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정치 읽기

'뻘짓'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

시놉티콘 2015. 7. 27. 18:00

‘뻘짓’, ‘다음’ 어학사전에서 찾으면 1. 뻘쭘한 짓의 줄임말. 2. 주로, 엉뚱하고, 바보 같은 짓, 쓸데없는 짓을 가리켜 ‘뻘짓’이라고 나와 있다. 때로는 너무 더울 때 우울할 때 힘들 때, 가끔 ‘뻘짓’이 고통과 괴로움 슬픔을 잊게도 한다. 그런데 반대로 대부분의 ‘뻘짓’은 사람을 괴롭고 힘들고 피곤하게 한다. 삼복더위로 짜증 만땅이었는데 장맛비가 와서 이제 좀 잠깐 쉬어가려나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여의도에서 ‘뻘짓’이....

당을 혁신하라는 중책을 맡은 혁신위는 의원정수와 비례대표제 확대를 들고 나왔다. 그 말씀인 즉 “국회의원들이 의원 정수 증대에 눈치를 보고 무서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 “현역 의원에게만 유리한 오픈 프라이머리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일하는 국회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선거제도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요구한다.”(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 뭐 이런 얘기다. 이런 얘기 주구장창 나왔던 얘기다. 왜 안 되었을까?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때문에, 아니다. 과문인지 몰라도 국민이 정확히 말하면 유권자들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장도 합세했다.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겠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건 독일형 명부식 비례대표제 이런 것이 더 확대되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상적 모델로 독일식 선거제도가 학계에서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왜 안 되었을까? 과문인지 몰라도 국민들이 아직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130여명 대군단의 수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의 당론채택을 공식 제안했다. 압권이다. 왜 국민들이 의원정수 확대가 안 된다고 하는지 알면서도 그런다면 그건 정말 문제다.

여기에 제1야당 당대표께서는 국회의원 정수 논의할 때가 아니다 라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트레이드마크가 ‘엇박자’니 뭐 예상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당대표께서 뜬금없이 페이스북에 “북한이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또 다시 막말을 했습니다.…상대방의 국가원수를 막말로 모욕하는 것은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것과 같습니다.”라며 ‘뜬금포’를 날린 것이다.

“이게 뭐죠?”

어리둥절 갸우뚱…“뭘 하자는 거죠?” “어디로 가자는 거죠?” 갑자기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이 산이 아닌가 벼”

뭐든 좋다. 정당은 국민을 대의하는 것이고, 국회는 국민의 직접적 대리인으로 대의하는 것이다. 이것은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리다.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대의의 논리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대의하는가? 국민의 이해와 요구다. 개인의 양심과 이상을 대의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위는 개별적 아이디어와 자신의 이상을 버무려서 그냥 새정치민주연합에 던져 넣고 있다. 또 다른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의원전체의 공론으로 만들기 위한 너무 지나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가장 중심에 계산 리더는 방향감각을 잃으신 것 같다.

국민, 유권자의 민심을 대의하는 것이다. 그래야 집권을 하던 다수당이 되던 의석을 확보하든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도 싫다고 하는 의원 수를, 그리도 늘리고 싶다면 이렇게 마구 던져서는 안 된다. 적어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논의를 하고 설득을 하고 지지집단을 대의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 혁신위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최근 활동을 보면 국민, 유권자, 민심이란 용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혁신, 제도, 반대, 투쟁 등의 단어만 보인다.

왜 이리도 대중과 유권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졌는지? 그것을 바꾸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며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아젠다 세팅과 담론을 보면 “민심과 동 떨어질래요. 간절히 동 떨어질래요. 민심과 관련된 일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격하게 안 하고 싶다”라고 스스로 자임하는 것 같다. 난감하다. 신당을 만드는 것은 분열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심에 동 떨어져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너무나 아량이 넘치는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재앙은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닥쳐온다.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가 ‘쓰나미’로 소리 소문 없이 다가와 엄청난 재앙으로 돌변했듯이…민심을 외면하면 유권자들은 소리 없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버릴 것이라는 점을…생각만 해도 끔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