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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세상보기
세상을 바꾼 인터넷은 (당연하게도) 언론 지형도 바꿨다. 과거 지상파와 신문, 통신사가 독점하던 언로를 확 텄다. 누구나 자신이 보거나 겪은 일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기존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 독점이 허물어졌다. 여기에 모바일 기반 소셜네트워크의 발전은 정보를 얻는 창구와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 등 인쇄매체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그 구체적인 전개 양식은 나라별로 다르다.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우리나라에서 ‘신문’과 ‘블로그’의 검색량을 비교해봤다. 2012년에 와서야 블로그 검색량이 신문을 추월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5년이나 앞선 2007년 중반께 블로그 검색량이 신문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더 빨리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런 차이는 실제 언론 환경의 변화 추이와도 비슷해 보인다. 미국에서는 <시카고 트리뷴>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경영하는 미디어그룹 트리뷴컴퍼니가 광고 수입 감소 등으로 200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최근엔 세계적인 시사잡지 <뉴스위크>가 인쇄판 발행 중단을 선언했다. 반면 2005년 창간된 블로그 기반 온라인 종합지 <허핑턴 포스트>는 이미 2009년 방문자 수에서 <워싱턴 포스트>, <비비시>(BBC) 등을 압도했다.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프로퍼블리카>는 201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디지털 유료화 모델을 안착시키는 중인 <뉴욕 타임스>의 경우처럼 기존 매체들의 생존을 위한 여러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주요 전통 미디어들은 ‘힘들다’면서도 폐업이나 발행 중단 같은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온라인 매체들이 되레 지면 발행을 시도하고, 누리집에는 선정적인 광고와 기사들이 넘쳐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존 매체도, 새로이 만들어진 매체도 한참 뒤늦고 모자란 점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블로그 검색량이 신문을 넘어선 것에서도 보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기존 언론의 위기감도 증폭될 수밖에 없고, 혁신을 내세운 새로운 매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다. 이런 여러 실험과 시도, 경쟁이 만들어낼 미래 우리나라의 언론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이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