양시대에서 아시아·태평양시대로, 특히 동아시아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아시아 중시외교는 미국 세계전략의 핵심이다.
미국의 전략적 선회 근저에는 중국의 성장에 대한 위협과 견제가 깔려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은 브루킹스연구소 부시(Richard C. Bush Ⅲ)의 주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주장에서 핵심은 'G-2'는 현실이라기보다는 환영(幻影)이며, '구축된 권력(미국)'이 '부상하는 권력(중국)'의 지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기까지 협력과 공동통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는 G-2가 아니라 'G-몇개국(several)'의 세계 체계(architecture)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철저한 중국 견제 구조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이 선호하는 'ASEAN+3(한·중·일)'와 미국이 선호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갈등·충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TPP 가입을 천명했다.
2010년 한국의 대외 총 교역량 중 중국, 일본, ASEAN과의 교역 비중이 42.4%이며, 중국과의 교역량은 21.6%, ASEAN과의 교역량은 10.9%, 일본과의 교역량은 10%에 달한다. 즉 한국은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지역의 부흥이라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과 외교 전략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한미동맹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발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을 보여주는 담론이 바로 '2013 체제'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관문이며, 냉전시대 이데올로기의 대립전선이었던 한반도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모험적 실험이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며, 한국의 외교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확대·혁신하는 것이다.
G-2 시대로의 진입과 전 세계적인 재정위기라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한국의 외교력은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미국 중시 외교와 현실주의 구식 외교로 한국의 미래를 개척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여전히 동북아지역의 최대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바야흐로 무르익어가는 동아시아시대에 한국은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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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동아시아지역의 핵심국가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타기외교'를 벗어나 동아시아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지역비전을 만들어내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확대해야 한다. 외교안보 영역에 있어 비밀주의적 방식을 벗어나 시민사회의 '민주적 규제'가 작동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남남갈등의 소모적 시대를 벗어나기 위한 시민사회와 정부의 협력적 '평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는 요동치고 있으나 한국 외교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의 상징은 '2013 체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