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평화 읽기

동아시아, 냉전의 예열과 경제적 열전의 복합적 위기

시놉티콘 2013. 3. 14. 11:57

 

동아시아, 냉전의 예열과 경제적 열전의 복합적 위기

 

드디어 일본의 TPP에 참가를 선언한다고 한다. 지구상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동아시아는 역사문제, 영토문제, 이념문제 등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지정학적 성격을 안고 있다. 그것의 출발은 산업화와 제국주의였다.

산업화와 제국주의는 동아시아에 침입하여 국가의 성격과 지역의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일본의 대동아공영권과 식민정책은

동아시아 지역에 역사와 영토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이었고, 그 뒤를 잇는 열강의 각축 속에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베트남의 사회주의화는 이념문제를 현실적 대립과 갈등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아픈 역사 속에서도 동아시아는 세계화의 여정을 잘 이용하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지대로 변모했다. 그래서 미국이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이제 동아시아는 북핵문제를 필두로 하는 최후의 냉전지대로, 영토문제로 인한 지속적인 갈등지대로 남아 있으면서,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매개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경제의 열전지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동아시아는 북핵문제 및 북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일정한 관련국가들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북한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미국의 MD정책은 미중의 갈등고리가 될 것이다. 또한 아세안+한중일의 구도와 대립되는 TPP의 출범은 미중 경제전쟁의 전조를 의미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선택 또한 쉽지 않다. 한국이 21세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아주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지 안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통일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와 문화 모두에 파급될 것이다.

 

즉 동아시아지역은 냉전의 예열과 경제의 열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새로운 구조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 중간지대이자 갈등지대에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한국의 지혜롭고 실현 가능하며 지속될 수 있는 대안 전략이 수립되고 사회적인 합의 속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핵문제는 기존 해법으로 해결될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따라서 포괄적 패키지를 통해 일괄타결방식에 입각해서 북미대화를 진행하고 6자회담에서 합의를 하는 기존방식과 함께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평화회담의 투트랙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 두 회담은 상호간 합의를 강제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문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바람처럼 중국의 태도변화가 북한의 굴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통된 제재는 필요하다. 그러나 제재는 굴복 또는 붕괴 외의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따라서 대화는 필수다. 또한 대화의 범주를 북핵문제로 한정해서는 안된다. 현실가능하며 갱신된 10.4 합의 제2버전을 통해 남과 북이 상호 신뢰 및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조치를 쉬운 것부터 진행해야 한다.

 

한국의 TPP 참여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중국의 변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면적 시장개방이라는 수준 또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은 참여를 요청할 것이고 중국은 이에 반대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배제하며 공영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여론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에 현존하면서도 위협으로 인식되는 중국, 동아시아에 부재하면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의 모순적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지역구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문제의 해법은 동아시아공동체(특히 사회문화적) 구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그 공동체 구성과정에서 미국의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공동의 이익을 수용가능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동의 이익을 편취하거나 과점하려는 방식은 심각한 갈등과 동아시아 불안으로 인도할 것이다.

 

통일의 길로 아마 이와 유사할 것이다. 남과 북의 통일이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현실적 불안요소가 아니라 공동번영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않는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한반도의 통일은 오지 말아야할 과거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일 내일 TPP 참가 선언"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 되나

등록 : 2013.03.13 20:08 수정 : 2013.03.14 08:30

 

 

11개국 협상중…세계경제 40% 차지
아사히신문 “자민당, 협상참가 용인”
일 농업단체, 협정참여에 거센 반발
최종 협상까진 적잖은 진통 겪을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일본이 공식 참여한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13일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이 이 협정에 최종적으로 참가하게 되면, 전면 개방에 소극적이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시장 개방을 단행하는 셈이 된다.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창설된다는 의미도 있다.

 

 

집권 자민당의 티피피 대책위원회는 이날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것을 전제로, 일본의 티피피 협상 참가를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15일 협상 참가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농림수산성은 ‘식량자급률’에 중점을 두던 농업정책을 ‘식량자급력’에 중점을 두도록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협정 참가에 대비한 정책 조율에 들어갔다.

 

 

티피피는 2005년 6월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이 먼저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뿌리로 하여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모두 11개국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협상 참가국과 일본이 모두 최종 협정에 서명하면 국내총생산 합계로 세계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만들어진다. 일본에 앞서 대만이 지난 11일 교섭에 참가할 뜻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이 협정의 기본합의를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티피피는 ‘예외 없는 관세철폐’를 목표로 삼는 등 매우 공격적인 시장개방을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경단련 등 경제단체의 적극적인 참가 요청을 받고 2010년 10월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협상 참가 검토를 시작했고, 그해 11월 후임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교섭 참가를 위한 관계국과의 협의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집권에 성공한 자민당은 총선 공약에서는 티피피 참가에 부정적인 태도를 밝혔으나, 아베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협상 참가 쪽으로 선회했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 쪽이 ‘관세철폐에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히자, 아베 총리는 협상 참가 선언을 서둘러왔다. 일본이 협상에 참가하려면 현재 협상 참가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의회에서 90일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이 협상에 참가하더라도 협정에 최종 합류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쌀, 설탕 등 농산물에 매우 높은 관세를 매겨 보호하고 있고, 농업단체들은 협정 참가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민감한 농산물 품목에 대해 관세철폐 유예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자민당 티피피위원회 농수산팀도 ‘쌀, 보리, 돼지고기·쇠고기, 유제품, 감미료 재료’ 등 5가지 품목은 관세철폐의 예외로 해야 한다고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의료업계도 의료시장 개방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일본의 티피피 참가에 큰 걸림돌은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