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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0돌] 기로의 중국경제 현장을 가다

시놉티콘 2012. 8. 8. 18:33

 

 

비상등 켜진 중국경제, 내륙개발로 돌파구 찾나

등록 : 2012.08.05 21:12 수정 : 2012.08.05 23:02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두 축으로 ‘굴기’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의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중 수교 20돌을 맞는 올해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4세대 지도부가 퇴장하고, 시진핑 부주석을 중심으로 새로운 10년을 이끌어 갈 5세대 지도부가 등장한다. 권력의 전환점에서 중국 경제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도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떠올라 있다.

‘중국 경제가 가장 위험한 경계에 도달했다’(中國經濟到了最危險的邊緣). 지난달 1일 중국의 고도 시안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855기에 앉아 있던 한 중국인 신사가 이런 제목의 책을 골똘히 보고 있었다. 랑셴핑 홍콩중문대 석좌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책에서 중국 경제가 전면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등 고정자산 투자에 많은 돈이 묶인 국영은행의 부실, 정부 보조금과 공공자원 무상점유에 의존하는 국영 대기업, 임금 상승에 따른 제조업 원가 상승 등을 위기의 근원으로 들었다.

기내에서 책을 보고 있던 신사는 마중커 산시교상투자유한공사 총경리(CEO)였다. 중국 경제위기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경착륙은 없다. 랑셴핑의 말은 일부분 일리가 있지만 틀린 소리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82%에 이르지만 중국은 45%로 절반이 안 되고, 거대한 미지의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 문제점에 대한 해답도 알고 있다.” 앞서 7박8일 동안 베이징과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시, 시안을 돌며 많은 중국 공무원이나 학자들로부터 들었던 것과 같은 의견이었다.

거시지표로 볼 때 중국은 풍요와 빈곤의 양극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수출시장마저 얼어붙었다. 결국 경제성장률은 9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가다 올해 2분기에는 7.6%에 머물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곳곳에서 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임금 상승과 노동력 부족으로 광둥 등 동부 연안지역의 제조업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란 소리가 들려왔다. 중국 정부는 분배와 내수 증진, 구조조정, 내륙 개발에서 해법을 찾았다.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동부 연안지역과 달리 중서부는 아직도 계속되는 건설로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다. 산시성의 성도 시안에선 중국 공산당의 옛 혁명기지 산시성 옌안시까지 고속철도가 개통됐다. 덕분에 시안과 옌안은 불과 2시간 거리로 가까워졌다. 척박한 황토고원에 위치해 ‘야오둥’(窯洞·동굴집) 주거가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로 낙후지역이었던 옌안은 최근 석유 등 지하자원 개발에 힘입어 1인당 소득이 시안시를 능가하는 부유한 도시로 변모했다.

시안엔 최근 ‘삼성 바람’이 거세다. 삼성은 시안 가오신기술산업개발구에 국외 투자로는 사상 최고액인 70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삼성반도체 건설 예정지에는 가로세로 수㎞의 도로변이 거대한 삼성 광고판으로 도배돼 있다. 시내 곳곳엔 아파트와 빌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중국의 중원 허난성 성도 정저우에는 새로 조성된 연면적 150㎢ 규모의 ‘강남 신도시’ 정둥(정동)신구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정저우시는 인공호수인 루이호를 중심으로 국제컨벤션센터와 공연시설, 호텔, 아파트 등을 건설했다. 문득 이 거대한 새도시를 채울 수 있는 수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정영수 코트라 정저우무역관 관장은 “최근 들어 입주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아직 평균 입주율이 55~60%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정둥신구에 문을 연 화려한 데니스백화점 안 휴대전화 매장을 들른 한 젊은 여인이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케이스 하나에 4500위안(81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같은 날 저녁 무렵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진수이로 부근 정저우 구시가에서 차오(68) 노인은 10㎞나 떨어진 교외에서 자신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낡은 자전거에 매단 수레에 싣고 와 팔고 있었다. 차오가 팔고 있는 채소는 한묶음에 0.5~1위안(90~180원)에 불과했다. 차오는 “온종일 팔아봤자 30위안(5400원) 벌기가 힘들다”고 했다. 과연 중국은 중국을 구할 수 있을까. 양극화 해소와 내륙 개발의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안·정저우·베이징/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한겨레-코트라 공동기획

 

중국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서부엔 ‘불황 그림자’ 옅었다

등록 : 2012.08.05 21:01 수정 : 2012.08.06 08:26

 

 

중국 서부에선 아직 불황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지난 6월말 인파로 넘치는 산서성 시안시의 재래시장 밤거리.

