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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4대 쟁점

시놉티콘 2012. 3. 11. 23:40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4대 쟁점

기사입력 2012-03-10 03:00:00 기사수정 2012-03-10 05:12:32

 

① 15만t 크루즈선 2척 동시에 들어올 수 있나
제주 “첫 시뮬레이션 때 데이터 잘못 적용” 해군 “서쪽 부두 가변식 건설… 문제 없어”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순항’과 ‘표류’의 기로에 섰다.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는 해군기지 반대 단체 등이 게릴라식 기습시위를 벌이고 경찰은 이를 막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여야는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는 정부의 공사 강행에 맞서 ‘선(先) 공사 중단 후(後) 시뮬레이션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15만 t 규모의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 시뮬레이션 검증시간, 생태계 파괴 논란, 해군기지의 필요성 등 크게 네 가지다.

① 15만 t 크루즈선 2척 접안 가능한가

제주도는 2009년 항만설계 당시 최초 시뮬레이션에서 풍속, 횡풍압(옆에서 부는 바람을 맞는 압력)면적, 운항난이도 설정 등의 기초 데이터를 잘못 적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설계된 항만 선회장이 15만 t 크루즈선 길이 345m의 1.5배인 520m을 직경으로 하고 있는 점도 검토 대상으로 지적했다.

해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한국해양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라 기존 설계상 선회장 520m로 충분히 접안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서방파제로 풍속이 초속 14m(해양안전교통진단 설계 풍속)에 이를 경우 접안에 심리적 압박감이 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서쪽에 길이 240m의 돌제부두(해안선에 직각이나 경사지게 돌출해 만든 부두)를 가변식으로 조정한다는 것이 해군 의견이다.
제주도는 서쪽 돌제부두 조정이 항만 공유수면매립공사의 실시계획 변경을 수반한다고 보고 공사중지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았다. 공유수면 관리권이 지난해 9월 국토해양부에서 제주도로 이양돼 행정명령의 법적 근거도 갖췄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의 결과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해군 측이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시행했기 때문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제주도가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만 t 크루즈선의 동시 입항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세계에서 운항 중인 크루즈선 340여 척 가운데 15만 t급 이상은 7척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국내에 입항한 크루즈선은 11만6000t급이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미래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형 크루즈선 접안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15만 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제주에 들어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② 시뮬레이션 검증 기간 “2개월이면 충분” vs “최장 7개월 걸려”

제주도는 해군이 한국해양대에 의뢰한 시뮬레이션작업이 2개월가량 걸렸기 때문에 새로 시뮬레이션을 해도 더 짧은 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군은 제주도가 시뮬레이션 과정 자체를 처음부터 하도록 주장한다면 최장 7개월이 소요된다고 판단한다. 국내에서 시뮬레이션작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네 곳이 있는데 제3의 장소에서 할 경우 기본 데이터 입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도는 먼저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해군 측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해군 측은 제주도가 딴죽을 걸며 시간벌기 작전을 펴고 있다는 의혹을 갖는 등 제주도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③ 생태계 영향은?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은 인근 해역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문화재보호구역 등이 해군기지 건설로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지 건설 예정지인 구럼비 해안 일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희귀 지형일 뿐만 아니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식물인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 등이 서식하는 만큼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해군은 기지 건설지역이 생물권보전지역에서 600m가량 떨어져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야생동식물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허가를 받아 제주돌문화공원 습지 등에 대체 서식지를 마련해 포획 즉시 옮기고 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구럼비 해안의 암반지대의 경우 제주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이지만 거북등처럼 갈라진 지형 등인 경우 일부 보전해 수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게 해군의 방침이다.

④ 제주 해군기지 필요한가

정부는 제주도가 해양안보를 위한 지리적 전략적 중심지인 만큼 해군기지를 설치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체 교역 물동량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남방 해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신속한 전방해역 전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군기지 반대 단체 측은 해양안보를 내세워 미국의 중국 봉쇄에 협력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 정부가 2005년 1월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과도 배치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