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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교] 원전 문제에 대한 접근

시놉티콘 2013. 10. 29. 13:30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원전 비중 확대 철회’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 2013.10.28 19:35 수정 : 2013.10.28 20:48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탈원전으로 과감히 방향 전환해야

 

2033년 원전 비중을 20%대에서 관리하자는 권고안이 나왔다.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실무작업반의 권고로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원전 비중을 41%까지 늘리려 한 이명박 정부안에 비하면 진일보했지만 기존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계획 중인 원전도 짓는 것을 고려한 수치여서 원전 의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탈원전으로 과감히 방향을 틀어야 한다.

 

실무작업반이 내놓은 2033년 원전 비중 권고안은 22~29%다. 지금의 원전 비중(26%)을 유지하는 수준이어서 얼핏 보면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국회에 낸 2035년 전력수요 예측치는 7020만TOE(석유환산톤)로, 2011년 3910만TOE보다 80%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전력 수요가 갑절 가까이 는다고 가정할 때 현재 원전 설비 23기 외에 적어도 12기, 많게는 18기의 원전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명이 다해 폐쇄될 노후 원전까지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제성에 치중했던 종전 계획과 달리 국민 수용성, 안전성, 송전망 여건 등 다양한 가치를 고려해 원전 비중안을 결정했다고 실무작업반은 설명한다. 그런데 원전 비중을 애초 계획보다 많이 축소했다고 하지만 계획한 원전은 다 짓겠다는 복안이어서 어정쩡한 타협안을 제시한 셈이다. 원전은 추가로 부지 확보가 어렵고 밀양 사태에서 보듯 송전선로 건설도 커다란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현실적 제약 때문에 추가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을 겪으면서도 탈원전으로 과감히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은 전기 수요가 매년 2% 이상 늘어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이후도 여전히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독일을 보면 그런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 2022년까지 원전 17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한 독일은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8%대에서 3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14일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에서도 원전은 시장 수요자 중심의 조사에서 퇴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은 발전 단가가 싸다고 하지만 사고 위험과 폐로 비용 등을 계산하면 결코 싸지 않아 신재생에너지와 셰일가스 혁명 등의 영향으로 사양산업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0년에 이미 원전 발전량을 앞질렀다. 우리도 탈원전을 달성하고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려면 그 목표치를 크게 높여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원전 확대 백지화, 과연 현실성 있나

 

원자력 발전 비중을 대폭 늘리려던 계획이 전면 백지화될 모양이다. 2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 워킹그룹은 당초 1차 계획에서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41%까지 높이기로 했던 원전 비중을 2035년까지 22~29%로 유지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대신 전력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액화천연가스(LNG)와 등유 등 전기 대체연료에 대한 세금을 낮춰 전력 수요를 15%가량 줄일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려온 전력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전력 공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한 채 수요 억제를 통해 전기수급을 맞추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인 셈이다.

 

원전 비중의 확대는 그동안 전력공급을 늘리는 핵심적인 수단이었다. 석유나 석탄 등 화력발전용 에너지원의 해외의존을 줄이면서 전력수요 증가를 감당하자면 값싼 청정에너지원인 원전의 비중을 높이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원전 및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원전 확대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워킹그룹의 제안대로 원전 확대를 중단하는 것은 쉽다. 문제는 그동안 계속 급증해온 전력수요를 과연 줄일 수 있느냐다. 워킹그룹은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세제 조정을 통해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벌써부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만일 전력 수요는 줄이지 못한 채 원전 확대만 중단하면 대규모 단전을 포함한 전력대란을 피할 수 없다.

 

워킹그룹이 마련한 초안은 각계의 전문가가 참여해 합의한 것으로 앞으로 공청회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그룹의 합의가 과연 국민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들이 값싼 전기에 대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원전은 싫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 계획은 성사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국민들이 에너지 수급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논리 대 논리]
비용과 안전성 사이, 균형의 추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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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정부가 의뢰한 정책 연구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자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기 생산에서 41%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22~29%로 비율이 크게 줄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으로 정책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한겨레는 이 보고서가 ‘원전 의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본다. 핵발전으로 전기를 만드는 비율이 줄지만, 원자력발전소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기 수요가 2035년까지 지금보다 80% 더 늘어난다고 가정한 다음에 전기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줄인다고 했기에 생긴 일이다. 한겨레는 이 계획이 실제로는 원자력발전소 12~18기를 더 짓겠다는 ‘어정쩡한 타협’이라며 문제를 삼는다.

 

중앙은 이 보고서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라고 말한다. 원전을 줄이려면 전기를 덜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싼값에 쉽게 전기를 써버릇해서 전기료가 오르면 싫어하는데, 과연 전기료를 올려서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중앙은 ‘계속 급증해온 전력수요’를 어떻게 줄일지, 그 대책이 자세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정책 실현이 어렵다고 걱정을 한다. 이 정책은 국민들이 에너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가 정책의 방향에 초점을 둔다면, 중앙은 그 실행 과정을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겨레는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자력발전을 앞질렀다고 이야기하며, 원자력발전을 없앤 예로 독일을 든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7기를 모두 없애고, 원전 대신에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 18%에서 앞으로는 35%로 올리기로 했다. 한겨레는 원전이 쇠퇴하는 사업이라면서 서둘러 원전을 없애고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자고 한다.

