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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10년 만에 3.3배로
계열사수 592개…2배 늘어
내부지분율 높여 그룹 장악
총수 지분은 되레 줄어 1.1%
국내 10대 그룹의 매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약 80%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기업들이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며 몸집을 부풀린 결과이다.
27일 재벌닷컴의 ‘최근 10년간 10대 그룹 총매출 자료’(비상장사와 해외 계열사 포함)를 보면, 지난해 삼성과 현대차 등 10대 그룹의 총매출은 94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 1237조1000억원의 76.5%에 달했다.
국내총생산액이 2002년 684조3000억원에서 2011년 1237조1000억원으로 1.8배로 증가한 반면 10대 그룹의 매출은 같은 기간 2.6배(365조5000억원→946조1000억원)로 증가했다. 국내총생산에 견준 10대 그룹의 총매출 비율은 2002년 53.4%에서 2008년 63.8%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0%선까지 육박했다. 올해에는 10대 그룹의 총매출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의 증가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총자산액은 963조4000억원으로 2002년도 294조2000억원의 3.3배에 달했다. 국내총생산에 견줘 2배가량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청년실업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밑바닥 경제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0대 그룹의 자산 규모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문어발식 확장 탓으로 보인다. 통계를 보면 2002년 318개에 머물렀던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두배에 가까운 592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업종은 39개에서 57개로 확장됐다. 이 가운데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순대, 제빵, 레스토랑, 입시학원 같은 골목상권 업종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묻지마 확장을 해온 1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2002년 45.9%보다 7.6%포인트 증가한 53.5%를 기록했다. 내부지분율이란 그룹 소속 전체 계열사의 자본금 가운데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와 친족, 임원, 계열회사 등 내부자 지분의 비중을 말한다. 이 비율이 커질수록 그만큼 총수 경영권은 강화된다는 뜻이다. 반면 총수의 그룹 지분은 2002년 1.4%에서 2011년 1.1%로 낮아졌다. 10대 그룹 총수들의 지분은 줄어든 대신 계열사 간 촘촘한 순환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10대 그룹은 또한 계열사들끼리 장사를 하는 내부거래 비중을 키웠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52.9%에 달했고 현대차그룹 44.0%, 에스케이그룹 38.3%에 달했다. 그룹의 계열사들이 일감을 대주주 가족회사에 몰아주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롯데그룹의 식음료 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는 내부거래 비율이 95.1%에 달했다. 한진그룹의 유니컨버스(시스템통합업체)가 84.7%, 에스케이그룹의 에스케이시앤시(SK C&C)가 65.1%였다. 이들 내부거래는 대부분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