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tivity

하얀 목련

시놉티콘 2017. 4. 10. 01:19


하얀 목련이 제 모습을 다 드러냈다. 봄과 정말 어울리는 자태로 태양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비가 내리면 목련은 지고 그 고운 자태를 볼 수 없다. 물에 젖은 목련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자태로 서기 위해 온전히 1년의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은 더 슬프고 무상하다. 그 찬란한 시간은 짧고 강렬한 모습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름다워서 애처롭고 눈부셔서 쳐다볼 수 없다. 양희은이 부른 하얀 목련은 애달프다. 쓸쓸하다. 외롭다. 목련이 진 그 자리에 진한 눈물방울들이 떨어지는 것 같다. 봄비가 내리고 난 후 사라진 목련처럼 말이다.

 

눈부신 2017년 봄이 가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5월의 이야기를 미리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목 놓아 불렀던 봄은 왔건만, 그 빼앗긴 들에 봄이 왔건만. 봄은 왔는데 봄을 느낄 수 없는 그런 봄 말이다. 저 단단한 시멘트를 뚫고 아스팔트를 뚫고 봄을 알리기 위해 겨울이 지나갔다고 알리기 위해 기어이 얼굴을 내민 풀들, 그 풀들에게 미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봄이 되었으면 한다. 우산을 들고 비를 막아주는 사랑이 아니라 함께 맞는 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월호는 육지로 올라왔다. 꾹꾹 채워 3년이 되는 416, 그날은 하필 대통령 후보등록 마지막 날이다. 목련이 떨어져버린 그 쓸쓸한 시간을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얀 목련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여라

내 사랑이여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