 

중앙은 지금처럼 해마다 점점 더 전기를 많이 쓰면서 원전 비중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기는 그대로 쓰면서 ‘원전 확대만 중단하면’ 대규모로 ‘전력대란’이 온다고 본다. 중앙은 ‘국민들이 값싼 전기에 대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원전은 싫다는 이중적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원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고 한다. 우라늄은 150년 정도 쓰면 자원이 고갈된다. 원자력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다섯 가지로 정리가 된다.

 

첫째는 안전성이다. 찬성론자는 화력발전소보다 원전에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더 적다고 말한다. 반대론자는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지역 전체가 괴멸적인 타격을 받기에 위험의 수준이 다르다고 말한다.

 

둘째는 경제성이다. 찬성론자는 전기 생산 비용에서 원전이 가장 싸다고 말한다. 반대론자는 이후 100만년에 걸친 폐기물 처리 비용을 계산하면 원전은 비싼 에너지라고 말한다.

 

셋째는 전기 공급의 안정성이다. 찬성론자는 원전이 없으면 전기가 모자라서 크게 난리가 난다고 한다. 반대론자는 2013년 여름 한국의 23개 원전 중 10개가 문제가 생겨 멈추었는데도 에너지 관리를 하니 괜찮았다고 한다.

 

넷째는 친환경성이다. 찬성론자는 원전이 온실가스를 만들지 않아 화력발전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한다. 반대론자는 원전이 폐기물 처리 시설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엄청난 온실가스를 만든다고 한다.

 

다섯째는 미래 전망이다. 현재 기술로는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모두 대체할 수 없다. 찬성론자는 신재생에너지가 기술 발전으로 기존 에너지를 대체할 때까지 원전을 유지하자고 한다. 반대론자는 생명보다 전기가 중요할 수 없다며 원전을 즉각 멈추고 전기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사회를 개혁해나가자고 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지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2012년 기준으로 431기이다. 2001년에는 451기였는데 12년 사이에 일부 국가에서 새로 원전을 지었고, 전체로는 그 수가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02기, 프랑스가 58기, 일본이 52기, 러시아가 32기, 한국이 23기이다. 원전 수에서 한국은 세계 5위이다.

원자력을 쓰는 이유는 당장 싸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전기를 사용하기에, 전기료가 오르면 어느 정도 삶의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 불안하지만 싼값으로 전기를 쓰면서 편하게 살아갈지, 아니면 비싼 값으로 전기를 적게 쓰면서 불편하더라도 안전하게 사는 길을 택할지,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추천 도서]



원자력, 대안은 없다
클로드 알레그르·도미니크 드 몽발롱 지음
이소영 번역, 흐름출판 펴냄, 2011년

 

원자력의 거짓말
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고노 다이스케 번역
녹색평론사 펴냄, 2012년

 

이 두 책에서 글쓴이들은 원자력에 대해 격렬하게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낸다. 두 책을 동시에 보면,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논박이 오가는 느낌이 든다. 원자력에 찬성하는 쪽은 독일에서 원전을 폐지한다고 하지만 그 대신에 화력발전을 늘리니까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아진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원전은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서 환경에 덜 해롭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원자력에 반대하는 쪽은 우라늄을 얻는 과정에서 이미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고, 이후 원자로 건설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오로지 원자력발전 과정에서만 이산화탄소가 생기지 않는다고 청정에너지라고 하면 잘못이라고 반론을 편다. 언론에서 찬반의견을 요약해서 보여준 내용이 아니라, 찬반 의견을 생산하는 전문가들의 자료를 직접 보는 의미가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원자력발전

 

원자력발전은 효율이 높다. 하지만 그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시점에는 비용이 적게 들어 유리하지만, 폐기물 처리에 저준위 폐기물은 300년, 고준위 폐기물은 100만 년이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비용이 계속 든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 그 시대에 사람은 값싸게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다음 세대는 자기가 쓰지 않은 전기 생산 비용을 물어야 한다.

 

원전 설계는 이중삼중으로 안정성을 확보했지만, 그 시설은 사람이 움직인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실수로 잘못 작동했을 때, 원자력발전은 그 대가가 엄청나다. 한 국가가 파괴되는 범위를 넘어서 지구 차원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계가 정밀한데도, 고리 원전에서 담당자에게 뇌물을 주고 엉터리 부품을 썼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문제가 되었다.

 

원자력발전 이외에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화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있다. 화력발전은 석유와 석탄과 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써서 전기를 만드는데, 자원이 한계가 있고 공기 중으로 오염물질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는 해와 바람과 물과 땅속의 열을 써서 전기를 만들어서, 자원이 무한정하고 안전하고 환경에 부담이 적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발전 효율이 높지 않아 생산단가가 비싸고 날씨의 영향을 받아 일정하게 계속 전기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있다.

 

현재 수준으로 전기를 쓰면서 원자력발전을 모두 없애기는 어렵다. 원전으로 생기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전기를 덜 쓰도록 사회 체제를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