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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계급투표’ 성향 뚜렷… ‘부유층 결집’은 더 심화
시놉티콘
2012. 4. 17. 00:50
19대 총선 ‘계급투표’ 성향 뚜렷… ‘부유층 결집’은 더 심화
경향신문 박병률·강병한 기자 입력 2012.04.16 22:03 수정 2012.04.16 23:18■ 강북
중산·서민층 노원병, 야권에 57.2% 쏠려
19대 총선 서울 강북 격전지에서는 '계급투표' 성향도 뚜렷했다.
주택 소유 잣대로 살펴본 부촌과 서민층 밀집 거주 지역의 투표 성향이 대비됐다.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계층별 투표 성향이 더 강화된 곳도 많았다. 복지·부자증세·SSM(기업형 슈퍼마켓) 등 사회·경제적 이슈들도 서울의 표심에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자동네와 서민동네가 뚜렷이 나뉘는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는 평창동에서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를 1850표 차로 눌렀다. 평창동은 주택소유율이 76%이고 고급 빌라들이 모여있는 부촌이다. 평창동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840표 앞섰던 곳이다.
반대로 민주당 정 후보는 홍 후보보다 서민들이 밀집해 사는 창신1동에서 624표, 창신3동에서 801표, 명륜3가동에서 819표 더 많이 얻었다.
새누리당 권영세 사무총장과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이 맞붙은 서울 영등포을도 지역별 희비가 컸다. 권 후보는 여의동에서 1만603표를 얻어 신 후보(6029표)를 4574표 앞섰다. 여의동의 주택소유율(78%)은 영등포을 지역에서 유일하게 50%가 넘는 곳이다. 권 후보는 2000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후보가 이겼던 신길7동에서도 다시 80표 신승했다.
신 후보는 대림2동에서 1524표 얻었고, 주택 소유율이 30%대인 신길1·4·5동에서 694~1268표 정도 표차를 벌렸다. 서민주거지역에서 수백~수천표씩 앞섰던 신 후보가 여의도에서 4500여표를 앞선 권 후보를 누른 것이다.
부자동네, 서민동네 결합 지역인 광진갑에서도 지역별 투표 성향이 확 달랐다. 새누리당 정송학 후보는 주택소유율 78%의 부촌인 광장동에서 민주당 김한길 후보를 1000표 가까이 앞섰다.
그러나 주택소유율이 30%대인 군자동, 중곡1·2·3동, 능동은 김 후보가 적게는 700여표부터 1200표까지 앞섰다. 새누리당 정 후보의 승리 지역이 광장동을 중심으로 외딴섬처럼 남는 구도였다. 이 구도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얻은 득표 구도와 거의 일치한다. 오히려 표차만 더 늘어난 것이다.
부촌보다 중산층·서민층 밀집 주거 지역인 서울 노원병에서는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57.2%)로의 표쏠림이 뚜렷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이 지역 주택보유율 상위 4개동 중에 상계2동에서 앞섰고, 상계1·9·10동에선 한명숙 후보에게 졌지만 박빙이었다. 하위 4개동도 한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노회찬 후보는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에게 모든 선거구에서 앞섰고 표차도 1000~3000표까지 컸다. 주택소유율보다는 3040 화이트칼라·중산층 지역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보편적으로 먹힌 결과로 보인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서울지역에서 계급투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며 "야권이 경제 민주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대선 전초전 인식까지 겹쳐 이번에는 '가진 사람'들이 더 강하게 결집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
■ 강남
타워팰리스 지역 여당후보 88.5% 몰표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의 '계급투표'는 강했다.
야당 후보는 18대 총선보다 많이 득표했지만 기호 1번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그 속에서도 부촌·서민주거촌의 투표 성향은 갈렸다.
새누리당 강석훈, 민주통합당 임지아 후보가 맞붙은 서초을은 주택소유율과 1번 지지 성향이 정비례에 가깝다. 주택소유율이 가장 높은 서초4동(79%)에서 강 후보 득표율은 71.7%로 임 후보의 26.9%를 압도했다. 주택소유율이 두 번째로 높은 서초2동에서도 강 후보는 65.7%, 임 후보는 32.9%였다.

주택소유율이 낮아질수록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줄어들었고 가장 낮은 양재2동에서만 강 후보(46.6%)가 임 후보(51.9%)에게 졌다. 이곳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유일하게 이긴 곳이었다. 당시 격차는 2.6%포인트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5.35%포인트로 커졌다.
주상복합의 상징인 타워팰리스가 있는 강남갑 도곡2동 제4투표소는 유한자들의 강고한 계급의식을 상징한다. 이곳에서 새누리당 심윤조 후보는 88.5%를 획득해 민주당 김성후 후보가 얻은 10.0%를 압도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각각 얻은 88.1%, 11.6%와 거의 같다.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대결을 벌여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이슈가 된 강남을은 어떨까. 주택소유율이 가장 높은 대치1동에서 김 후보는 6916표(76.0%)를 얻어 2077표(22.8%)를 획득한 정 후보를 압도했다. 두 번째로 높은 대치2동에서도 김 후보와 정 후보는 68.8%와 29.9%를 차지했다. 주택소유율이 하위 2위인 대치4동에 와서야 김 후보는 54.0%, 정 후보는 44.3%를 얻어 격차가 다소 좁혀졌다.
서민층이 많이 사는 일원1동에서만 정 후보가 49.1%를 얻어 48.7%를 획득한 김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눌렀다. 교육1번지로 부촌인 대치1·2동에서 시작된 '새누리당 바람'이 주택소유율이 낮은 하위 4개동의 접전을 압도한 선거였다.
새누리당 유일호 후보는 송파을에서 49.9%를 득표해 46.0%를 얻은 민주당 천정배 후보와 격전을 벌였다. 이곳 주택소유율이 가장 높은 잠실7동과 문정2동에서 유 후보와 천 후보는 각각 70.0%와 26.3%, 66.0%와 29.0%를 얻어 1번 후보가 앞섰다.
반면 하위 2개 동에서는 유 후보가 37.3~41.3%, 천 후보가 54.6~58.1%를 얻어 역전됐다. 송파을이지만 부의 정도에 따라 투표 성향이 다른 것이다. 5회 지방선거에서 잠실7동과 문정2동에서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는 각각 71.5%와 24.0%, 68.0%와 26.6%를 얻었다. 주택소유율 하위 두 곳인 삼전동과 잠실본동에서는 각각 41.1%와 52.3%, 43.4%와 50.8%를 획득해 부자동네, 서민동네 지역의 투표성향은 이어졌다. 주택소유율이 낮은 지역은 세입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강남 내부에서의 계급 분화 투표는 분명했지만, 전체 강남의 계급투표 경향은 완고히 유지되고 있었다.
<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 박병률·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