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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지지자 4명 중 1명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후보 단일화 없이 독자 출마해 박 전 위원장,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3파전을 벌이더라도 박 전 위원장과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조사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따른 표심 이동=‘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가상대결에서 세 사람은 각각 41.1%, 13.5%, 39.6%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지지자의 59.4%가 안 원장을 지지했으며 박 전 위원장과 안 원장의 격차는 1.5% 포인트에 불과했다.
야권 단일후보가 문 고문일 경우를 가상한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 결과는 54.1% 대 40.0%. 3자대결의 안 원장 지지자 중 67.3%만 문 고문을 지지했고 26.1%는 박 전 위원장 지지로 돌아섰다. 이는 안 원장이 ‘잠재적 박근혜 지지자’를 상당수 붙잡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박 전 위원장에게 옮겨간 ‘26.1%’를 토대로 ‘안철수가 없다면 박근혜에게 갈 표’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략 300만표가 된다(총 유권자 4014만명에 접전이었던 2002년 대선 투표율 70.8%를 대입해 올 대선에서 2842만명이 투표하리라 가정할 경우).
거꾸로 ‘박근혜-안철수’ 양자 대결(42.5% 대 49.9%)에선 3자대결의 문 고문 지지자 중 80.3%가 안 원장에게 몰렸다. 박 전 위원장에게로 돌아선 경우는 16.7%였다.
◇안철수에 쏠린 부동표, 이벤트 효과?=박 전 위원장의 출마선언 직후인 13∼14일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는 부동층은 21.7%였다. 이 수치가 안 원장의 책 출간과 방송 출연 직후 실시된 이번 조사에선 6.5%로 크게 줄었다. 글로벌리서치 관계자는 25일 “다른 수치엔 큰 변화 없이 유독 안 원장 지지율과 부동층 비율만 출렁였다. 안 원장이 부동층을 대거 흡수한 결과”라며 “출마선언 전후 지지율 변화가 거의 없었던 박 전 위원장과 달리 안 원장은 이벤트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은 20∼40대, 서울·수도권·호남·강원·제주, 고학력층(대학 재학 이상), 화이트칼라 직업군 등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박 전 위원장은 50∼60대,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저학력층, 농·어업 및 자영업 계층에서 월등히 앞섰다. 대전·충청과 주부층에선 박빙의 지지율을 보였다.
◇호남의 선택은=3자 대결에서 호남 지역 응답자의 60%는 안 원장을 택했다. 문 고문은 18.2%, 박 전 위원장은 14.6%였다.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 문 고문에게 59.7% 지지를 보낸 호남 응답자들은 ‘박근혜-안철수’ 대결에선 안 원장에게 77.0%를 몰아줬다. 2002년 대선 때 ‘영남 출신 민주당 후보(노무현)’를 택했던 호남 표심이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가 ‘비(非) 민주당 후보’의 가능성을 탐색 중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