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과 우리의 역사
흥행몰이를 한다며 '암살'을 보러 가자는 와이프의 등살에 밀려 딸 아이와 가족 모두 극장을 갔다. 4일만에 300만명을 돌파한 이유는 무얼까? 이 영화는 우리의 흑역사였던 일제시대에 벌어진 무장독립운동, 레지스탕스 저항운동을 소재로 한 내용이다. 국민들에게 잠재해 있는 민족주의를 일깨우고 반일감정을 건드리는 흥행소재이기도 하다.
'식민지 근대화'로 지칭되는 식민사관은 여전히 사실인 것으로 버젓이 교과서에 나와 있고, 극우보수주의 학자들은 그 어떤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으면서 더욱 친일적 역사관으로 우경화시키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대에 있다.
영화 초기에 친일주의자 '강인국'은 식민지시대에 나라가 발전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읊조리고, 변절한 독립운동가는 해방 이후에도 역사적 재판에서 단죄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우리 민족은 죽어갔다. 간도 대한민국 국민 대학살이 단적인 예다. 왜 그리도 힘든 무장투쟁을 하느냐고 그래서 일본인 몇 명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는 항변에 대해,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래도 싸우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아마 당대 독립운동가들은 그런 심정으로 자신의 목숨을 조국에 바쳤을 것이다. 그런 죽음이 여전히 조국의 정신이 되지 못하고, 친일의 그 질긴 뿌리는 여전히 발본색원되지 않았다. 여전히 당당하게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활개치고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 당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민초들의 삶을 올바르게 조명하는 것,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무능력한 고종'이 아니라 개명한 유능한 군주가 고종이었다고, 외척 놀음에 빠진 민비가 아니라 가장 명민한 정치가가 명성황후였다고, 19세기 100년을 '백성의 위한 나라(민국, 民國)'로 만들기 위해 수백만의 민초들이 민란의 시대를 만들었다고,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조선의 근대를 위해 개혁을 추진한 것이 광무개혁이었다고, 무장독립운동의 중심이었던 '신흥무관학교'의 자양분이 고종이었다고, 1919년 3.1운동의 주력이 천도교와 천도교인들이었다고,
우리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거짓으로 덮여있는 친일역사관을 드러내고 도려내야 한다. 상해 임시정부의 민주공화국을 만든 것도 19세기 100년의 민란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일본 때문에 근대화된 것이 아니라 우리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근대화가 만들어졌고, 한국전쟁과 그 폐허를 뚫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386 운동권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 백성의 각고의 노력과 그 삶의 태도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