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15 08:29수정 : 2012.11.15 10:53
서울시내 지점간 평균 최소거리
서울시내에서 평균적으로 최소 240m만 걸어가도 같은 간판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기준으로 한 대형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지점간 평균 최소거리는 556m에 불과했다.
14일 전국 240만개 가맹점을 둔 비씨(BC)카드가 프랜차이즈 업체별 지점간 평균 최소거리(9월 기준)를 산출한 결과를 살펴보니,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제빵점 등 대표적 프랜차이즈 업종의 밀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의 과당경쟁과 경영난을 낳는 배경이다. 평균 최소거리란 한 지점과 가장 가까이 있는 같은 프랜차이즈 지점의 거리를 계산해 업체별 평균값을 구한 것으로, 개별 업체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밀집도가 가장 높은 업종은 편의점이었다.
서울에 150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한 한 편의점의 평균 최소거리는 240m였다.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서울시내 평균 최소거리도 246m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확장으로 사회적 문제가 돼온 제빵점도 이에 못지않았다.
서울에 700개 이상의 지점이 있는 한 업체의 경우 평균 최소 422m 떨어져 같은 지점을 뒀다.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과 7월

제빵·치킨·피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지점들을 출점시킬 때 최소한 떨어뜨려야 할 거리를 정한 ‘모범 거래기준’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세 업종에 각각 500m, 800m, 1500m를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이번에 드러난 일부 대형 업체들의 서울시내 실태는 이 기준보다 짧았다.
피자 923m·김밥전문점 402m
세탁소 493m·미용실 1115m
지방 대도시 편의점도 500m안쪽
가맹점들 가격경쟁으로 ‘출혈’
보증금 뺀 창업비 평균 8700만원
제빵 가맹점, 동네빵집 매출의 3배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비씨(BC)카드의 프랜차이즈 업체별 지점간 평균 최소거리(9월 기준) 자료는 국내 자영업 ‘포화상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과밀 상태 아래에서 각 지점들은 출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 공정위 기준 충족 못하는 곳 많아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4곳의 서울 시내 평균 최소거리는 각각 240m, 246m, 340m, 469m였다. 서울 시내에서 평균 240m마다 있는 ㄱ편의점의 경우, 대전 378m, 부산 404m로 지방 대도시의 평균 최소거리도 500m 안쪽이었다. 다른 편의점도 부산 366m, 광주 374m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평균 최소거리가 240m라는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같은 간판 지점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독점’ 영업지역이 실제로는 120m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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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자료사진 |
제빵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 업체 3곳의 서울 지역 평균 최소거리는 422m, 616m, 764m 등이었다. 서울에만 적게는 200개, 많게는 700개 이상의 지점을 낸 업체들이다. 대표적 프랜차이즈 업종인 피자, 치킨, 커피전문점의 밀집도도 눈에 띄었다.
치킨 업종의 경우, 가장 짧은 곳이 744m였고, 다른 프랜차이즈들도 829m, 879m, 916m, 946m 등 대부분 1㎞ 안쪽을 기록했다.동네 곳곳에 위치한 한 피자 업체는 서울에서 최소 평균 923m 건너 지점을 냈으며 다른 피자가게들도 서울 기준 1001m, 1182m, 1550m 수준이었다. 서울에 200개 이상의 지점을 낸 한 커피전문점의 경우 평균 556m 떨어져 같은 프랜차이즈 지점이 있었으며, 다른 커피전문점도 서울에서 724m, 767m, 769m, 825m로 가까이 있었다.
기타 업종 유명 업체들의 지점간 거리도 짧았다. 서울 기준으로 한 김밥전문점은 402m, 세탁소는 493m로 나타났고 칼국수전문점 615m, 죽전문점 744m, 영어·수학학원 각각 723·728m, 화장품전문점 845m, 건강식품판매점 834m, 미용실 1115m로 나타났다.
이번에 측정된 프랜차이즈별 평균 최소거리는 올해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업종별 신규 지점 출점 제한 거리’보다 짧은 경우가 많았다. 제빵(422m), 치킨(744m), 피자(923m) 등 대형 업체들의 현황은 기준치보다 짧았다. 공정위는 적정 최소거리 기준을 내놓으면서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업종 또는 업체별 현황은 밝히지 않았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에 대한 제한 거리를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편의점 가운데는 지에스(GS)25가 150m로 자체 규정을 정한 바 있어, 현실과 업체들 요구 사이에서 공정위가 어떤 기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월평균 매출 1976만원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가게와 비교했을 때 프랜차이즈 지점의 월 매출이 높았다.
9월 기준 프랜차이즈 업종 전체 평균 매출은 1976만원, 일반 가게는 1198만원으로 프랜차이즈가 평균 777만원가량 많았다. 업종별로는 여성 미용실의 경우 프랜차이즈 지점이 1286개로 전체 2.2%밖에 차지하지 않았으나, 월 매출은 평균 3043만원으로 나머지 97.8%인 5만8226개 일반 미용실의 평균 271만원보다 10배 넘게 벌었다.
전국 118개 있는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의 월평균 매출은 7402만원으로, 4만2911개의 일반 슈퍼마켓 매출 2202만원의 3배가 넘었다. 프랜차이즈가 44.5% 차지한 제빵 업종의 경우 월평균 2772만원으로, 일반 빵가게 975만원의 3배가량 됐다. 프랜차이즈 비율이 76.7%인 ‘프라이드·양념치킨’ 업종은 프랜차이즈가 737만원, 일반이 555만원으로 나타났다.반면 골프연습장, 남성의류전문점, 스테이크전문점, 패밀리레스토랑, 횟집, 찐빵전문점, 불닭전문점, 브랜드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판매점, 꼬치구이전문점 등의 업종에서는 일반 가게의 월 매출이 우위를 보였다. 전체 96개 가운데 이처럼 일반 가게가 더 많이 버는 업종은 16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영업을 시작할 때 단순히 월 매출만 따져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씨카드가 분석해보니 프랜차이즈 지점을 하나 여는 데 본사 가입비, 교육비, 선입금으로 지급하는 본사 제공 물품의 대금, 인테리어 및 시설비 등 창업비용으로 평균 8700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물 보증금과 권리금을 제외한 금액이다.특히 노래방 업종의 프랜차이즈는 3억7000만원, 골프연습장은 3억6000만원, 화장품은 1억9000만원으로 비용이 더 컸다. 통계청이 2010년 경제총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6월 발표한 5인 미만 음식점의 영업이익률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는 29.3%로 일반 업체 32.8%보다 낮았다.
비씨카드는 가맹점 정보를 바탕으로 원하는 위치의 예상 매출 산출과 주변 상권과의 매출 비교 및 ‘프랜차이즈와 일반 업체의 업종별 월매출 차이’, ‘지역별 최고 상권과 업종’, ‘상권 내 유동인구와 매출액 차이’ 등 각종 분석 정보들을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제공하는 ‘대박창업’(사진) 서비스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본격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