한-중 수교 20돌 기로의 중국경제 현장을 가다
제3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① 가장 위험한 경계에 도달했나

올해로 세 번째인 한겨레신문사 주최의 ‘아시아미래포럼’이 ‘2013 리더십의 변혁’을 주제로 10월16~1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다. 위기의 시대, 세계의 지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변혁의 리더십을 탐색하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한겨레>는 3부에 걸쳐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1부는 한-중 수교 20돌(8월24일)을 맞아, 기로에 선 중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짚어본다. 2부는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혁신으로,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세계 주요 도시의 사례와 원리를 다룬다. 3부는 포럼에 참가하는 주요 연사의 인터뷰를 싣는다.

중국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의 역 부근은 중국의 3대 의류도매시장 중 하나다. 전국의 철도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여서 중국 ‘2·7상권’이라 불리는 내륙 최대의 의류도매단지가 형성돼 있다. 지난 6월 말 이곳의 최대 의류도매상가인 인지상마오청은, 오전 도매상인이 쓸고 간 뒤에도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의류산업은 경기의 잣대인데, 이곳에서는 아직 불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한글이 멋있다는 이유로 ‘바다&금’이라는 한국어 간판을 단 의류도매상을 찾았다. 이곳에서 5년 전부터 일했다는 종업원 지앙(24)은 “멀리 산둥과 신장에서도 손님들이 온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며칠 뒤 들른 산시성 시안시의 재래시장에도 고객들은 넘쳐났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내부에서는 성장률 8% 붕괴 등 거시지표의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경착륙 우려감보다는 연착륙의 기대감이 높아 보인다. 중국 관료나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고성장기에서 정상적인 상태를 찾아가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며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 차관을 지낸 웨이젠궈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경제학자들은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30년 동안 수없이 중국경제위기론을 언급해 왔지만 대부분 빗나갔다”며 “중앙정부에서 시책을 강구하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정부가 소유하고 정부가 투자하는 정부 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이기에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가을 제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교체를 앞둔 정부가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에서 만난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왕이밍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7%대 성장률은 이미 지난해 12차 5개년계획에 적시됐던 것이며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과거에는 값싼 노동력으로 승부했지만 앞으로 중국 13억 인구가 높은 생산력을 확보할 경우 발전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중국삼성경제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중국지사)의 리무췬 수석연구원도 “현재 중국 정부의 경제에 대한 관심도와 개입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은행이 대부분 국가 소유인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이 폭발한다든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베이징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수출이 막히면 내수가 받쳐줄 수 있는 ‘하이브리드 경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연착륙론을 제기하는 쪽의 근거로는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7.6%를 기록해 우려를 낳았지만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7.5% 수준인데다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중에서도 성장률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게다가 상반기 투자증가 속도가 1~5월과 비교해 0.3%포인트 상승했고 6월 소비증가 속도도 전달 대비 1.1% 상승하는 등 각종 지표가 점차 개선되는 조짐인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물가도 잡히고 있다. 지난해 6%까지 치솟았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2.2%로 하락했다.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2% 미만인데다 국가부채도 국내총생산의 20% 미만이어서 유사시 재정정책 여력도 좋은 편이다.

반면 서방 경제학자나 유학파 중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근본문제 제기와 더불어 경착륙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거품, 지방정부 부채와 대형 국영기업의 비효율은 중국 경제의 대표적 위험요소로 지적된다. 중국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온 페이민신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교수는 최근 일본 <외교학자>지 기고문에서 “대다수 국가에서 이런 경기 하강세는 은행위기를 초래하고 심장병을 유발하지만 중국은 은행이 국가 소유이므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중국 경제의 더 큰 리스크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인 저효율에 있으며 이는 심장병보다는 ‘암’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4~5%대의 성장을 예고하면서 “중국은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자산 인플레이션과 설비 과잉, 수출의 급속한 감소 등으로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중국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다음날, ‘중국 성장률 8% 붕괴’, ‘유럽 위기 아시아를 덮치다’ 등의 제목들이 한국 신문들의 머리기사를 장식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중국의 강력한 성장엔진이 멈추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유럽 재정위기가 중국에 본격적인 충격을 주기 시작했으며 수출 주문 급감과 부동산시장 위축이 맞물리는 바람에 ‘바오바’(성장률 8% 유지)에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8~2009년 4조위안을 퍼부은 마당에 다시 이런 대대적인 부양책을 펴기가 어려우며, 투자 급감으로 중국 경제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내부에서도 일부 이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중국씨티은행 추쓰성 투자분석 이사는 최근 베이징의 한 투자설명회에서 “중국경제가 30년 만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최대 변수는 유럽 부채위기가 아니라 바로 중국 경제의 향방”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저우·시안/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미국·유럽 같은 위기 없다…지금 경기회복 국면”

등록 : 2012.08.07 19:11 수정 : 2012.08.07 21:55

한-중 수교 20돌 기로의 중국경제 현장을 가다
③ 중국 민-관 전문가들 ‘두개의 시각’
왕이밍 국가발전개혁위 부원장

중국 경제 위기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각을 소개한다. 한쪽은 중국 국무원 산하 연구기관의 대표 학자이고 다른 한쪽은 한국계 민간경제연구소인 중국삼성경제연구원의 거시경제 연구원들이다. 민간과 정부의 견해차를 느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 8%선 붕괴에 따라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중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투자 증가율이 1%포인트 줄어들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외부수요 감소로 성장률 낮아져
정책대응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
외국자본 철수해도 자금 넉넉해
부동산 버블? 주택 실수요 많아

왕이밍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부원장은 중국 최고 수준의 거시경제학자로 꼽힌다. 왕 부원장의 견해는 중국정부의 공식견해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뷰는 지난 6월말 베이징 베이징 시칭구에 있는 국가발전개혁위에서 진행됐다. 그 뒤 바뀐 상황에 대한 추가 인터뷰는 이메일로 이뤄졌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7.6%로 3년 만에 8%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3분기에는 7.4%로 둔화될 것이란 예측이 있다.

“올 들어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데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2분기가 이번 경기하강이 최저점일 것이며 3, 4분기는 회복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물론 외부 환경 및 정책이 중요하다. 현재 중국의 발전속도는 정상이다. 예상치보다 낮아진 것은 단기적으로는 외부수요 감소 때문인데 이는 정책대응이 가능하다. 경제고도화에 따라 10%대 성장률을 지속하긴 어렵지만 7∼9%대 성장률을 향후 20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금융위기 유럽재정위기 이후 중국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최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이 나타났지만 중국은 평균 8%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첫째 중국은 외부자금이 아니라 국내 자금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저축률은 50% 이상이며 가능성은 낮지만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철수하더라도 그에 대응할 만한 자금은 있다. 중국의 은행 자산 중 부실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둘째 은행의 저축유치 능력이 높다. 최근 몇 개월간 추세로 볼 때 중장기 대출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저축은 정상적이다.

셋째 재정 수입이 20% 속도로 증가해왔다. 어려운 때를 위해 준비해뒀다. 재정수입 성장률이 지난해까지 20%, 올해는 12%다. 또 투자를 확대할 여지가 아직 있다. 그동안 인프라 건설을 많이 했지만 아직 투자할 여지가 많다. 넷째 소비 증가 여지가 크다. 빠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자)이전 세대는 돈이 생기면 저축했지만 빠링허우 이후는 한국인과 같다. 중국의 중산층이 3억명으로 추산되는 데 이런 중산층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화웨이나 중신 등 한국의 삼성처럼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앞으로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큰 데.

“작은 도시는 집값이 아직 ㎡당 1000∼2000위안에 불과하다. 무슨 버블인가. 단지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몇몇 거대도시의 집값이 비교적 높다. 베이징은 한국인 등 외국인이 많고, 외지의 돈 있는 이들이 집을 사며 거품을 키웠다. 대도시의 부동산 거품은 행정수단보다는 시장수단과 세제 등으로 연착륙시켜나갈 것이다. 현재 10%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등 보장성 주택을 20%까지 늘리는 주택복지 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아직 중국의 주택 실수요는 많다.”

-내수확대 정책의 핵심은 분배인데 어떤 대책이 있나.

“농촌인구를 집중적으로 도시화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해 도시화율은 51.3%인데 앞으로 20년 후 도시화율이 70%에 도달한다고 계산할 때 아직 3억 안팎의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와야 한다. 이 사람들이 도시화 주민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새로운 투자와 소비수요를 낳는 과정이다. 이렇게 형성된 내수 잠재력은 중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2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도시에서 저소득 주민의 수입을 높이고 신용소비를 육성하고, 국내 소비시장 총 규모를 확대할 것이다. 동시에 투자와 인민생활개선을 결합할 것이다. 빈부차이를 해결하려면 소득분배제도에 대한 개혁을 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올리고 중소기업 직원의 수입 및 기업효율의 공정한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 중산층을 확대하고, 차츰 공개적으로 투명하며 공정 합리적인 소득분배 질서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개혁개방 30년의 성과는.

“사회주의 제도와 시장경제의 원활한 결합이다. 연평균 지디피 성장률 10%를 기록하며 도시화·공업화의 신속한 발전을 이뤄냈다. 이를 서방에서는 중국모델이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중국특색 사회주의라 부른다.”

베이징/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중국에 국가위기 없는 건 민중에 부채를 떠넘기기 때문”

등록 : 2012.08.07 19:12 수정 : 2012.08.07 22:00

중국삼성경제연 연구원 3인
인플레·저임금으로 책임 전가
서방 국가는 모르는 중국 방식
경착륙 없지만 내부 모순 심각
소득분배·환경, 새지도부 과제

중국삼성경제연구원 핵심연구원 3인을 상대로 한 대담은 6월27일 베이징 차오양구 삼성그룹 중국 본사에 위치한 중국삼성경제연구원에서 진행됐다. 미국·유럽에 이어 중국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미국, 유럽에 이은 중국경제위기론이 나오고 있는데.

“(류진허 박사) 중국에서는 국가채무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국가 채무위기는 정부의 위기다. 중국은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민생의 문제로 전가된다. 중국은 인플레이션(물가급등) 등을 통해 부채를 일반 서민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부채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고 중국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른다. 중국에선 민중들의 위기만 있지 정부의 위기는 없다.”

“(리무췬 박사) 중국의 금융시장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유럽 경제위기 같은 그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국가)부채의 문제가 생기면 국유기업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2008년에 이어 대대적인 부양을 통해 세계 경제 구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류진허)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안정적 성장이라는 구호를 제기했듯이 (2008년 때만큼은 아니지만) 좀더 느슨한 통화정책이 나올 것이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기에 중국은 일련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12차 5개년 계획에 철도 등 기반시설과 수리·환경보호 방면의 수조위안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경착륙 가능성은?

“(리무췬) 중국 정부의 경제에 대한 개입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경착륙에 이르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은 빈부격차를 높은 경제성장과 기업의 빠른 성장으로 보완해 왔는데 성장률이 떨어지면 문제가 된다.”

“(류진허) 단기적인 경착륙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최근 10년간의 ‘국진민퇴’(국영기업이 발전하고 민영기업은 퇴보함)가 몹시 나쁜 추세다. 정부에서 부양을 확대할수록 나빠지고 있다. 철도 등 국영기업들만 커지고 중소기업들은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스페인 위기의 도화선이 됐는데 중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류진허) 평균소득 대비 주택가격, 매매가격 대비 임대가격 비율을 봐도 거품이 심각하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2005년부터 부동산 억제조처를 취했다. 주택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실수요가 있는데다 빠른 소득성장이 주택가격을 받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문제가 심각한데.

“(리무췬) 지방부채가 공식적으로는 11조위안, 비공식적 조사로는 15조위안에 이른다. 지방정부는 2009년부터 융자 플랫폼(투자공사)을 통해 많은 돈을 빌렸지만 지금은 원금은 물론 이자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방정부 부채의 40%는 가상적인 담보일 뿐이다.”

-인력난과 임금상승 문제는?

“(리멍 연구원) 임금상승은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인력난은 상대적인 문제다. 노동자들은 생활비가 높아지는데 기업에서 만족시키지 못해 발생한다. 정부에서 매년 최저임금을 높이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적령기 노동자 감소도 문제다.”

-후진타오 지도부의 구호는 ‘허셰’(조화)였다. 올해 출범하는 제5기 지도부가 직면할 과제는?

“(류진허) 분배가 화두가 될 것이다. 4기 지도부가 허셰를 들고나올 때도 빈부격차의 축소를 지향했는데 나중에는 안정유지로 변질되면서 모순이 심화됐다. 이제 대다수 사람이 개혁을 희망하고 있으니 그 길로 갈 것이다.”

“(리무췬) 소득분배·빈부격차, 환경문제는 차기 지도부가 직면할 큰 과제다. 정부는 많은 문제들을 지연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다. 고용·소득·환경문제는 발생을 지연시킬 것이다. 금융·증시 개혁은 효과를 보기 쉽고 정부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작기 때문에 속도를 낼 것이다.”

베이징/글·사진 박영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